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Wellnessmate 열흘살기
산청 Wellnessmate 열흘살기
산청에서 환상의 커플을 만났다.
바로 정취암과 카페 '소북'이다. 정취암의 잔향이 깊게 남아 카페 '소북'에서 잔향의 여운을 즐겼다.
산청읍에서 신등면에 위치한 정취암까지는 14km로 25분 가량 걸린다. 가는 길이 오르막에다 커브길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취암에서 역시 신등면에 위해한 카페 '소북'까지는 8.2km로 10분 좀 넘게 걸리니 동선이 좋다. 정취암을 보고 한옥 북 카페인 '소북'으로 간다면 완벽한 여행이다.
정취암은 산청군 신등면 대성산 기암절벽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사찰이다. 산청에는 참 산도 많다. 처음에는 지리산만 있는 줄 알았는데 꽃봉산, 왕산, 팔봉산, 그리고 오늘은 대성산을 만나게 된다.
사진 한 장 만으로도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는 정취암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상서로운 기운이 가히 금강산에 버금간다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일컬어졌다. 의상대사는 금강산에는 원통암을 세우고 대성산에는 정취사를 창건하였다.
사찰로 향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커브길은 말할 것도 없고 경사가 있어 어느 순간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산을 거의 올라가 정취암까지 아스팔트 길이 정말 잘 정비되어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처음에 만나게 되는 주차장은 규모가 꽤 크다. 큰 대형버스도 주차가 가능할 듯 보인다. 정취암은 이곳에서 500미터 떨어져 있다. 그래서 좀 더 올라가봤더니 작은 규모의 주차장이 또 나왔다. 여기는 10대도 채 주차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자리가 많다.
여기에 주차하고 슬슬 정취암으로 걸어가본다. 정취암이 코 앞이긴 하지만 오르막 내리막의 경사가 꽤 있어서 마냥 쉬운 걸은 아니다. .
기암절벽 위에 세워진 정취암은 정말 작은 사찰이다. 정면에 보이는 가장 큰 건물이 원통보전으로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이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조선 후기 작품이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원통보전 앞은 생각보다 넓다. 워낙에 절벽위에 세워져 있어 아예 공간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반반한 마당이 있어 반갑다. ㅎㅎ 생각보다 넓은거지 진짜 넓은거는 아니다. 대부분의 절들의 대웅전 앞 마당을 생각한다면....여긴 진짜 마당이라는 말을 할 수도 없다….
돌계단을 조금 올라가니 삼성각, 정취전, 응진전이 자리잡고 있다.
이 중 삼성각에는 산신탱이 있다. 이것은 1833년에 제작된 것으로 가로, 세로가 각기 150센티미터 크기의 불화이다.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행차하는 것을 협시동자가 받들고 있는 형상을 모샤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의 주제는 불교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토속신앙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삼성각 안 뒤편을 유리로 만들어 탱화를 볼 수 있게 해 놓아서 워낙 귀해서 내놓기 어려웠나 보다 싶어…힘들게 사진을 찍었건만…
삼성각 바로 뒤편으로 가니 탱화를 바로 1열에서 직관 할 수 있었다. 이런~~^^
이곳은 정말 좁은 기암절벽에 세워져 있어 조심해야 한다. 조금만 앞을 내다보면 그냥 낭떠러지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들판이 정갈하고 이곳에 서 있는 내가 왠지 대견해지는 느낌.
불자가 아닌 눈으로 보기엔 뷰가 다한, 작지만 단아한 아름다운 사찰이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람쥐를 만났다.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다.
아이 예뻐라~~~
대성산을 내려오며 든 생각이지만 작은 사찰을 위해 이렇게 좋은 길을 놔주어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 길이 없었다면 저 멋진 모습을 보기 불가능했을듯….내 차도 오늘 고생이 많다!
산에 있어 기암괴석의 바위란 존재는 산을 더욱 멋지게 보이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여기에 작은 사찰까지 있으니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그 오래 전 이런 험지에 사찰을 세울 생각을 했던 의상대사와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정취암 정말 멋지당!
사실 정취암에서 멋진 뷰를 감상하며 잠시 쉬고 싶었지만 절벽 위에 세워져서인지 어느 곳하나 만만히 앉을 곳이 없었다. 이대로 떠나기에는 왠지 아쉬운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여운을 좀 더 느끼기 위해 한옥 카페에 가고 싶어졌다.
정취암에서 차로 10분 좀 넘게 달리면 카페 '소북'이 나온다.
'소북'은 한옥 북카페다. 멋드러진 대문에 정갈하고 고운 글씨로 '소북'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문을 지나 한걸음 발을 내디디니.....
세상에나! 한옥 카페가 진짜 진짜 이쁘다!!
직사각형의 구조 안에 맞은편에 한옥이 자리잡고 잔디가 깔리고 곱게 단장한 나무들과 꽃들.....
한 눈에 마음에 쏙 들었다.
신발을 벗고 안채로 들어가면 주문을 하는 곳이 나온다. 여느 카페들처럼 커피와 음료, 샌드위치와 간단한 디저트류가 있다. 그 사이사이에도 책들이 꽂혀 있고.
카페 '소북'의 실내는 정갈하고 이쁘면서도 '여기가 한옥이구나'를 한순간도 잊지 않게 해준다.
아, 여기에는 '밀당책방'이 있었다.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북 카페가 맞긴 맞다!
책들에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고 책도 보고 하며 오후를 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실내를 둘러보고 정원으로 나왔다.
꽤 넓은 정원에 여기저기 숨겨지듯 테이블이 놓여있고 파라솔이 있어 한낮의 햇빛을 막아준다.
이쁘게 잘 가꾸어진 나무와 꽃들. 수국과 별수국, 루드베키아, 정말 너무 커서 가짜인줄 알았던 진짜 백합도 너무나 싱그럽게 활짝 웃고 있다.
정원 한켠에도 별채가 있어 그 안에 책이 꽉 들어차 있었다. 언제든지 읽고 제자리에 두면 된단다.
책을 읽을 예정은 아니었으나 책들이 가득차게 들어선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자리는 이곳이다.
여기에서는 정원 전체와 한옥집 그리고 대문까지 한 눈에 조망되는, 내가 생각하기에 명당인 자리다. 물론 내 기준에서 말이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한옥의 아름다움과 정원의 싱그러움, 화려함을 즐기고 또 즐겼다.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도 좋았고!
아, 대문 바로 양 옆으로 행랑채가 있다. 행랑채...여기가 행랑채 맞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양 옆 행랑채에는 한곳은 좌식, 한곳은 테이블이 있어 친구들과 수다떨기 좋게 되어 있다. 딱 한팀만 들어갈 수 있는 아늑한 곳이다.
가까이만 산다면 매일 오고 싶은 곳.
카페 '소북'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