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화림동 계곡의 진주, 팔담팔정의 시작 거연정

함양 일주일살기

by 별나라

함양군 서하면 화림동 계곡은 옛 조선시대에 과거보러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60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이었다. 아름다운 정자와 시원한 너럭바위가 많고 옛날부터 8개의 못과 8개 정자 즉 팔담팔정이 있는 곳이다. 함양은 선비 마을답게 수많은 정자와 누각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화림동 계곡의 진주, 8개의 못과 8개 정자의 시작은 단연코 거연정(居然亭)이다.

정자의 이름 '거연(居然)'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거연은 주자의 시 에서 따온 것으로, '물과 돌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편히 머문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거연정을 간 날은 그 전날밤부터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 다음 날이었다.

아직도 비는 완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거연정'을 꼭 보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갔었다.

fㅏ를 일

거연정에 가기 전 거북이 비석을 만날 수 있었는데, 거북이 형상의 좌대 위에 세워진 이 비석은, 전통적으로 장수와 굳건한 보호를 상징한다고 한다. 정자와 조화를 이루며 길손을 맞이하는 의미도 담긴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역시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거북이 비석을 지나 가파르게 내려가면 무서울정도로 황톳빛 계곡이 손님을 맞이한다. 전날 밤 내린 폭우로 인해 성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고함치듯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좀 무서운데? 싶을 정도다.

거북이 비석을 내려가면 곧바로 거연정으로 향하는 나무다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옆과 밑으로 엄청난 수량의 물이 포효하듯 지나가고 있었다. 건너가도 될까 싶은데 벌써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건너고 있었다.

거연정 나무다리 위에서
하천의 암반위에 세워진 정자라니,
이런 정자는 처음이다!

거연정은 계곡에 있는 울퉁불퉁 커다란 암반 위에 올라타 있었다.

어떻게 이런 기암괴석 위에 정자를 지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엄청난 폭우가 내린다면 어쩌면 떠내려 갈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언제 누가 지은 정자일까?


거연정은 1640년(인조 18년),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유학자 전시서(全時敍)가 화림재 서원을 조성하며, 억새로 지은 초가 누정 형태로 처음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화재로 인해 소실되고 복구되는 과정을 거치고,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이후 1872년 전시서의 7대손 전재학이 서원의 나무로 지금의 정자로 재건하였다. 현재는 경남 유형문화재 제 433호이자 명승 제86호로 지정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거연정은 암반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거연정의 기둥 높이는 바위 구조에 따라 서로 달라, 자연 지형에 맞춘 소박하면서 균형 잡힌 조형미를 만들어 낸다. 신기하면서도 위태로운 모습이 거연정을 더 아찔하도록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거연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팔작지붕으로, 중심에 작은 방이 있고, 사방으로 마루가 둘러져 있다. 그래서 정자 어디에서건 360도 조망을 선사하고 있다.

거연정은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데,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누가 뭐래도 단풍, 그리고 겨울에는 설경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사실 지금쯤이면 계곡물에 발 담그고 거연정을 바라봐야하는데 한층 불어난 물로 위험한 시도는 하지 않기로~~

거연정을 더 멋지게 보려면 철교다리를 건너 가서 보면 된다. 그곳에서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의 거연정을 만날 수 있다. 거연정 안에 있을때 보다 멀리서 보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단순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이 정자에서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며 삶의 위로를 받았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 날이 좋은 날 다시 와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궁금해 하며 거연정을 떠났다.

군자정

거연정 바로 근처에는 군자정이 있다. 거연정과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역시 초여름 녹음에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군자정은 1802년, 화림재 전시서의 5대손인 전세걸, 전세택이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함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일두 정여창(1450–1504)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일두 정여창 선생은 이곳 처가가 있는 이곳 봉전리 마을에서 처가를 방문할 때마다 절경을 내려다보던 곳이라 알려져 있어, ‘군자정’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군자정은 거연정과 마찬가지로 하천의 암반위에 세워져 있어 역시 물과 녹음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암반위의 군자정

앞으로도 거연정과 군자정, 그리고 선비문화 탐방길에 있는 많은 정자들이 자연재해를 잘 견뎌내고 오래도록 이 모습 이대로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 단아하고 자연과 합치되는 아름다운 풍류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힐링하며 스스로 즐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거연정부터 광풍루까지 선비문화탐방길을 걸으며 주옥같은 정자와 누각들을 하나씩 다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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