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Wellnessmate 열흘 살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청땅을 밟는다.
아마도 자동차로는여러 번 스치고 지나갔을텐데 이렇게 내 두발로는 처음이다.
차에서 내리니 벌써 공기부터 다르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니 산청읍임에도 불구하고 빙 둘러 산들이 겹겹이 보이고 그 위로는 파란 하늘이다.
그래서 이름이 ‘산청’일까? 산과 푸를 '청'색만 보이니까 말이다.
첫날 든 생각이지만 산청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참 맞는 말이다.
겹겹이 보이는 산들과 푸른 하늘이 매일 너무 이쁜 곳이다.
산들에 호위를 받는 아늑한 요새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편안해진다. 보호받는 느낌이랄까.
이곳에 오기 전에는 산청에서 보이는 산은 다 지리산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높은 산은 꽃봉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뒤에 웅석봉이 있고 그 너머가 지리산이라네.
생각보다 꽃봉산이 높아 지리산이 가리워진다.....
바리바리 싸온 여행 짐들을 대충 던져놓고 읍내 탐방에 나섰다.
산청 경찰서, 산청 도서관, 산청 교회, 산청 시장 등이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었다.
베스킨라빈스와 롯데리아도 보인다.
나에게 있어 루틴과도 같은 어느 곳을 가든지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있다.
바로 하나로 마트와 다이소다.
이 두 곳만 있다면 어느 곳을 가든 우리나라 여행이 불편할 리가 없다.
하나로마트는 먹거리를 책임져주고 다이소는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상용품 모두를 망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하나로마트는 보였는데 다이소는 없는 듯 했다. 혹시라도 빼먹고 온 것은 없겠지……?
그.런.데. 갑작스레 예상못한 풍경을 만났다. 거리 곳곳에서 불쑥불쑥 벽화가 보인다.
다른 곳의 벽화와는 좀 다르게 마치 채색 수묵화를 그린듯, 세지 않은 색채감으로 산청의 이미지와 맞도록 은은하게 그려진 벽화들이 많았다.
'여기 벽화가 있어요~!'라고 알리듯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으로 칠해진 벽화가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산청읍의 과거 일상을 드러낸 벽화들은 산청읍과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일단, 다 차치하고, 너무 이쁘다!!!!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장답게 벽화의 내용은 대부분 엣날 이야기 같은 것이 많았다.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고 벽화 속 이야기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재밌다.
여러 날 돌아다니며 새로운 벽화를 만나게 되면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다. ㅎㅎ
동네 탐방의 결과는 A+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필요한 곳이 자리잡고 있고 바로 숙소 옆은 아침 저녁으로 한바퀴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다.
더군다나 사방이 산이라 풍경도 좋고 머리 위에 자리잡은 하늘은 참 파랗고 이쁘다.
무엇보다도 현지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 나도 있게 되어 뭔가 여행객이 아니라, 현지인 아닌 현지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숙소에서 나가는 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좁은 길인데 중간 중간 집들을 헐어 내고 그 자리에 만든 듯한 무료주차장이 있었다. 아마도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주차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수도권에는 항상 주차난이 심각한데 이렇게 여유있게 주택가에도 주차장이 있으니 생활하기 편리할 거 같다. 주차난이 없는 세상이 좋아요~~~ 주차장 사진을 막 찍으니 지나가시던 할머니가 쳐다 보신다. 여행와서 주차장 찍는 사람 나 밖에 없겠지? ㅎㅎ
한바퀴 돌아보고 나니 든 생각, 정말 힐링 산청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