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도둑이 들었다!

무엇을 훔치러 왔는고?

by 아리



끼익,


자려고 누웠는데 문이 살짝 열린다. 살짝 눈을 떠보니 아이가 몰래 들어와 안방 화장실 불을 켠다.


음, 올 것이 왔군.



부쩍 화장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가 내 화장품을 훔치러 온 것이다. 모르는 척 누워 있다가 살금살금 다시 불을 끄고 나가는 아이에게 가만히 외쳤다.



"도둑이야!"



불 꺼진 방 안에서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화장이 늘 어려웠다. 여전히 얼굴만 하얗게 동동 띄우고, 판다 눈을 만들어 종종 나간다.


물론 절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 보지만 결과물이 늘 한결같을 뿐. 결국, 에이 몰라, 다시 세수할 수도 없고! 하면서 그냥 나간다.


한참 예쁘게 꾸미고 다닐 시기에,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이 중요한 거야! 라고 생각하며 꾸밈을 경시했던 대가를 지금 치르는 거다. 연습 시간이 쌓이지 않으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저절로 할 수 있게 되는 건 없다는 진리가 화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나는 내 얼굴에 맞는 화장법도,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도 아직 잘 모른다. 아이라인은 마흔이 되어서야 겨우 제법 그리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저녁때가 되면 왜 그렇게 눈 밑으로 다 몰려가 있는지 모르겠다. 무심코 눈을 비볐다가, 맞다, 아이라인 그렸지 하는 건 뭐 일상이다. 가장 만만한 립스틱만 많다.


물론 일이 년에 한 번씩, 나도 이제 화장 연습 좀 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저렴한 화장품 가게에서 전 품목을 새로 구비하곤 하는데, 뭣도 모르면서 늘, 잘하지도 못할 거면서 늘, 보라색, 파란색, 금색 등 화려한 것들만 사 온다. 기본이 중요한데, 기본기는 닦을 생각을 않고 화려한 터치에만 욕심을 내는 거다. 그렇게 다 뜯어 한두 번씩 해보다가, 어이쿠, 이렇게 화려한 걸 어떻게 하고 다녀! 하면서 쳐다도 안 보게 되는 거지. 사실, 쳐다는 본다. 나도 잘하고 싶으니까. 그런데 도대체 잘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가 드디어! 화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팩트를 하나 사주었다. 아이는 제 용돈으로 아이섀도 파렛트까지 샀다! 내가 연습용으로 산 아이라이너, 아이브라우 펜슬, 몇 번 해보다가 에잇, 어려워! 하면서 놔둔 것들이 어느새 하나둘 아이 방으로 옮겨가 있었다. 누가 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나밖에 없는 샤넬 아이섀도도 어느새 아이방에 가 있었다. 이거, 엄마 꺼잖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그래, 너라도 써라. 중얼거린다.


화장을 하고 나오는 걸 보면, 괜찮다. 이쁘게 잘한다. 나처럼 과하지 않게 조금씩, 한 듯 안 한 듯 잘한다.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그래, 열심히 연습하렴. 필요할 땐 자신이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법도 미리 알아놓고 연습해야지. 엄마처럼 둥둥 떠다니는 흰 얼굴 되지 말고. 무엇보다, 가장 예쁠 때 그 예쁨을 낭비하지 말고 누리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바로 이거다.

필요할 때 엄마도 부탁 좀 하자.

나의 퍼스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거지.

그러니 열심히 연습하도록!

그러려고 내가 그때 그 도둑 눈감아준 거거든.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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