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 끓인 한 그릇의 사랑, 안의갈비탕

함양 일주일살기

by 별나라

함양군 안의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풍루다. 조선시대 일두 정여창이 중건한 이 누각 아래로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작은 면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갈비집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선비문화탐방길을 마치고 비를 피하고자 서둘러 안의면으로 돌아왔는데 다행히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늦은 점심이지만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모퉁이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커피를 사며 여사장님께 여쭈어보니 안의갈비탕을 가장 먼저 추천해 주셨다. 그런데 갈비탕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 끌리지 않았고 다른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니 순두부와 흑돼지 수육을 추천해 주셨다. 몇 군데 리스트를 받고 가장 먹고 싶었던 순두부와 흑돼지 수육을 먹으러 갔으나.....늦은 오후라 그런지 문이 잠겨 있었다.

추천받은 안의면 황금콩순두부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을 여행하다보면 밥 시간이 지나면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다시 편의점으로 가 새로운 곳을 추천받고자 했으나 다들 문을 닫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추천을 받았고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도 추천해 주셨던 안의갈비탕을 먹으러 갔다. 위치는 뭐 안의 버스터미널 바로 인근이다.

사실 갈비탕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맛'이라 큰 기대는 없었다.


근데 왜 안의면이 갈비탕으로 유명한 걸까?


설렁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맛의 세계, 그 깊고 담백한 갈비탕 국물 속에는 한 가지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한다.


안의는 지금은 작은 면(面) 소재지지만, 예전에는 거창과 함양을 거느린 안의현(安義縣)이었다. 영남 사림파의 거목 일두 정여창과 실학파의 태두 연암 박지원도 한때 이 고을의 현감을 지냈다. 그래서 조선시대 안의현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라고 한다. 덕유산 고개를 넘어 영남과 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고, 선비들의 학문이 꽃피웠던 고장이었다. 더불어 함양은 예로부터 한양을 기준으로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하여 조선시대 유교의 양대 산실로 꼽혔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 안의에 소시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다. 안의는 영남의 소들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고, 덕유산 자락의 풍부한 목초지에서 기른 질 좋은 한우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1970년대 영호남 한우 집산지로 영남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안의 소시장과 함께 도축장까지 있었다고 한다.


삼일식당

소시장과 도축장이 있던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소고기 요리 문화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소의 부산물이나 뼈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소고기 음식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싼 살코기는 한양으로 올려 보내고, 남은 것들로 만든 음식이 바로 안의갈비탕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갈비탕에 관한 기록은 1890년대의 궁중연회 상차림에 보이고 있으나, 갈비는 그보다 먼저 고려시대말부터 먹어온 것으로 추측된다는 기록이 있지만, 안의의 갈비탕은 궁중 음식과는 다른 서민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정육점에서 살코기를 발라낸 후 남은 갈비뼈를 저렴하게 구입한 서민들이, 긴 시간 푹 끓여 우러난 진한 국물로 끼니를 해결했던 것이 안의갈비탕의 출발점이었다.

안의갈비탕에는 효심의 전설이 깃든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안의 지역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갈비탕의 깊은 맛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옛날 안의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딸이 있었다. 어머니는 병이 들어 누워계셨고, 딸은 날마다 어머니께 드릴 보양식을 걱정했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에 좋은 고기를 구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정육점에서 버려지는 갈비뼈를 얻어왔다. 살점이 거의 없는 뼈다귀였지만, 정성껏 씻고 또 씻어서 큰 솥에 넣고 밤새도록 끓였다. 하얀 거품을 걷어내고, 파 한 뿌리, 소금 한 줌만 넣어 우려낸 국물은 맑고 깊은 맛이 났다.

매일 아침 이 국물을 어머니께 드렸더니,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병이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딸의 효성이 담긴 갈비탕 한 그릇이 약보다 더 좋은 보양식이 되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안의 사람들은 갈비뼈로 끓인 국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효심과 사랑이 담긴 보양식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안의갈비탕만의 특별함

안의갈비탕은 다른 지역의 갈비탕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차이는 국물의 색감이다. 마치 설렁탕처럼 다소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다른 곳의 갈비탕은 맑은데 약간 갈색의 빛이 도는 것과는 좀 달랐다. 그렇다고 설렁탕이나 사골처럼 국물이 아예 뽀얀 것은 아니다. 살짝 뽀얀 느낌이 난다는 것.

만드는 법은 쇠갈비를 5, 6㎝로 토막내서 맹물에 뼈에 붙은 고기가 떨어질 정도로 연하고 흐물흐물해지도록 푹 곤다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안의만의 특별한 손맛이 더해진다. 비결은 모든 요리가 다 그렇겠지만 ㄴ시간과 정성이다. 최소 6시간 이상, 때로는 하루 종일 푹 끓여 우려낸 국물은 진한 유백색을 띠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갈비뼈에서 우러나온 콜라겐과 단백질이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하고, 긴 시간 우려낸 뼈 속 영양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최고의 보양식이 된다.

안의면 초입 광풍루 인근에는 여러 곳의 안의갈비탕 집이 밀집해 있으며 이제 이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각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비법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 조리법과 정신만은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화학조미료나 인공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오직 갈비뼈와 시간, 그리고 정성만으로 만들어내는 깊은 맛이야말로 안의갈비탕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편의점 여사장님 말로도 지나가던 할아버지도 안의갈비탕을 극구 추천해주셨는데 우리가 다른 메뉴는 뭐가 없을까요 했더니 다른 것도 맛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의갈비탕 한 그릇 꼭 먹고 가라고 하셨다. 주민분들의 자부심도 매우 크다.

안의갈비탕 한 상


그렇다면 안의갈비탕의 맛은 어떨까? 내가 사는 곳도 갈비탕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고 갈비탕 맛은 너무 잘 아는 맛이라 사실 다 거기서 거기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국물맛이 달랐다. 유백색의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나름 조미료 맛을 잘 알아낸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조미료 맛은 나지 않았다. 소 뼈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무엇보다 고기가 정말 풍부하게 많이 들어 있었다. 야들야들 잘 익은 소고기를 양파간장에 찍어 먹으면 끝없이 들어간다. 밥은 당연히 나오고 소면이 나와서 말아먹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국물까지 완뚝!

여행을 끝내고 되돌아보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이 '안의갈비탕'이다.

다음에 함양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반드시 안의면에 들러 한 그릇 먹고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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