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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기의 거석이 펼쳐낸 장관, 화순 고인돌 유적지

화순일주일살기

by 별나라


전남 화순에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순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 고창, 강화와 함께 전 인류가 보호해야 할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를 잇는 5km 보검재 계곡을 따라 596기의 고인돌이 밀집분포하고 있다. 발견당시 숲속에 고인돌이 묻혀 있는 비교적 원상 그대로였고, 고인돌의 보존상태도 매우 양호하였다고 전해진다. 주변환경은 영산강 지류인 넓은 평야가 있는 지석천과는 불과 2km 정도 떨어진 계곡에 고인돌이 있고, 인근 마을안 뿐만 아니라 주변 평지와 구릉에도 많은 고인돌이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군락지라니... 이 정도면 어떻게 안가볼 수가 있을까?

막상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생각보다 엄청 컷고 관리도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역시 세계문화유산이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 고인돌 유적지 가을 꽃 축제

고인돌을 만나러 왔는데 이곳에는 2025년 10월 17일(금) ~ 10월 26일(일), 총 10일간 가을꽃 축제가 열렸었다. 그래서 그런지 축제는 끝났지만 아직 가을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입구를 들어서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해바라기가 정말 즐비하여 피어있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고인돌은 잠시 잊어버리고, 해바라기, 코스모스 꽃밭속으로 그냥 빨려들어갔다. 규모가 엄청 크고 그리고 너무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정말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이랄까.


정말 드넓은 해바라기 밭은 오래간만에 본다. 가을 꽃 축제가 끝났다는 것이 무색할정도로 해바라기들은 아직 싱싱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해바라기가 끝나면 곧바로 코스모스들이 이어지는데, 벌들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헤비라기와 달리 코스모스들은 이미 많이 지고 있었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이다보니 깊은 가을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인가 보다. 그래도 여전히 청조한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한다.

코스모스의 향연이 끝나면 곧바로 가을 국화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국화꽃은 그냥 두어도 이쁜 꽃인데 이곳에는 정말 이쁘게 꾸며져 있다. 국화터널도 있고 국화 우체통도 있고....정말 정교하게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린다.

가을 꽃을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을 꽃들을 만나니 마음이 꽉 채워진 느낌이 든다. 꽃축제가 끝났지만 방문객도 여전히 많아서 북적북적하고 푸드트럭에서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도 해서 축제같은 기분이 든다.


화순 고인돌 유적,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가을 꽃 구경에 잠시 넋이 나갔지만 이제는 고인돌을 만나러 갈시간이다.

'고인돌'이라는 말은 큰 돌을 괴어 만든 무덤이라는 뜻이다. 주로 청동기 시대 (약 기원전 1000년~기원전 300년 무렵) 사람들의 무덤이라는 사실! 시신을 안치한 위에 넓고 평평한 덮개돌(상석)을 얹은 구조로 되어 있다.

고인돌은 또한 주로 지배층이나 부족장급 인물의 무덤으로 추정되며 덮개돌 아래에는 시신과 더불어 청동기, 토기, 돌도끼, 옥 장신구 같은 부장품이 출토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고인돌은 단순한 무덤 이상의 의미로 권력과 신앙, 공동체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이곳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유네스코 등재 세계 문화유산이자 국가 사적 제410호로 지어되어 있고, 괴바위 고인돌군(47기), 관청바위 고인돌군(190기), 달바위 고인돌군(40기), 핑매바위 고인돌군(133기), 감태바위 고인돌군(140기), 대신리 발굴지(46기) 등 군집별로 밀집 분포하고 있다.

관청바위 고인돌군

관청바위 고인돌군의 관청바위는 옛날 원님이 보검재를 넘다가 이 바위에서 쉬면서 민원을 처리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또 달바위는 도로 아래쪽에 있는 달덩이처럼 둥근 타원형 고인돌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달바위 고인돌군(우)

관청바위 고인돌군, 달바위 고인돌군을 지나면 보검재가 나온다. 표지판에 의하면 도곡종합안내소에서 이곳까지 2km라고 되어 있다. 도보로 40분이라 표시되어 있다. 생각보다 긴 거리다. 그래서 그런지 셔틀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산책하듯 걸어가며 고인돌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검재는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와 도곡면 효산리를 잇는 고개이다. 보성과 나주를 잇는 중요한 교통로이자 나주에서 보성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산적이 이 고개에 자주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산적들을 물리쳐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개 중턱에 있는 핑매바위 밑에 보검을 숨겨 두었다고 한다. 보검재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실 입구에서 이곳 보검재까지도 상당한 거리라 여기서 그냥 돌아갈까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고개를 내려다보니저 아래 또 고인돌군이 보여 다시 힘을 내어 걸음을 재촉했다.

