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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Dec 02. 2020

역시 열대의 공기는 달라

집에 왔다


 
 창문을 열어놓고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짹짹 삐리리링 새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우렁차게 넘어 들어왔다. 어찌나 씩씩하고 힘찬지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열린 창문으로 오랜만에 보는 새파란 하늘을 구경했다. 보이지 않는 새들은 어디에선가 지치지도 않고 울어 댔다.  ‘집에 돌아왔구나.’      


 타국에서의 한국 식재료라는 것이, 있기는 다 있지만 가격은 한국보다 비싸다. 간장이나 참기름 같은 건 현지 제품을 쓰기도 하지만,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건 비슷한 것조차 없어 비싸지만 사는 수밖에. 예전에는 어디서 얻은 집된장 같은 것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겁게 들고 오는 수고 대신 돈을 조금 더 쓰기로 했다. 한국에서 들고 오기 가장 만만한 게 그래서 김이다. 현지 한국 슈퍼에서 사기에는 가격이 비싸고 (김을 그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나?) 한국에서 짐에 넣을 때는 자리만 차지하지 전혀 무겁지가 않아서 좋다. 그래서 이번에도 김을 잔뜩 들고 왔고, 남편이 소금과 참기름을 발라 짭짤하게 구운 김을 한 봉 뜯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싱크대에 정리할 것이 남아 있어 대충 치워놓고 나갔더니, 그새 김은 전부 눅눅해져 있었다.     


  하늘은 화창해서 좋고, 낮잠을 방해하는 새소리도 기분 좋은데, 딱히 습하다고 느끼지 않는데도 열대의 공기는 나 몰래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한국에서 온 김에 와다다 달라붙어 눅눅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나는 또 생각한다.  ‘진짜 집에 오긴 왔네.’












Photo by Melisa Popanic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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