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을 담아내는 일

일을 하며 빛나는 사람들 3

by 두유식빵

출판 디자이너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교과서 출판사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박선호라고 합니다. 나이는 24살이고 MBTI는 ENTJ입니다.


출판과를 나오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우셨나요?

네, 제가 대학에서 출판과를 졸업했어요. 정확한 학과명은 미디어콘텐츠과인데요. 출판과에서 시작된 학과다 보니 출판에 대한 것도 배우지만 다른 디자인도 배웠어요. 그래픽 디자인, 영상 디자인, 웹 디자인 그리고 출판 디자인을 배웠고 중심이 되는 건 출판 디자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 수업을 들으셨는데 출판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엔 영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웹 디자인도 관심이 있어서 코딩 관련 자격증을 땄고요. 근데 뭔가 아날로그적인 인쇄물이 주는 그 매력이 좀 있더라고요. 그래서 출판 디자인을 선택했어요. 실제로도 학점이 더 잘 나오는 과목이 출판 디자인 과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난 이걸 잘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출판사에 오기 전에 학교에서도 2년간 일하셨네요. 바로 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희 학교는 3년제였는데요. 학점순으로 15명~20명 정도만 4학년 전공 심화 과정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어요. 4학년 수업도 듣고 싶고, 일도 해야겠는데 뭔가 바로 디자인 일을 같이 해버리면 집중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4학년 수업을 들으며 학교에서 행정 조교를 했어요. 마침 조교를 하면 4학년 등록금이 60% 감면되는 혜택도 있었고요. 내가 진짜 디자이너가 되려면 이 과정은 있어야겠구나 싶어서 4학년 과정 하면서 학교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TMI로 그때 학과에서 7등으로 졸업했는데 입학했을 때도 7등으로 올라갔어요. 럭키 세븐이었죠.


그때의 경험이 지금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 좋은 점은 사실 없어요. 대신에 행정직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더 많이 배웠어요. 일하기 위한 발판이 되게 많이 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잘 말하는 법이나 그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 같은 거요.


아,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경험 생각났어요. 행사를 주최할 때 제가 홍보물, 현수막, 간판, 팻말 같은 것을 직접 다 디자인했어요. 다른 과 조교들은 미리 캠퍼스나 이런 사이트에서 템플릿을 이용해 많이 작업했거든요. 저는 직접 다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학생들 과제도 도와주고, 포트폴리오도 수정해 줬어요. 저도 디자인적인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거죠. 그런 거는 많이 도움이 됐네요.


어릴 때부터 감각이 좋다는 이야기나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이 들었죠. 좀 잘 그린다. 손재주가 있다 이런 얘기는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근데 중학생 때는 아니고 고등학생 때부터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입시 미술을 했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너무 잘한다고 홍대를 가자 막 이랬었는데 입시 미술은 재미가 없는 거예요. 대신 손으로 그리는 것보다는 컴퓨터로 그려서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껴서 디자인과를 가게 되었죠.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과 직업으로서 디자인하는 것의 차이는 어떤 게 있나요?

두 가지가 많이 다른 영역 같아요. 손으로 끄적끄적 그리는 것은 잘하지 못해도 디자인 잘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반대로 그림을 잘 그리는 디자이너도 있는데 그림을 못 그리는 디자이너도 엄청 많거든요. 저도 제 손을 거쳐서 그림을 그리는 건 제가 원하는 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데 디자인은 방향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릇 같은 걸 만든다고 하면 그릇을 손으로 그리는 건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잖아요. 근데 디자인은 실용성도 따져야 하고, 그릇을 활용할 방안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직 경력이 짧지만, 출판 디자이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모든 디자인의 발판이 되는 부분이 출판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2D나 3D를 해도 출판에서 나오는 그리드라고 하죠. 그런 영역 같은 게 없어선 안 되는데 출판은 그걸 굉장히 강조하고 있거든요. 디자인할 때 제일 중요한 여백이나 컬러 사용 같은 건 출판이 진짜 직관적으로 잘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출판을 잘한다고 하면 다른 디자인도 잘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출판사에서 일하며 만드는 교재 같은 경우는 출판의 가장 기초적인 기본 레이아웃 디자인을 포함하고 있어서 처음 배우기에도 좋고 이걸 잘 다져 넣으면 어떤 디자인이든 잘할 수 있는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출판사로 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현재 교과서와 문제집을 디자인하고 계세요. 디자인할 때 단행본과는 신경 쓰고 강조하는 부분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단행본은 챕터마다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나 변형하고 싶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영역이 넓다고 생각해요. 반면 교과서나 문제집은 진짜 흐트러지면 안 되고 정답이 있는 것처럼 통일성 있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디자인이 좀 제한적이라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표지를 디자인할 땐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타사에서 만든 표지를 제일 많이 봐요. 그다음에 핀터레스트 같은 디자인 레퍼런스 사이트 물론이고 다른 것들도 많이 보죠. 그리고 저는 웹이랑 출판을 비슷한 빈도로 같이 많이 봐요. 웹 디자인하는 사이트들이 엄청 많은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세부 요소 찾는 것도 많이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출판물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출판물은 역시 잡지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매거진 B>를 진짜 너무 좋아하거든요. 작년에 <매거진 B>에서 나온 <매거진 C>가 있어요. <매거진 C> 때문에 ‘내가 가구 디자인을 해볼까?’ 이 생각을 했었을 정도로 진짜 좋아해요. 의자가 너무 멋있더라고요. 심심할 때 그냥 봐도 눈이 너무 편안해요. 그 책에 미쳐있었네요.


