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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Nov 16. 2020

ㄷ. 친구에게

응원하고 응원받는다

 지난 금요일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났다. 나는 졸업 후 취업해 2017년 4월에 청주로 발령받았고, 너는 ROTC 전역 후 6월에 도착했다. 바뀐 환경에서 스스로를 입증하느라 각자 버거웠을 시간이지만 너는 너무도 좋은 사람이고, 많은 타인들에게 환영받았다. 서로에게는 수월했지만 각자는 힘들었던 그 시간에 자주 보지 못했지만 만날 때마다 너무도 즐거웠기에 청주에서 새로 만난 좋은 사람들 중에서도 너는 나에게 특별하다.



 입사 기간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몇 번의 사소한 계기들로 친해졌지만 신입사원 각자가 바쁜 시기여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여행도 함께 가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너를 비롯한 입사 동기, 선후배 몇몇과 꽤 친해졌고 여행도 몇 번 다녀왔으나 그것은 내가 여유를 좀 가지게 된 19년의 일이고, 너는 18년 가을에 퇴사한 뒤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19년 시험이 끝나고 늦가을에 본 뒤 1년이 조금 더 지나 만난 너와 새벽 네시와, 오후 두 시까지 밀린 얘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조금 더 잤다. 밤에는 광흥창에서 이촌까지 걸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한강을 따라 뛰고 저녁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너에게 지독히 길게 늘어놓은 내 퇴사 이유와 미래와 나의 그 어설픈 "위대함"들을 돌아보니 그 안에 큰 응원이 있었다.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로 너를 응원하고, 다시 응원받은 그날을 껴앉고 나는 너를 또 만나 먹을 저녁 메뉴를 고를 것이다.


 너를 보고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배운다. 대나무를 보고 절개를 부르짖는 옛사람들이 언어영역 문제지에서는 되게 싫었거든? 그런데 너 한번 만났다고 신나서 떠들고, 이렇게 감상문까지 적는 나를 보니 봄에 핀 매화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기뻤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해. 그 사람들에게 매난국죽이 있는 것처럼 나는 우리를 보고 허리를 펴고, 나를 다듬으려 한다. 서로에게 위로가 아닌 응원이 되자.


 친구야, 종종보자. 방해가 되어 나를 못 만나는 건 공부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다. 내가 밥도 사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영화 한 편 분량쯤은 준비할 테니 너는 운동화를 신고 내려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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