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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an 12. 2021

말레이시아 재봉쇄 임박

Movement Control Order

   

2021년 1월 11일 저녁 6시     


월요일 저녁 여섯 시, 말레이시아 총리의 담화 발표가 있었다. 다시, 말레이시아 대부분의 지역에 이동통제 조치가 내려졌다.      


아이는 새 학년이 되어 4일밖에 등교하지 못했는데,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면 전환이다. (시험을 앞둔 11학년만 등교가 가능하다.) 모든 모임이 금지되고, 주간 이동도 금지되며, 10킬로미터 이내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가족 당 두 명까지만 한 차에 탈 수 있고, 모든 식당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처음은 아니다. 작년 상반기도 거의 내내 그런 식으로 보냈다. 작년의 충격에 비하면, 한 번 해봤다고 이번에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우리는 이미 달라진 세상에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생존이 가능한 정도까지는 적응했다. 아이도 온라인 수업이 자연스럽고, 사업이 망할까 걱정이 태산이던 남편도 이번에는 큰 동요가 없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이렇게 배우고 있다. 생활에 가장 변화가 적은 사람은 아마 나일 것이다. 간혹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만 달래면 이동 통제도 내가 하는 일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안다. 결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그렇게 다시 집에 갇혀 보내는 날들을 맞이하며, 또 한 번 우리를 뒤흔드는 이 전 지구적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번에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삼시 세끼 차리는 와중에도 잊지 말고.           



2021년 1월 12일 오전 10시     


이동통제를 하루 앞둔 마지막 카페 나들이를 놓칠 수야 없지. 내일부터 남이 맛있게 내려주는 카페라테는 꿈도 못 꾸게 생겼다. 아니,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테이크아웃은 할 수 있지만, 내가 치우지 않아도 되는 테이블에 앉아 내가 씻지 않아도 되는 컵에 하트까지 그려져서 나오는 카페라테는 당분간 안녕이다. 그 당분간이 이번에는 얼마나 길어질까. 석 달? 반년?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니 그저 마음을 비우는 수밖에.      


늘 북적이던 카페에 오늘은 빈자리가 많다. 사람들은 나와 달리 벌써 자진 봉쇄를 시작한 것인가. 건너편 가장 큰 테이블에 인디언 가족이 앉아 있다. 하도 자주 와서 이곳 단골들 얼굴은 대부분 익숙한데 저 가족은 처음이다. 저들도 나처럼 모든 식당과 카페가 문 닫기 전에 마지막 나들이를 나왔으려나. 하긴, 나부터도 진짜 몇 년 만에 우산까지 챙겨 들고 나섰으니.      


1월 1일부터 쉬지 않고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까지 벌써 8년째 열대 지방에 살고 있지만, 아무리 우기라도 이렇게 종일 보슬비가 내리는 경우는 처음이다. 역시, 지구가 크게 한 번 휘청이고 있나 보다. 더 추워지고, 더 더워지고, 눈도 비도 더 거세진다. 이제 더 이상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없는 변화들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날씨로, 바이러스로.      


그 바이러스로 인한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두 번째 봉쇄를 하루 앞두고, 쉬지 않고 내리는 낯선 보슬비를 헤치고 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홀짝이는 내게, 투둑 투둑 유리창을 두드리며 비가 묻는다.      


너희 인간들, 그게 정말 최선이냐고.







Photo by Glen Carri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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