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나라 Feb 03. 2021

청학동 삼성궁, 신선이 사는 곳

세상 고민과 시름 잠시 내려 놓다



하동군 악양면에서 청학동 삼성궁까지 족히 한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같은 하동군인데 오래 걸린다 싶었는데 지도를 보니 정말 지리산 깊숙히 들어가 있다. 가는 길에 하동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추운 날씨다. 하지만 날씨는 참 맑다. 바삭한 공기와 시리도록 밝은 햇살이 사정없이 나를 공격한다. 지리산 겨울은 참 경쾌하구나.

하동호는 농업용수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라고 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물이 정말 고요하다 못해 전혀 움직임이 없어 거울처럼 보인다.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그대로 호수위에 투영된다. 호수 주변으로는 걷기 좋게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세상 시름 내려놓고 한바퀴 돌고 싶은 곳.


하동호지리산 첩첩산중에 콕 박혀있는 하동호
자세히 보면 물살이 있다 이럴수가!
날 것 그대로의 지리산의 모습 아름답구나


차로 드라이브 하며 지나가는 길도 참 아름답다. 창 밖으로 눈을 고정시키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듯. 아직 삼성궁까지 갈 길이 멀어 서고 싶은 곳도 패스하고 그저 내달린다. 아 여행에서 시간은 왜 늘 부족한걸까. 


하동호 둘레길 걷기 추천합니다


고조선 소도 복원 청학선원 삼성궁



드디어 삼성궁이다. 삼성궁은 하동군 청암면 청학동 해발 850m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고조선의 소도를 복원한 청학선원이다. 소도는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라고 한다. 또한 마고 할미의 전설을 본떠 만든 마고성 돌탑이 있다. 이곳은 이 마을 출신 한풀 선사가 1983년 부터 '원력 솟대'를 쌓아 만들었다고  한다. 원력솟대는 돌을 쌓아서 만든 돌탑인데 곳곳에 원력솟대가 있다. 엄청나다. 이걸 다 사람의 손으로 쌓았다니....

삼성궁에 주차를 하고 표를 샀다. 입장료는 칠천원. 입구를 지나 발걸음을 떼자마자 엄청나게 큰 얼음 폭포가 보인다. 와... 삼성궁보다 얼음 폭포에 더 마음을 뺐겨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꽤 보냈다. 겨울에는 눈과 얼음이지...암!



삼성궁 입구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폭포가 몽땅 얼었다! 고드름 좍좍
겨울여행의 특권, 얼음폭포 볼 수 있어요
삼성궁 인공연못이 꽝꽝 얼었어요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50년전부터 손수 일궈온 청학동의 숨겨진 땅이라고 한다. 한풀선사와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토굴에 들어가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는 곳. 화전민들이 버리고 간 땅에 스스로 돌을 쌓는 법을 터득하여 솟대를 쌓았다는데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겨울이 아니었다면 인공연못이 아름다웠을텐데 겨울이라 모두 꽁꽁 얼었다. 역시 얼음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두꺼운 얼음이 쩍쩍 갈라진 것, 정말 오랫만에 본다. 이것 역시 멋지다.

솟대를 벗삼아 마고성을 산책하는 길은 예상보다 길었고, 또 예상보다 좋았다. 겨울이라도 햇빛이 얼마나 좋던지..텀블러에 담아간 커피를 마시며 속세의 복잡한 삶을 잠시 잊어본다. 마고성 검달길을 걷다보면 작은 돌문들이 나오고 그 문을 넘어서면 또 비슷하지만 다른 세상이 나온다, 마고성 순례길 걷기가 흥미롭다.


쌓아올린 돌이 경이롭다
마고성



마고성을 즐기다보면 어느순간 아래에 탁 하고 삼성궁이 조망된다. 마고성과 삼성궁이 있는 곳을 합치면 진짜 꽤 큰 규모다. 이것을 다 손으로 한땀한땀 올렸다니... 너무 일사분란하게 잘 지어져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면 삼성궁 뒤편으로 삼신봉이 보인다. 삼신봉과 비슷한 형상으로 돌로 쌓은 탑이 보이고 그 아래가 중천지라는 연못인데 거대한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다. 아마도 다른 계절에 다시 오게 되면 아마도 이곳의 모습을 못알아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삼성궁 건국전이다. 목재로 만든 건축물인데 직선형이 아닌 살짝 각이 지어 굽어진 형태라 특이하다. 정면으로 향하는 문은 모두 열려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지다. 



삼성궁 건국전
솟대와 건국전
삼성궁 뒤편, 목재가 아름답다
건국전 내부


삼성궁 건국전 내부에는 환인, 환웅, 단군의 초상화가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잘 몰라 일단 찍었는데.. 왠지 신성한 곳이라 조심스럽다. 삼성궁 건국전을 둘러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빠르게 둘러봐도만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규모다. 걷기와 주변 풍경을 즐기면 쉬엄쉬엄 돌아보면 시간이 후루룩 몇시간은 순삭되는 곳이다. 삼성궁은 삼성궁만 보러오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 워낙 숲길이 좋아서 트레킹을 겸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겨울이라 이래저래 제약이 많구나. 꽃피는 봄에 다시 오고 싶다. 

삼성궁을 나오니 마음이 훨씬 여유롭다. 한겨울이라지만 그리 삭막하지 않은 풍경이 너무 좋았고 이쁜 하동호를 다시 만나 즐기는 것도 좋았다. 꽃 피는 봄에 다시 오고 싶다. 




                                                         여행메모: 걷고 싶은 길


1. 삼성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회남재 정상 트레킹 편도 6km.차가 없다면 왕복해야 함. 

2. 상성궁 주차장-삼성궁 구경- 상불재-불일폭포-쌍계사-쌍계사 주차장 약 11.5km (겨울에는 쌍계사-불일폭포 구간이 등산 금지였다. ! 항상 그런건지...는 꼭 알아볼것)


매거진의 이전글 한겨울, 하동은 멋있고 맛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