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몸은 어떠니

운동을 위한 운동을 멈추다.

by Aria mind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보니, 남들보다 몸 관리에 철저한 편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어요.

보이는 직업이기도 하고, 전문가로서 설득력 있는 몸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으니까요.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쥐어짜 운동을 유지했습니다. 그게 나를 지탱하는 방식이라 믿었고, 제게 운동은 삶이자 원동력, 그리고 곧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슬럼프와 컨디션 저하가 급속도로 체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에 대해 한 번쯤은 꼭 정리해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과 공부, 자기계발과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이입니다. 뭐 하나를 진득하게 붙들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틈틈이 유산소 운동을 하고 집에는 매트를 깔아 스트레칭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정체되어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내 몸과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전반적인 ‘컨디션’이 훨씬 중요한 나이가 되었음을 깨달은 것이죠.

그때 이런 질문이 스스로에게 들었습니다.


‘지금 내 몸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또

‘왜 나는 비싼 돈을 내는 회원만큼, 정작 내 몸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았을까?’


결국 누군가를 케어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도와주는 건 내 몸인데 말이죠.


요즘 국가 자격증을 준비하느라 앉아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공을 들여 봐야 하는 시험인데

5개월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 사실 벼락치기 입니다. 강의 시간과 일상의 업무, 게다가 2월부터는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하게 되어 몸이 남아날지 겁부터 났습니다.

내 몸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가혹한 주인이 휘두르는 채찍질을요.


어느날 운동을 할수록 불편한 근육통과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소화는 점점 안 되고 에너지는 끝없이 바닥을 쳤죠. 그제야 느꼈습니다. 지금의 운동은 나를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소진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무언갈 더 하기 보다 덜어내기 시작해야 한다는 걸-


일상의 루틴 중에 안좋은 습관을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10년 넘게 하루 두 잔 이상 마시던 커피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의사의 권유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즉각적인 원동력을 주는 건 늘 커피뿐이었고, 어쩌면 수업 에너지 연료로 강제로 몸에 주입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찬 커피를 마시고 몸이 급격히 식는 느낌, 요동치는 심박수를 마주하는 순간, 이제는 찬 음료와도 이별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커피와 찬 음료를 끊어내는 것이 첫 번째 변화였습니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체감되는 느낌은 도파민도, 에너지가 올라가는 느낌도 아닌, 잔잔하게 몸의 안정을 주는 안온한 느낌이었어요.

하나의 나쁜 습관을 끊어내자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틈틈이 커피숍으로 이동하던 불필요한 소비시간도, 지출도 생각보다 상당히 줄더군요.



운동에 대한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바로,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지 않겠다

결심한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왜 운동을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이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그런 식탁 위에 늘 놓는 수저와 같은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요즘 저는 몸에게 말을 거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아바타’ 시리즈의 연장선이지만, 이번에는 감정보다 ‘컨디션’에 더 집중한 부분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혹은 집중해서 일을 마친 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 몸의 컨디션은 지금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지.?’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발목도 살살 움직여 보고 목도 좌우로 돌려보고 아주 작은 움직임을 통해 체크해 줍니다. 부드럽고 가볍게 느껴지는가.


아직 그런 느낌조차 섬세하게 느끼기 어렵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피곤해서 못 하겠어’라고 말해 놓고도, 막상 움직이고 나면 에너지가 살아나는 경험을 우리는 자주 하니까요.

걷기 시작하며 몸의 반응을 읽어봅니다. 살짝 기운이 돋는지, 아니면 여전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이라는 숙제를 억지로 수행하고 있는지 말이죠.

우리가 대회나 촬영을 위해 몸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면, 운동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찰나의 멋진 몸매일까요, 아니면 장기적인 관리 속에서 쌓이는 지속 가능한 삶일까요?


목적을 위한 운동은 폭발적인 성과(outcome)를 만들지만, 습관을 위한 운동은 삶 전반의 질(quality)을 바꿉니다.


가짜 배고픔을 구분하듯, 운동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배가 고플 때 물 한 잔을 마셔보고 판단하듯,

내 몸에 다시 묻는 거죠.

“이 운동은 내일의 나에게 에너지를 줄까, 아니면 오늘의 나를 소진시킬까?”


어느 날 자극도 없고 땀도 거의 나지 않는, 러닝머신 위 30분 걷기를 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저는 오랜만에 아주 개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몸은 그저 자극적이고 강한 운동이 아니라, 심심하게 걷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단순한 움직임이 필요했던 겁니다. 자극이 아닌 그냥 단순한 리듬감 말이죠.

내 몸을 ‘운동했다–안 했다’, ‘운동 전- 후’라는 결과로만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틈틈이 몸의 감각과 그 안에서 올라오는 말들에 귀 기울입니다. 단계별로 몸을 섬세하게 자주 들여다봐 준다면, 몸은 생각보다 쿨-한 보답을 해 줄 겁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몸은 더함이 아닌 덜어내며 길들임을 원했던 건 아닐까요

우리는 그 소중한 신호를 너무 무시하고 몰아붙였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도 내 몸에게 다시 묻습니다.





오늘, 너는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