고인돌 유적지의 유일한 단점이라는 그늘이 없다는 것.....한 여름에는 정말 힘들 듯한데 지금은 가을이라 걷기 정말 딱 좋다.

보검재

마고할매의 화풀이, 핑매바위 고인돌군

보검재를 내려오니 핑매바위 고인돌군을 만날 수 있다. '핑매바위'. 덮개돌 길이 7m, 높이 4m, 무게가 무려 200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이 이름에는 운주사 천탑 전설이 얽혀 있다. 마고할매가 하룻밤 사이에 천 개의 탑을 쌓으려다 닭이 울어 실패하자 화가 나서 발로 찬 돌이 바로 이 핑매바위라는 것. '핑매'는 돌팔매를 뜻하는 사투리라고 한다.

신기한 건 바위에 지름 40cm 정도 되는 구멍이 있는데, 왼손으로 돌을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전해진다.

마고 할매가 던졌다는 전설을 가진 핑매바위 고인돌
핑매바위

사실 '고인돌'이라고 하면 지면 위에 두세 개의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큰 덮개돌을 올린 형태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러한 탁자형 고인돌 말고 바둑판식으로 땅속에 매장시설을 만들고, 그 위를 큰 덮개돌로 덮은 형태, 그리고 덮개돌 아래에 받침돌없이 땅 위에 바로 올린 형태 등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탁자형 고인돌이 아닌 다른 형태들도 많아서 사실 고인돌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그냥 좀 특별한 돌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덤처럼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재미있었던 것은 좀 쉴려고 예쁜 벤치를 찾아 앉으려했으나 옆을 보니 동그만 무덤이 있었다. 어머낫! 무덤 옆에서 쉬기는 좀 그래서 그냥 돌아왔는데...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곳 전체가 실은 무덤이라는 것. 그것도 집단으로 군집해 있는 무덤군이다~~ㅎㅎ


고인돌의 비밀을 풀다, 채석장

핑매바위 북쪽 기슭 정상에는 '각시바위 채석장'이 있다. 화순 고인돌 유적지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채석장이 함께 발견됐다는 점이다. 효산리와 대신리 일대에서 발견된 채석장 추정지는 총 8곳. 마당바위 채석장, 관청바위 채석장, 각시바위 채석장, 감태바위 채석장 등 각각의 고인돌군마다 채석장을 가지고 있다. 채석장에는 채석하다 만 석재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돌을 캤는지 엿볼 수 있다.


방법은 이랬다. 바위의 결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는다. 그 구멍에 나무 쐐기를 박고 물을 붓는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가 물을 먹고 팽창하면서 바위가 갈라진다. 현대의 폭약이나 중장비 없이도 이렇게 거대한 돌을 잘라낸 선조들의 지혜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각시바위 채석장은 마치 상자를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어서 채석하기에 특히 유리했다고 한다. 이것도 마고할매가 두고 간 돌이라는 전설이 있다.

핑매바위

고인돌은 겉모습만 보면 그냥 큰 돌덩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덮개석인 큰 돌을 거둬내고 내부구조를 보면 시신을 안치한 널방(석실), 유물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단순한 무덤이라기 보다는 당시 경제력이 있거나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화순지역에 있는 이렇게나 많은 596기의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화순 지역이 얼마나 번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화순에서 만난 596기의 고인돌. 처음엔 그냥 돌덩이로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2,500년 전 사람들의 땀과 지혜, 그리고 그들의 삶이 담긴 역사의 증거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돌들 하나하나에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청동기시대 사회의 모습이, 그리고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의 가치가 담겨 있다.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2018년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됐다. 지질학적 특성과 역사 문화가 결합한 보기 드문 유산이라는 평가다.

우리의 중요한 유산이 더 널리 알려지고 더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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