일을 하며 빛나는 사람들 5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산재 전문 노무사 주은영입니다.
은영님은 심리학과를 나왔는데 노무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따로 있을까요?
제가 심리학을 전공했던 이유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대학원까지 가야 전공을 살릴 수 있다는 어려움에 부딪혀서 졸업 후 바로 취업했어요. 그런데 취업을 해보니 1년 지나고 보니 매번 같은 업무들을 쳇바퀴처럼 하게 되면서 제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이 생겼어요. 앞으로 최소 몇 십 년 간은 직장생활을 해야 할 텐데 나한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 뭔가 나를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요.
그렇게 전문직에 대한 열망이 커지기 시작할 때, 저를 잘 아는 사람이 제가 노무사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바로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죠. 당시에는 일종의 취업 준비였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원래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그런 마음속 갈망이 커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노무사라는 직업은 근로자나 사업주에게 노무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더라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건들을 수행하고, 시대에 맞춰 계속 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는 게 너무 멋지네요. 그럼 은영님은 노무사로서 어떤 일을 하나요?
전문 분야가 되게 다른데요. 제가 하는 분야는 산업재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예요. 최근 부산의 반얀트리 화재 사고와 같은 ‘업무상 사고’, 사람들이 30~40년 동안 육체적인 노동을 하다가 어깨나 허리에 질병이 생기는 ‘질병’을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주장하고 승인받는 업무를 주로 하고요.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삼성 반도체에서 작업 중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을 산재로 인정해 달라는 업무를 했던 것처럼 저희가 하는 업무도 근로하면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건강상의 문제들에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산업재해 말고 노무사의 다른 분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부당해고나 임금체불 같은 노동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사건이라는 분야로 산재랑 노동 사건을 묶을 수가 있을 것 같네요. 이 외에는 컨설팅이라는 직무가 있어요. 회사도 보상 체계나 평가 체계에 컨설팅이 필요하거든요. 예전과는 다른 급여 체계로 바꾼다든지 이전에는 보수적인 회사였는데 시대의 변화를 좀 따르고자 호칭도 다르게 하고 조직 문화 자체를 개편하는 그런 업무를 전문으로 하기도 해요.
일반적인 4대 보험을 처리하는 업무도 있어요. 저희가 기업에 취직하면 4대 보험을 신고하잖아요. 근데 4대 보험 신고뿐만이 아니라 임금을 지급할 때도 이 4대 보험을 어떻게 공제하고 어떻게 처리할 건지 그런 전반적인 노무 부분을 다루는 업무를 하기도 해요.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중대 재해와 관련해서 산업 안전 예방 쪽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예요. 제가 하는 산재 업무는 예방이 아니라 그 일이 벌어지고 난 사후에 해결하는 건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해야 사고가 나지 않을까?’라는 예방적인 측면의 산업 안전 관리 쪽을 전문으로 하는 거죠.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지만 크게는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문직으로 시험도 꽤 어려운 것을 알고 있는데, 노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노무사 시험은 3차까지 있어요. 1차는 객관식 시험이라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했어요. 2차 시험은 노동법, 행정쟁송법, 인사노무관리 그리고 다른 선택 과목이 있는데, 과목별로 책을 다 암기해서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하는 논술형 시험이에요. 2차는 합격률이 7~8% 정도 돼요. 2차 시험을 준비할 때 보는 책은 과목별로 한 권당 400쪽 좀 많은 경우에는 700~800쪽 정도 되거든요. 그 정도의 책을 다 암기하고 시험 볼 때 잘 작성해야지 합격할 수 있어서 저는 2차 시험은 직장을 병행하지 않고 전업으로 준비했어요. 이런 식으로 노무사 시험을 준비해서 1년 7개월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죠.
3차는 면접인데 인성 면접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요즘은 전문직에 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응시 인원도 많이 늘어났고, 새로운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배우고 외워야 할 것들은 계속 늘어나니까 시험 난이도 자체도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어요.
저는 저렇게 공부 못할 것 같은데 은영님 너무 대단합니다. 그러면은 이 시험 준비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뭐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제일 어려웠던 점이에요.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했으면 떨어져도 먹고살 걱정은 없는데 전업으로 준비했는데 이게 안 되면 너무 막막했을 거예요. 실제로 3년, 4년, 5년 동안 준비해서 합격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래서 그 불안함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리고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서 매일 공부해도 자꾸 까먹는 것이 힘들었어요. 매일 거의 10시간 이상 앉아서 공부했는데 그러면 나중에 잘 때쯤 되면 다리도 퉁퉁 부어 있고, 계속 앉아 있으니까 목, 어깨, 엉덩이도 너무 아프고 몸이 안 좋아지는 그런 부분도 좀 어려운 점에 속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노무사가 되셨는데 일과가 궁금합니다.
산재를 담당하는 노무사들은 외근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월요일엔 서울에 있다가 화요일은 의정부, 수요일은 부산 이렇게 당일치기로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죠. 오늘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서 당진에 갔다가 또 보령에 갔다가 다시 또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일과가 어떻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주 업무를 말씀드리면 저희는 사건을 수임해야 해서 사건과 관련한 상담이 오면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상담하고,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거기에 해당하는 재해 경위서를 작성해요. 그게 처음 산재를 신청하는 방법이고 그 후에는 절차에 따라서 움직이죠.
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후, 개인적인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운전을 많이 해요. 하루에도 140km 넘게 달릴 때도 있거든요. 그런 외근 업무가 많아졌다는 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거 말고는 직업병처럼 저도 일상생활을 할 때 우리 주위에 근로자들을 많이 봐요. 예를 들어서 산책하고 있으면 쓰레기 수거하시는 분들이 꼭 보이고, 청소하시는 분 아니면 커피 내리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혹시 어떠한 직업병을 갖고 있을까 어떤 유해 물질이 또 생활 속에 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예상했던 것과 실제 경험에서 차이가 있었다면 어떤 점이 있었나요?
