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값은 '호응한다', '받아친다'는 자동값
요즘 감자전을 왜 이렇게 자주 하시지?
아무리 햇감자 철이라지만 3주 연속이다.
나도 감자전을 좋아하고 아이도 좋아해서 집에서도 종종 만들어 먹는다.
문제는 내가 감자 갈기 담당인데
어머님의 손이 너무 크시다는 거다.
팔도 아프고 오늘은 강판에 찍혀서 피까지 보았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감자전은 촉촉해야 맛있는데."
내가 땀 흘리며 부친 감자전이 촉촉하지 않아서 덜 맛있다고 하시니 말이다. 게다가 감자 깎는 걸 보시고
"껍질이 두껍다. 옛날엔 숟가락으로 다 긁었어."
핀잔도 주시네?
"전 원래 감자필러로만 깎아요!"
삶은 감자 킬러라 10대 때부터 수많은 감자를 깎아왔고 감자 깎기로 칭찬까지 들은 경력인데!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감자 깎기 부심이 발끈하고 말았다.
어머니와의 대화는 '호응한다'가 기본값인데
듣기 싫은 소리에는 '받아친다'의 자동 값도 있었나 보다.
그래도 그냥 가만히 있을 걸, 뭘 굳이 다 반응하고 있지?
최근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설정한 입력값이 있는데
바로 정치 이야기다. 뜬금없이 불쑥불쑥 들어오는 입력값이라서 기본값으로 반응해 왔지만, 갈수록 표현도 거칠고 수위가 지나쳐서 '반응하지 않는다'로 수정해 버렸다.
나의 무반응에도 어머니는 신이 난 듯 말씀하셨다.
"두고 봐. 지금 너네가 뭘 몰라서 그래. 좀 지나면 내 말처럼 될 거야."
오늘은 마치 저주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머니, 우리가 잘 살기를 바라신 대면서요.
갑자기 개수대 앞에 서 계시다 이런 말씀은 왜 하시는 걸까요?
전, 집에 가면서 맥도날드 밀크셰이크 먹고 싶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