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기선제압에 성공하셨습니다

우리의 첫 만남

by 집에서 조용히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하자, 재빠르게 위아래로 훑는 눈이 보였다. 그런 노골적인 시선은 난생처음이라 당황하려는데


"네가 더 작겠다!"


대뜸 내 옆에 서 있던 남자 친구에게 하는 말이었다. 목소리가 딱딱했다. 생각지 못한 말이라 당혹스러웠다. 남자 친구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더 커 보이려나... 다른 신발을 신을 걸 그랬나...'


당황하지 않은 척하고 싶었지만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2012년의 봄,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서울의 한 아파트 앞에서

예비 시어머니와 예비 며느리로.



우리는 일산에 있는 한 식당으로 이동다. 안면이 있는 남자 친구의 여동생이 동석해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덜어주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지,

형제는 어떻게 되는지.


으레 며느리 면접에서 받을 법한 질문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대답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 보자마자 하신 첫마디에 계속 마음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나의 키는 171cm.

그의 키는 175cm.

그도 오늘을 위해 구두를 신었는데 내가 더 커 보였을까?


나도 키가 큰 게 콤플렉스라 아담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려 구부정하게 다니느라 어깨도 많이 굽었다. 도 내가 아는 어른들은 키 큰걸 장점으로 봐줬었다. 여러 번의 선자리에서 대부분 애프터를 받았고 어떤 선남의 부모님은 몰래 나를 보곤 당신의 아들을 한 번만 더 만나달라고 전화까지 하셨었다. 내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선 하등 꿇릴 것 없는 외모라고 자신했었다.


"어머님이 뭐라셔요?"


"용히씨가 착한 것 같긴 한데,

옷 입는 센스가 부족한 것 같다고요."


"네?"


오늘을 위해 가진 옷 중에 가장 좋은 원피스를 차려입고 아끼는 힐을 신었다. 그동안 착해 보인다, 순해 보인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옷 입는 센스에 대해선 지적받은 바가 없어 몹시 부끄럽고 민망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며느리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까?


그날 이후 나는,

땅바닥의 굴곡을 고스란히 느끼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남자친구는...




그날보다 더 높은 깔창을 다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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