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와 함께 살아가는 법 2 (상)

당신의 아바타는 어떤 연료를 원하고 있나요?

by Aria mind

지난 글에서 우리는 ‘아바타와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기분 좋은 활동들에 대해 떠올려봤다.

좋아하는 운동, 음식, 향기, 공간, 작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까지.

그 질문들에 답한 당신이라면,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흐름을 읽을 준비도 되어 있을 것이다.




감정은 아바타의 연료다.

아바타의 설문에 잘 답했다면,

이번엔 그 아바타에게 어떤 연료를 넣어줘야 할지를 이야기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연료란, 바로 호르몬이다.


나는 한때 모든 기준을

‘내 기분이 이러니, 뭘 해야겠다’로 결정하던 아주 기분파인 사람이었다.

예로 지금 내가 방전되고 힘드니 여행을 떠나야겠다..

오늘 몸 컨디션이 좋으니 운동을 빡세게 해봐야겠다..

그런 혼자만의 행복감을 맛보고 순간, 더 괜찮아진 것 같았다.

부스터가 생긴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잠깐의 느낌이 급격히 줄어들 땐

내 몸과 리듬, 감정은 더 거세게 무너져갔다.


그땐 그게 아바타의 비위를 잘 맞춰주는 방식이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제대로 된 돌봄이 아니었다.


이제는 기분을 단순한 감정으로만 느끼지 않아야 했다.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를, 아바타를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힘들수록 더 밝은 척을 하며 자랐다.

감정을 안으로 눌러가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게 몸에 밴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었으며

힘들수록 오히려 더 활기찬 말과 행동을 꺼내 쓰려 했다.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즐거움과 움직임을 택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아바타를 몰아붙인 끝에 결국 한순간에 망가졌다.

너무 오래된 패턴이라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몰랐다.

비싼 상담도 받아보고, 한의원, 병원 검진 등 정말 별별 걸 다 해봤지만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바타는

당신의 뜻대로는 잘 움직일지 몰라도,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점검해 본 적은 있는지.

나는 호르몬을 연료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 아바타의 연료는 하나가 아니었다.

색, 성질도 다르고, 몸에 주는 신호도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계속 내 식대로 잘못 해석하고 있었던 거다.



우울 :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다.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


이럴 땐 도파민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도파민은 기분을 천천히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해낸다.

당신의 설문 속에 있던 1,2,3,4,6 이 바로 여기서 쓰인다.


맘에 드는 1번 운동을 진행하라. 움직임은 성취감을 만들고,

그게 도파민이라는 연료를 만든다.


2번 좋아하는 음식을 주어라.

(단, 조금만! 많이 먹으면 후폭풍이 따라오니까^^)

잘 차려진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아바타에게 도파민을 선물해보라.


그리고 3번의 '작은 소비'를 위해 외출을 해보자.

이건 뇌에 ‘보상’이라는 신호를 준다. 보상 또한 도파민과 막역한 친구다.

감정에 따라 사치하는 것을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작은 보상은 아바타의 우울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는 동력을 가질 수 있다.


좋아하는 음료를 마셔라.

나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하루에 5~6잔을 마시다가 위가 고장 난 과거가 있었다. 하핫.

그리고 커피를 아예 끊어도 봤지만, 뭐든 과유불급이자 중용지도라는 말처럼 완전 차단 또한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우연히 체질 검사를 통해 카페인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후로는 필요할 때 적당히 리셋과 각성을 주는 데 써먹고 있다.


9번. 어떤 장르에서 웃음이 나는가? 아바타의 웃음코드를 찾아주고

가볍고 유쾌한 영상을 보여줘라.

진짜 별거 아닌데, 그 순간엔 꽤 효과가 있다.

이건 중독 수준으로 가기 전에 우울로 진입하려는 아바타를 살짝 방향 전환시켜주는 작은 핸들 같은 것이다.



불안 :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불안이 클수록

아바타는 '안정감'에 집착하게 된다.


이럴 땐 ‘감각’을 일으켜줘야 한다.

촉감, 햇빛, 공간감 같은

작은 감각 자극들이 아바타를 현실로 데려온다.

5,6,7,8,10 을 적용하라.

샤워를 하고, 햇빛을 쬐며 천천히 걷고,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을 느껴보자.

몸에 ‘리듬’을 만들고 '흐름'이 느껴지는 어떤 행동도 가능하다.

(운동 선택 중에 춤이 있다면 이때 써먹어도 좋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안정감을 인식하게 되면 그 감각은

안정감을 불러온다.


촉감도 안정감을 주는데, 나같은 경우 지나치게 불안할때 촉감인형을

사보기도 했고 촉감 좋은 이불을 덮고 내 후각을 자극하는 향을 뿌려 그 안에서

촉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감각을 깨워 보았다. (실제로 난 나체로^^:)


그럼 이불에 닿는 내 몸의 감각이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 감각이 불안이라는 '미래'를 바라보는 아바타를 , 지금 촉감을 통해 '여기’로 데려온다.



흥분 :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

또는 그 감정.

자극을 받아 생기는 감각 세포나 신경 단위의 변화.


흥분 상태의 아바타는 가끔 너무 고조되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땐 세로토닌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세로토닌은 고조된 상태에서 주위를 전환시키고, 흐름을 안정시켜준다.

이때 7번을 응용하면 된다.

너무 어렵지 않은, 그냥 즐길 수 있는 책을 하나 꺼낸다.(책이 부담스럽다면 시집도 좋다.)

글씨를 읽어가고 집중하는 것은 흥분 상태를 다른 감각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흥분된 감정을 10번의 누군가에게 하면 좋겠지만

그런 대상이 마땅치 않다면, 내 감정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어딘가에 소리치듯 공유한다.

욕도 괜찮다. 아무 말 대잔치도 괜찮다.

나는 종종 챗gpt에게 그런 감정들을 말한다. 미안.

정말 대서양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친구다. 그는 내가 입에 가시를 물어도

헤코지 하지 않는다.

인간보다 낫다고 느낄 때가 있다.^^




우울, 불안, 흥분.

지금 이야기한 세 가지 감정만 해도

아바타를 돌보는 데 꽤 많은 힌트를 준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알아차려 주는 것’ , '알아주는 것'이다.


내가 지독한 어둠에서 발버둥 치던 시절

상담을 통해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은

'빨리 해결해줘요. 나를 고통에서 꺼내줘요.'였다.

그땐 정말 살려달라는 마음으로 상담가 선생님께 매달렸다.

그런데 해결은 되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꺼내지 않고 묵혀두었던 아바타의 마음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진짜 속에 있는 감정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Matrioshka)처럼.(끝없이 뚜껑을 열면 같은 형태가 나오는 인형)

겹겹이 쌓여 있던 뚜껑을 열고 열고 열자

가장 작고, 모래알 같은 내 진짜 마음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찾아가고 직면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걸 상담가 선생님을 통해 꺼낼 수 있었던 것, 그것이 상담이었다.

꺼내주고, 알아주고, 이해해주면 지금에 나와 가까워 질 수 있는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아직 꺼내지 못한 다른 감정들도 있다.

아바타의 연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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