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2편 I 몰타 어디까지 가봤니?
지난편에서 몰타에서 꼭 봐야할 발레타, 고조섬, 마샬슬록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몰타는 작지만 정말 알차게 볼거리가 숨겨져 있는 보석같은 섬입니다. 몰타 여름이 코발트 블루 빛의 바다를 즐길수 있다면 몰타 겨울은 옷을 따뜻하게 차려입고 타박타박 주변을 둘러보며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 여행에 익숙한 여행자들에게 유럽인듯 유럽아닌 독특한 풍광과 분위기 그리고 몰타만이 가진 색감을 선사해줍니다. 여름 몰타여행이 바다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겨울 몰타여행은 몰타섬 자체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보면 좋을거 같아요. 기온은 15도 정도이며 햇빛도 정말 좋은데 몰타가 높은 산이 없어서 그런지 바람이 항상 불어옵니다. 그래서 옷을 좀 더 따뜻하게 입으시면 좋답니다. 그리고 지중해성 기후라 그런지 비가 자주자주 내리는 편인데요. 워낙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아침에 비온다고 절대 실망하지 마시길! 금방 맑아진답니다.
몰타에서 대중교통은 버스입니다. 모든 버스는 대부분이 다 발레타 시티게이트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합니다. 따로 버스터미널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넓은 부지 위에 각 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노선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용하기 무지 무지 편해요. 블루 그로토를 가기 위해서는 A5존에서 74번 버스를 타면 되는데. 타는 곳에 버스 표지판과 지도, 그리고 시간표가 잘 나와있으니 참고하세요. 버스가 자주 있지는 않아요. 발레타 시티게이트에서 블루그로토까지는 45분정도 걸렸어요. 몰타가 작고 사실 이동거리도 짧은데 버스가 여기저기 돌아가다보니 어디를 갈려고 타면 무조건 한시간은 걸리는거 같아요 ㅜㅜ 시간이 촉박하신 분들은 렌터카도 참 좋을거 같네요!
블루 그로토와 그 주변을 보트를 타고 돌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겨울에는 잘 운행을 안하는것 같았습니다. 제가 간 날도 보트트립을 할 수 없었어요...겨울여행의 아쉬운 점이네요.
블루 그로토 주변이 풍경이 너무 좋고 햇빛도 너무 찬란해서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불어서 머리가 마구 날리죠. 여기에서 거석신전이 있는 Hagar Qim까지는 버스를 타지 않고 슬슬 걸어갔습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걷는 느낌이 너무 좋으니 꼭 걸어보세요^^ 블루그로토에서 Hagar Qim까지는 버스로 한두정거장 정도였습니다. Hagar Qim 정거장에 도착하며 다음 버스시간 꼭 확인하세요. 버스가 많지 않으니 시간을 잘 맞춰야해요. 시간표를 보고 일단은 점심먹으러 레스토랑으로 이동. 딱히 레스토랑이 많지 않아서 Hagar Qim 입구에서 가까운 몰타 음식을 한다고 광고하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네요. 몰타와인, 생선요리와 파스타 주문, 카푸치노로 마무리~~~맛있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건 파스타 양이 정말 많아서 행복^^
점심을 든든히 먹고 바닷가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저멀리 하얀 지붕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Hagar Qim이에요. 거석신전 Hagar Qim은 기원전 3세기에 지어진 걸로 알려져있어요. 지구상에 있는 가장 오래된 종교유적지중 하나이며 1992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또한 거석들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날씨와 바람 등에 영향받기 쉬워 2009년에 보호 텐트가 세워졌다네요. 몰타 바람이 정말 세긴 세요^^
Hagar Qim을 지나 더 바닷가로 내려가면 정말 광활한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고조섬의 아주르 윈도우처럼 생긴 아치형의 멋진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저기까지 내려갈 수도 있긴한데 바람이 너무 불고 바닷물이 진짜 시퍼래서~~~위에서만 봤네요.
제가 사진을 찍은 자리는 Walter Norris Congreve라는 영국장교이자 몰타 총독이었던 사람의 기념비가 있는 곳입니다. 그는 위 사진 저 멀리 보이는 Filfla섬과 몰타섬 사이에 매장되었다고 하네요. 저 멀리 보이는 Filfla섬은 선사시대 토기도 발견되고 신전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몰타에서는 가장 작은 섬중의 하나이구요.
Ħamrija Tower는 주로 바다를 감시하는 탑입니다. 지금은 복원이 되어서 깨끗한 모습. 타워에 기대어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참 좋았던 곳이라 쓰다보니 얘기가 길어졌어요^^
임디나는 1570년 몰타의 수도였으며 견고한 요새로 둘어쌓여져 있었습니다. 한때 영화를 누렸겠지만 발레타로 수도가 이전한 이후 인구가 급격히 줄어 지금 현재는 300명 정도이며 그래서 'Silent City'라고도 불리워진다네요. 임디나 외곽에 있는 라밧지역에는 만천명정도가 거주하여 좀더 활기차구요. 임디나는 8세기에 세워진 도시인데 진짜 그때 이후로 시간이 멈추어진 느낌이었어요.
