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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돌이 숲을 이루었다는, 석림

중국여행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by 별나라


석림의 하루는 완벽했다


쿤밍에서 78km 정도 동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석림은 연평균 기온 16-18도 정도이며 해발 15600~1800정도이다. 그래서 혹한의 겨울도, 혹서의 여름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곳. 어디선가 해발 1700미터가 인간이 살기 가장 쾌적한 곳이라는 정보를 읽은 적이 있다. 2억 7천만년 전 바다였던 곳이 융기하여 뭍으로 솟아 올랐고 그후 넓게 형성된 석회암 지형은 풍화와 침식 작용이 반복되면서(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약하고 무른 부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단단하고 강인한 부분만이 남아 지금처럼 뾰족뾰족 마치 마치 나무처럼 숲을 무성하게 이루었다. 약육강식에서 살아남은 무수한 돌 숲이 위풍당당하게 끝도 없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 석림이 있는 카르스트 지형은 지구상 아열대에서 형성된 유일한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멕시코의 세노테도 그렇고, 만봉림, 그리고 이곳 석림까지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 내는 탄식을 자아내는 장관에 노예가 되어 버렸다.


쿤밍에서 석림을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기차를 타는 방법과 동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숙소에서 동부 터미널까지 택시를 탔고 동부터미널에서 두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둥잔(?)이라는 곳에서 내렸다. 내리면 석림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탈 수가 있다. 이곳에 내리면 다 여행객들이라 그들을 따라서 표를 사고 버스를 타면 끝. 석림 풍경구 매표소에서는 티켓과 전동차 티켓을 함께 팔았다. 매표소에서 석림 입구까지 3km 정도라고 하는데 걸어가도 되지만 전동차가 있어 타고 가면 편하고 좋다. 어차피 하루종일 많이 걸을 예정이라 전동차를 타는 것이 초반 체력을 아끼기 위해 좋을 듯했다.


석림을 여행한 날. 1월 초반이지만 날씨는 진정 눈부신 봄날 같았다. 따사로운 햇빛이 눈 속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오고 싱그러운 공기에 취해버리기 십상인 날. 그리고 입이 떡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풍경에 그저 놀라고 신나고 흥에 취하고. 하여간 석림은 나에게 그렇게 완벽한 하루를 선물했다.


대석림 입구


전동차에 내려 사람들을 따라 물 흐르듯 들어가면 대석림 입구에 다다른다. '석림'이라는 빨강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을 여행하며 느낀건데 아무리 바위가 많다지만 저렇게 바위에 빨강 글씨로 이름을 새기는건 참 보는 사람이 부담스럽다.



입구부터 압권이다. 저런 바위 기둥들이 모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니! 만약 이곳이 중국이 아니었다면 더 감동헀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가짜를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중국이다보니 설림의 바위기둥조차 혹시 만들어낸 것은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왠지 퉁퉁 두드려보면 속이 비어 있을것만 같다. 실제로 두드려보았더니....속이 아주 꽉 들어찬 바위덩어리가 맞다. 손가락 부러질 뻔;;


만봉정, 대석림 제일의 전망대


바위 숲 사이로 만봉정이 보인다. 이곳은 전망대로서 대석림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대석림에 오는 사람들은 이곳을 다 들르는 듯 정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망봉정 말고도 대석림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정말 말그대로 돌 숲이자 바위 숲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기기묘묘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버섯같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동물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바위들은 사람을 닮았다. 이름을 붙인다면 끝이 없을 듯하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그냥말로 발디딜 틈 없이 뺵빽해 보이고,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끝도 없이 높다. 이게 바로 석림의 클라스. 실제로 이 돌 덩이들은 5미터에서부터 40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의 브라이스캐년같기도하다
돌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보자


석림에선 돌 숲 오솔길을 걸어보자


석림의 매력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바위 나무 사이에 난 오솔길을 걸어가는 것이 한 몫 한다. 나무 숲이 아닌 그야말로 돌 숲 오솔길이다. 쨍쩅한 태양을 피해서 더위를 식히며 걷는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곳이다. 봐도봐도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싶은 높디높은 바위덩어리들을 구경하며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북적거리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한적함이 오롯이 들어오게 된다. 살짝 길을 잃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어디선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말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이다.


참 잘 꾸며놨다!
어 휴~~저 위를 보세요


어떤 바위들은 정말 검처럼 날까로와보였다. 그런데 이름을 읽어보니 '검 봉우리 호수'란다. 역시~~ㅎㅎ 검처럼 날카로운 봉우리들 아래로 맑은 연못이 형성되어 있다. 호수를 끼고 걸으면 또 다른 맛. 우왕 여기 정말 걷기 맛집이닷!


THE SWORD PEAK POND


The Sword Peak Pond( 검 봉우리 호수)


검 봉우리 호수는 대석림에서 가장 낮은 지형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지하수가 밖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와 연못을 형성했다고 한다. 연못 주위로 검 처럼 길고 날카로운 바위들이 둘어싸여 있다. 표지판을 읽어보니 원래 검처럼 생긴 바위는 지진에 검 부분이 떨어져나가고 검 자루만 남았다고 한다. 오른쪽에 있는 저것이던가. 연못은 계속된 돌 덩어리 숲으로 점점 건조해져가는 마음을 촉촉해 젹셔준다. 적절한 순간에 진짜 잘 나타났다.



연못위에 서 있는 바위 덩어리들이 웅장하다
연못위로 걸어가게 되어 참 좋다
다시 입구로 나오니 사람이 더더 북적댄다


이젠 초록초록한 소석림으로 고고~~


대석림을 다 둘러보고 나서 소석림으로 향한다. 석림이니 다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소석림은 좀 더 아기자기 하고 연못들이 많아 더 촉촉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웅장한 맛은 덜하나 팬시점처럼 이쁘다. 깨끗하기는 또 얼마나 깨끗한지. 길에도 연못에도 쓰레기 하나 없다. 비와 바람에 의해 만져지고 깍여진 바위들은 소녀를 닮기도 했고, 동물을 닮기도 했다. 소석림은 마치 잘 꾸며진 커다란 정원 같았다. 중국의 숨겨진 시크릿가든이다. 많이 걸어서 힘이 빠질 무렵이었지만 새로운 풍경, 아름다운 풍경에 힘든 줄을 모른다.


정자와 어우러진 멋진 모습의 소석림
꽃과 함께한 모습이 아름답다
인기 스팟엔 사람들이 북적. 가운데 바위가 명소


윈난성과 구이저우 여행의 끝부분에 글을 쓰지만 실제로는 여행 첫날 이곳 석림에 갔었다. 혹한의 겨울을 빠져나와 맞이한 쿤밍의 봄날씨도 좋았는데, 석림에 오니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무르익은 봄 날씨였다. 어찌나 날씨가 좋던지 "날씨가 다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윈난 겨울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날씨였다. 10여일이 조금 넘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매일 매일 바뀌는 다양한 풍광에 '천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중국여행에 붙여주고 싶다. 대석림, 소석림 말고도 더 볼 곳이 있지만 여기까지로도 충분한 듯. 쿤밍으로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으니 서둘러 길을 떠난다. 돌아가는 길을 늘 한결 더 쉽다. 왔던 그대로 다시 돌아가기. 아름다운 하루, 완벽하고 감동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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