잡지가 멋진 이유는 뭐라고 해야 할까. 뜬금없잖아요. 정답이 없으니까 사진이 여기 있으면 글이 엄청 생뚱맞은 곳에 있기도 한 거요. 그런 걸 보면 ‘여기에도 넣을 수 있구나’하는 게 딱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이렇게도 배치할 수 있네. 사진을 여기에도 넣었네. 이런 걸 보면서 배우고 감탄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딱 책만 디자인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작업으로는 어떤 걸 하시나요?

최근에는 POP라고 포스터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서점에 깔리는 배너 같은 걸 만들었어요. 그거는 학교에서 일했을 때 너무 많이 했던 거라 어려움은 없긴 한데, 일이 많을 때 가끔 그런 걸 시키면 일정이 밀려서 힘들긴 해요. 그리고 팸플릿 같은 도서목록도 만들었어요. 이렇게 비꼬아서 생각하면 안 되는데 ‘이걸 내가 왜 해?’ 이런 느낌이 제일 강한 것 같네요. 제발 내 영역이 아닌 것들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근데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죠?


편집자와 팀을 이뤄서 작업하실 텐데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어떻게 하시나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일단 저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그리고 해줘야 한다고 보고. 저는 디자인에 전문가고, 편집자는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담당해 주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관계를 생각하면 저는 별 불만 없이 많이 들어주는 편이에요. 물론 작업량이 많아지면 짜증 나긴 하는데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제가 애써서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제가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재고 따지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고요.

그리고 저는 여러 명의 편집자와 동시에 일을 하고 있어서 엑셀로 일정표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있어요. 폴더 관리도 깔끔하게 하고 있고요. 저는 폴더 정리를 할 때 제 다음에 올 사람이 봤을 때를 생각해서 만들거든요. 그래서 엄청 간단하고, 쉽고, 깔끔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제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공유 폴더, 인터넷 크롬, 작업하는 폴더 8개만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힘든 점은 없으세요?

아무래도 창작할 때 제일 힘들어요. 전 수정은 잘하는데 창작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있는 것을 편집하거나 원래 있는 틀에서 변형은 굉장히 잘하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고 하면 진짜 머리가 새하얘지고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 회사에 처음 왔을 때 수정 작업밖에 없어서 빨리빨리 했었는데 창작을 하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보고 나는 진짜 창작을 잘 못 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디자이너를 계속하려면은 새로운 걸 디자인하는 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창의력이 좀 부족한 것에 대한 그런 힘듦이 좀 있네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 중에 편집자가 된 분은 많은데, 출판 디자이너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책 좋아하시나요?

1년에 한 권도 못 볼 정도로 책을 원래 안 좋아했어요. 찍먹은 잘하는데 다 합쳐서 한 권 분량만큼도 다 읽지 못한 적이 정말 많았거든요. 뭔가 집중해서 보려고 하면 다른 게 막 들어왔어요. 근데 요즘은 책에서 얻는 게 많아져서 그런 건지 책을 좋아하게 됐어요. 근래 2~3년 동안에는 책을 사 모으기도 했고요. 확실히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 읽겠지’라는 마음으로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쁜 책, 멋진 잡지 사는 것도 좋아하고, 모으는 것도 좋아해요. 근데 요즘은 책을 읽고 나서 여운이 느끼거나 내가 뭔가 좀 얻었다거나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책이 말해준다는 경험을 했을 때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선호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일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회사에 가기 싫은 건 당연하지만 뭐랄까 일을 안 하고 싶고, 당장 관두고 싶고,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퇴사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잘 안 드는 것 같아요. 그런 불만은 잘 없는데 이왕 할 거면 재밌게 하면 좋잖아요? 근데 직장이 제가 이 일이 재미없게 만들어요. 그래도 저는 일하면 재밌고 좋아요. 저에게 일이란 부정적인 것 같진 않아요. 그리고 제가 돈을 벌어서 뭔가를 사고, 원하는 거를 쟁취하고, 나중을 위해서 모으고 이런 과정이 전부 일해서 시작하는 거니까 전 좋아요. 저에겐 긍정적인 것이네요.


디자이너로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있죠. 저는 늘 말했는데 제 시집을 내고 싶고, 유튜브 채널을 잘 운영하고 싶어요. 이것도 다 디자인이니까요. 시집도 결국은 제가 써야 하잖아요. 그럼 글에도 제 스타일이 보일 거고. 이 글에 맞춘 디자인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잡지 출판해보고 싶고요. 잡지는 정말 제 취향이 한가득 들어간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렇게 저만의 색깔이 왕창 들어간 것들을 좀 하고 싶네요.


5년 후 선호님은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 것 같나요?

5년 후라... 진짜 어렵네요. 일은 여전히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직장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업을 하고 싶은데 아이템이 중요하다 보니 사업을 하는데 망하기 직전에 그 상황일 것 같은데요. 5년 뒤면 그냥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망해도 해도 스물아홉이니까 또 시작하면 되죠. 아이템은 좀 생각해 보는 거로 하고요. 아무튼, 사업을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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