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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l 16. 2021

우울할 땐 방탄소년단

Permission to Dance




   방탄소년단 컴백 특집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새 노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첫 공연을 선보이기 전에 멤버들이 모여 여러 가지 주제로 토크를 진행했다. 그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언제 보거나 들어도 정겹고 재밌다. 심지어 교훈도 많다! 


   싱크대 구석에 아슬아슬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귀를 쫑긋 한 채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마지막 토크 주제는 서로 다른 멤버가 되어 질문에 답해 보는 소울 체인지soul change였는데, 슈가가 되어 무슨 질문에 대한 답도 결국 음악 작업으로 연결시키는 진이 웃겨 설거지를 하며 혼자 키득거렸다. 마지막으로 몸이 바뀐다면 누가 되어 무엇을 하고 싶냐는 깜짝 질문에 지민이와 남준이만 대답을 했는데, 지민이는 남준이가 되어 턱걸이 스물몇 개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몸을 잘 쓰고 춤을 잘 추는 지민이도 몸으로 아직 안 되는 게 있구나 싶어서 짠하면서 동시에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남준이는 호석이가 되어 웨이브를 한 번만 해보고 싶다고. 그 말을 듣고 푹, 웃음이 터져 하마터면 와장창 그릇을 다 깰 뻔했다. 춤을 가장 잘 추는 멤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렇게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는 남준이가, 이를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습했을 남준이가 넘사벽 호석이의 웨이브를 한 번만 해보고 싶은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서 말이다. 나도 남준이처럼 간절하게 웨이브를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도 해도 안 되는데 그래도 한 번은 제대로 해보겠다며 거울 앞에서 출렁출렁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웨이브는 감히 갖다 댈 수도 없지만, 어쨌든 그 마음만은 알겠다는 거다. 역시 나의 입덕 요정 남준이와 통하는 게 있다며 뒤늦게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했다. 으하하! 키득키득 쿡쿡 웃으면서 라이브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설거지를 끝내려고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노래는 낮에 이미 들었다. 처음 보는 퍼미션 투 댄스의 뮤직비디오. 너무너무너무너무 신이 났다. 평소에 글 쓸 때는 ‘너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 다른 단어를 신중하게 찾고 또 찾지만, 와, 다른 말이 다 필요 없다. 다른 말을 찾을 정신도 없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신이 났다. 

와우! 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 다나나나나. 다나나나나. 


그런데 이상했다. 

자꾸 눈물이 났다.  

그렇게 신나는 노래를 듣고 왜 우냐고?

울 수도 있다. 

너무 신나면 울 수도 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 이 이야기도 들어보시라.



  “BTS를 봐도 나는 아무 감흥이 없는데,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모르겠어.”


  “너는 BTS가 필요 없으니까. 그 친구들에게 공명하는 고유 주파수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어. 그건 생명력이 막혀 있던 사람들에게만 전달돼.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고 넘치는 생명력을 발산하지 못해 신경증에 걸려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 주파수에만 접속이 되는 거야. 너는 이미 너의 길을 가고 있고 큰 성공까지 이루었잖아. 그러니 너의 주파수에는 접속될 수가 없는 거야.” 

우리는 모두, 목구멍까지 꽉 찬 창조성을 오래도록 발산하지 못하고 있던 영혼들이었다. 

그 주파수에 한번 걸려들면, 막혀 있던 창조성이 깨어나고 꽃을 피운다. 

… 

그들 목소리는 투명했고 들을수록 환희가 솟아났다. 내 안에 살아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굳어 있던 피부가 탈락되고 부드러운 새 살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슴 가득 맑은 기운이 퍼졌다. 


                                                                                김송연 <BTS 오디세이> 중에서 



   이 구절을 읽은 느낌은, 몇 시간 째 뒷목 뻐근하게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 갑자기 모든 퍼즐이 자동으로 촤라락 착착 움직여 퍼즐이 완성되어 버린 느낌이랄까. 


   주파수. 생명력. 창조성. 이런 단어들이 내 몸에 착착 감겨들었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를 들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내 덕질의 근거와 당위성을 찾은 것 같았다. 살아있지만 더 살아있고 싶어서, 내 안에 꿈틀대는 창조성을 발산하고 싶어서, 그래서 그 아이들과 공명할 수 있었다니!


   그 아이들이 뚫어주는 길 위에 내가 서 있구나. 너도 어서 살아나라고, 일어나 춤을 추라고. 신나게 생명력을 꽃피우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우울해하지 말고 신나게 춤추자고, 말하고 있는 거다.


   노래 제목은 <퍼미션 투 댄스>지만 '댄스' 대신 어떤 단어가 와도 좋다. 춤추는데 허락 따위 필요 없듯이, 노래하는데, 걷고 뛰는데, 읽고 쓰는데, 실컷 우는 데에도 허락은 필요 없다. 있는 모습 그대로 존재하기에도 마찬가지다.  I don’t Need a Permission to Be Myself.  내 모습이 그들처럼 에너지가 넘치거나 늘 긍정적이고 다정하고 사려 깊고 굳센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 방방 뜨는 날도 있지만 가라앉는 날이 그보다 조금 더 많고, 한 번씩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드디어 퍼미션 투 댄스의 첫 무대! 두근두근 신이 나서 맥주를 땄다. 맥주를 홀짝이는데 몸이 저절로 꿈틀거린다. 어설프게 춤을 따라 추었다. 내가 추려고 춘 게 아니라 진짜로 내 몸이 알아서 막 움직였다. 춤추라는 데 춰야지! 그렇게 신나게 춤을 추다가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몸살이 났다. 

쯧쯧, 나이를 생각하고 몸을 썼어야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하루를 겨우 버텼다.



   그리고 일주일째 무엇을 하든 머릿속에서 다나나나나, 다나나나나, 다나나나나가 끝없이 재생된다. 

덕분에 며칠, 평소보다 덜 우울했다. 다나나나나. 다나나나나. 다나나나나나. 


The wait is over. 

기다리는 건 이제 그만!


바로, 지금, 여기서, 

걷고 뛰고, 

울고 웃고, 

먹고 마시며, 

신나게 춤을 추자. 



   들어도 들어도 웃다가 울게 되는 노래를 일주일째 지겹도록 듣고 있다. 

엉덩이에 털이 수북해졌는지 까 봐야겠다. 






참조한 책 :

https://brunch.co.kr/@namoosanchek/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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