만약에 노동 사건과 관련해서 사건을 수임했다면 공부했던 게 노동법이니까 이거를 좀 적용하고 응용해서 실무를 했을 텐데 산재는 거의 배우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할 거라는 예상 자체를 못했었죠. 그래도 얘기를 해 보자면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은 정말 달라요. 이론과 다르게 실제는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업무도 경쟁자가 많잖아요. 노무법인도 많고 노무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다 보니까 영업이 중요하다는 게 제일 괴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뭐든 다 영업이더라고요.
일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나 상담은 어떤 종류인가요? “이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는 총체적인 질문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산재 같은 경우에는 “이게 산재가 될까요? 제가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부분이고 노동 사건 같은 경우에는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부당해고를 당했으면 해고가 취소되고 구제받을 수 있을지를 많이 물어보세요.
그리고 노무사라고 하면 근로자 측만 대리하는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업주를 대리하는 노무사도 많아요. 억울한 사업주도 요즘 많거든요. 그래서 사측에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산재 승인을 받기까지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사고 같은 경우는 인과관계가 명확하니까 산재 신청을 하면 한 달 이내로 승인 여부가 나오는데 질병의 경우는 어떤 유해 물질에 노출되었는지 근로자가 일하다가 질병이 생긴 게 맞는지 그런 걸 검토하다 보니까 산재 신청 후 1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 암 같은 경우는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더 힘들다 보니 조사과정이 길어서 2년 이상 걸리기도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나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질병이 있는데 폐에 분진들이 들어가면서 폐가 굳어져 버리는 병이에요. 이 질병을 앓고 저와 산재 승인을 위해 준비하셨던 분도 2년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이걸 승인받기 위해서는 그 분진 작업장에서 근무했다는 이력이 나와야 하는데 옛날에 일했던 분 중에는 4대 보험 안 들고 그냥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재해자분도 그런 식으로 일은 분명히 했지만 일한 경력이 안 나오니까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일한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재해자분과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분들을 수소문해서 찾아냈고, 동료 진술서를 받아서 마지막 단계인 질병판정위원회에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했죠.
판정위원회에서 진술을 하면 보통 저희 쪽에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 전화해야만 알 수가 있어요. 그런데 자료를 제출하고 질병판정위원회에서 행정적인 부분을 처리하는 담당자가 다음날 갑자기 연락을 주셔서 이 재해자 분이 승인되셨다고 얘기를 했던 게 제일 인상 깊었어요. 제가 자주 일과 관련해서 전화도 드리고, 간절하다는 게 느껴지셔서 그러셨는지... 어쨌든 몸이 안 좋으니까 일을 못 해서 생계가 어려웠던 분인데 저랑 같이 질병을 산재로 인정받아서 보상으로 연금을 받게 되었거든요. 지금도 한 번씩 연락을 주세요.
산재 업무를 수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은영님만의 원칙이나 철학 같은 게 있을까요?
첫 번째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예요. 별거 아닐 수 있는데 저희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에게는 진짜 중요한 일이잖아요. 사건을 수임하면 저희는 이 사람의 인생을 다 살펴보게 돼요. 일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 아픈 시점까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를 보니까 한 사람을 낱낱이 파헤치는 일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으니 대충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한 사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원칙으로 삼았어요. 승인이 안 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는 거죠. 그러면 의뢰인 분도 저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아시고 지인 소개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끈질기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희는 전문가기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이렇겠지, 저렇겠지가 아니라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안 됐다면 끈질기게 붙어서 ‘왜 안 될까?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업무 철학으로 삼고 있는데 두 가지가 같은 맥락인 것 같기는 해요.
은영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생계의 수단이면서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에요. 전문직의 사람들은 일이 끝난다고 해서 그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사건 고민을 계속하게 돼요. 그리고 퇴근하고 나서 쉴 때도 전문적인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거나 그런 식으로 자신을 배양하는 시간을 갖죠. 그래서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노무사라는 직업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은영님이 하는 게 따로 있을까요?
최근에 4대 보험 관련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노무사 강의 중에서 4대 보험 강의를 친구랑 같이 듣고 있고요. 이거 말고도 중간중간 노무사회 쪽에서도 좋은 강의가 있으면 강의 들으라는 링크가 와요. 그래서 이번 주에도 직업병과 관련한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신청해서 들으러 갈 예정입니다.
일하면서 직업적 스트레스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맡고 있던 사건이 승인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요. 제일 좋은 거는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는 거요. 저희 강아지랑 같이 놀 때 되게 행복한 기분이 들거든요. 강아지 꼬순내 맡을 때마다 뭔가 오늘 묵혔던 그런 힘듦과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법률 지식 외에 노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 같은 게 있을까요?
말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사람을 만나서 상담하고 사건을 이끌어 갈 때도 그렇고 특히 질병판정위원회에 가거나 노동위원회 같은 데 참석하면 구두로 진술을 하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말을 하는 능력들이 되게 중요해요.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들을 찾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컨설팅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신데, 하루가 정말 꽉 찰 것 같아요.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저도 그래서 요즘 너무 힘들거든요. 처음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업무도 점점 많아지다 보니까 조금씩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시간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는 절대 말씀 못 드리겠네요. 다만 그날 바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미루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쳐내고 있는 것 같아요.
5년 후에 은영님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지금 거의 주력 분야 분야가 산재인데 계속 산재를 담당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후에는 노무사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 사건이라든지 그런 일반적인 이걸 제너럴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제너럴적인 부분까지도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요. 사건 전문으로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알려져서 나중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저를 알고 찾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