성 바울 대성당은 12세기에 지어진 성당으로 임디나의 대표 성당입니다. 1693년 지진으로 많이 훼손되었고 그 뒤 바로크 스타일로 재건되었다고 하네요. 발레타에 있는 까떼드랄들보다 더 아랍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다 핑크빛이 감도는 모래색감이 짙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거 같습니다. 성 바울 성당의 색감이 임디나의 색감이라고 보면 딱 맞을거 같아요. 작지만 단단하고 잘 여문 느낌의 임디나는 정말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했습니다. 겨울이라 더욱 그러했겠지요.
임디나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느꼈던 건데 좁은 골목길들이 모두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굽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골목길 저 끝에 누가 오는지 알수가 없죠.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단 이렇게 커브가 진 골목이 환기가 더 잘되며 또한 적의 화살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가 쉽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직선으로 된 길보다 금새 앞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니 그렇겠지요. 임디나에 가시면 이 커브골목의 매력에 한번 푸욱 빠져보세요^^
임디나의 견고한 성문을 나서 왼쪽 편으로 내려오면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51, 52, 53번 버스를 타면 발레타로 올수 있었어요. 발레타로 가는 버스는 제가 묵고 있는 슬리에마 지역을 지나갔습니다. 대충 15분에 한대인데 발레타까지는 45분 정도 걸렸어요(버스비 2유로 정도). 몰타 버스는 우리나라 시골지역 버스처럼 여기저기 들러서 가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로 보여도 거의 한시간은 걸리고 출퇴근 시간에는 차도 많이 막힌답니다. 사람도 꽤 많은 편이라 당연한 말이지만 앉을 수 있으면 앉는게 좋아요 ㅎㅎ 참 블루 그로토에서도 201번 버스를 타면 이곳 임디나('라밧'이라고 버스에 쓰여있어요. 라밧은 임디나 바로 아랫동네)로 바로 올수 있어요 한 50분 정도 소요.
발레타 어퍼 바카라 가든에서 그랜드 하버를 내려다보면 건너편에 보이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쓰리 씨티즈인데요. 작은 세 개의 도시랍니다. 그 중에서 저는 비토리오사[Vittoriosa]를 가봤는데요, Birgu라고도 부른다네요. 아니 Birgu라고 더 많이 부르는거 같았어요. 발레타나 마샬슬록에서 버스를 한번 타면 갈 수 있는 곳이랍니다. 또한 발레타에서 그랜드 하버를 배를 타고 건너는것도 가능했어요.
비토리오사에 들어서니 정말 너무 이쁜 발코니를 가진 집들이 너무 많았어요. 몰타는 발코니로 유명합니다. 원래 발코니는 이슬람 문화에서 여자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 발코니에서 바구니를 내려 물건을 사거나 짐을 오르내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자로서는 슬픈 사연을 가진 곳이지만....그후 아랍의 지배가 끝난 후에는 이곳 사람들이 발코니를 이쁘게 꾸미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하네요. 발코니를 이쁜 색으로 칠하고 유리를 달고 장식을 한거죠. 그래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멋진 발코니를 가진 나라가 되었어요.
혹시 여행가신다면 자세히 살펴보세요. 너무 이뻐서 점점 빠져들어갑니다!
비토리오사 메인 광장에서 언덕을 슬쩍 내려오면 금새 그랜드 하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랜드 하버에는 정말 많은 요트들이 즐비했어요. 저 요트의 주인들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지네요. 비토리오사는 요새의 도시답게 대포들도 해안가를 따라 줄서 있었습니다.
전쟁박물관도 멋지고 견고해 보이는 성벽도 인상적이지만, 제가 비토리오사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바로 발코니가 이쁜 골목길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바랜듯한 색감도 맘에 들었고, 오래되었지만 너무나도 깔끔한 거리와 손때 묻어서 오히려 더욱 찬란해 보이는 하나하나가 다 눈을 뗄수가 없었어요. 수도인 발레타보다는 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네요.
저는 몰타여행을 하는 내내 슬리에마[Sliema]라는 지역에 있는 Pebbles Boutique Aparthotel에 머물렀어요. 이 호텔의 압권은 테라스에 나가면 아니 소파에 앉으면 기가막힌 뷰가 펼쳐진다는 점이에요. 아침에는 일출을 방안에서 볼수 있구요. 하루종일 멋진 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슬리에마 머물렀던 호텔: Pebbles Boutique Aparthotel
http://www.pebblesaparthotel.com/
꼭 슬리에마가 아니더라도 세인트 줄리앙스나 비토리오사도 머물기에 좋은거 같았어요. 당연히 발레타도 좋구요. 하지만 전 다음에 간다면 마샬슬록에 묵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네요! 여름이라면 고조섬이나 코미노섬도 좋을거에요. 여행에 정해진 답이 없듯이 숙소에도 정답이 없겠지요^^
몰타에는 이외에도 볼거리도 많고 또 걸어보고 싶은 길들도 참 많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헛헛한 흙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수영을 포기한다면....ㅜㅜ 겨울 몰타여행 참 좋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모두에게 몰타가 좀 더 사랑받는 여행지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