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일주일살기
수만리생태숲공원은 화순읍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에서부터 '생태'와 '숲'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화순 어디든 그렇지만 주차는 정말 편하다. 1주차장에서 3주차장까지 잘 마련되어 있다.
사실 화순 어디든 숲이 많다. 그래서 공기가 참 좋지만 이곳은 더더더욱 좋다. 원래 수만리 생태숲 공원은 철쭉꽃으로 유명하다. 봄에 철쭉이 숲 전체를 감싸면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 깊이 물들어 있다.
본격적으로 탐방로를 걷기 시작했다. 잘 정비된 산책로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길 양옆으로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고, 곳곳에 나무 이름표가 붙어 있어 자연학습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만들어낸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이렇게 황금빛으로 빛난다는건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이런 순간을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풍나무숲'이라고 이름 붙여진 구역에는 단풍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단풍이 붉은게 아니라 자줏빛에 가깝다. 신기하다. 사실 전체 구역이 꽤 넓어서 중간 중간 쉬면서 간식도 먹고 숲을 즐기면 더 좋을 거 같았다.
수만리 생태숲 공원에서는 숲길 입구나 일부 산책로에서 주변 산세, 즉 만연산이나 무등산 능선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전망이 더 멋지다.
수만리 생태숲 공원은 단풍나무숲, 편백나무숲, 생태연못 등 지루할 틈이 없이 숲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더할나위없이 좋다. 이런 곳이 집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
철쭉꽃이 없어 아쉬웠지만 가을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었던 곳.
화순에 여행가신다면 시간내서 꼭 들려볼 만한 곳이다. 주변에 유명 빵집과 카페도 있어 더욱 좋다!
수만리 생태숲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무등산 바우정원이 있다.
무등산 바우정원은 약 5만여 평 규모의 민간정원으로, 자연 돌과 숲을 살린 테마정원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1호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름에는 ‘바우(바위)’라는 전라도 방언을 사용하여 “돌과 바위를 중심으로 한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민간정원이라 그런지 입장료가 있다. 성인은 12,000원. 입장권은 바로 옆에 있는 수만리 카페에서 구입한다. 표를 사면 손목에 팔찌를 둘러주는데 이것이 입장권인 셈이다. 정원을 둘러보고 난 후에는 수만리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입장료에 포함) 이곳 무등산 바우정원은 정원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사실 이름에 '정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진짜 정원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정원이 아니라 '숲' 그 자체였다. 오히려 수만리 생태숲 공원이 더 정원 같았다. 이곳 무등산 바우정원은 야생의 숲이라서 자연휴양림에 온 듯한 느낌이다. 바우정원을 다 돌고 나면 산을 내려갔다 올라온 느낌이다. 운동화 필수!
카페를 나와 본격적으로 정원 탐방을 시작했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바위를 쌓아 만든 돌담길, 그리고 그 사이사이 놓인 조형물들. 버려진 쇠붙이와 나무 조각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이름처럼 정원 전체가 바위와 돌을 주요 재료로 삼아 꾸며져있다. 바위가 가진 형태와 질감을 살리면서 나무, 야생화, 이끼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이끼정원’, ‘고래눈물바우’, ‘벼락바우’ 등 흥미로운 명칭이 붙은 공간들이 있으며, “버려진 물건이 임자를 만나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정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이끼정원'은 환상적인 느낌이다. 축축한 바위 표면을 덮은 초록 이끼들이 만들어낸 벨벳 같은 질감.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비칠 때마다 이끼들이 에메랄드처럼 반짝였다.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숲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원 곳곳에 있는 재미난 이름들.. 벼락바우'는 정말로 벼락을 맞은 듯한 형상의 바위였고, '고래눈물바우'는 마치 고래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각각의 바위마다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바위 있는 곳을 지나면 급강하하며 숲길을 내려간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들이 많아 SNS 포토존으로 각광받고 있다. 숲이 깊은데 그 사이사이를 잘 꾸며 놓아 다니기도 편하고 길을 잃을 염려도 거의 없다. ‘수만리 커피’ 카페에서 출발해 핵심 구역을 돌아보는 코스는 약 40분 정도, 전체 원형 코스를 따라 편백숲 트리하우스 및 수평계곡까지 둘러보면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꼭 정해진 루트대로 걸을 필요는 없고 자신의 체력이 되는대로 길거나 짧게 줄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한시간 반 정도 바우정원을 헤매고 나면 가슴깊이 피톤치드가 꾹꾹 쌓이는 느낌이라 좋았다.
숲속 깊은 곳에 자리한 '도토리' 야외공연장은 정말 숨겨진 보석 같았다. 자연석으로 만든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니, 이곳에서 공연을 본다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일까 상상이 됐다. 새소리가 배경음악이 되고, 바람이 조명이 되는 천연 공연장이었다.
무등산 바우정원 내에는 캠핑장과 편백숲 트리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 묵거나 캠핑하는 사람들은 이 숲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보였다. 트리하우스가 끝나는 곳에 수평계곡이 있다.
정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수평계곡'은 이름처럼 수평으로 흐르는 계곡이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가 바위에 앉아 잠시 쉬었다. 시원한 계곡 바람이 땀에 젖은 이마를 식혀주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 반 정도 걸렸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바우정원을 걸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예술적 감각을 더한 조화로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땀을 쏟았을지 느껴졌다. 1시간여에 걸친 산책을 끝내고 수만리 카페로 돌아온다. 따끈한 커피 한잔을 들고 테라스로 나가면 또 풍경이 그만이다.
무등산 바우정원은 한 사람의 열정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공간이다. 숲을 많이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린 것이 더욱 좋았다.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곳, 버려진 것들이 새로운 가치를 얻는 곳, 그리고 방문객들이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진정한 힐링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화순을 여행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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