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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Jun 07. 2021

ㄹ. 멋진 일을 보면 따라 하고 싶어요

멋진 일을 하다 보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한 정보/유머 계정에 올라온 사진을 봤습니다.

'퇴사한 지 11년 된 회사에서 연락 옴 ㄷㄷ'이라는 게시글이었는데, 11년 전에 컴퓨존이라는 회사에 다니셨던 분께서 안부와 감사를 담은 편지와 선물 받았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꽃이든, 꿈꾸고 있는 공간디자이너로든 작은 자리 나마 잡게 되면 (전)회사의 근무지였던 청주와 신촌의 사무실에 꽃과 꽃병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9일(수요일) 저녁에 전 팀장님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거든요.(쪼르르 퇴사한 팀원 생일이라고 연락 주셔서 또 한 움큼 뭉클합니다)

사무실에 잠깐 들러 꽃이라도 꽃아 두고 도망칠까 하여 쿠팡에서 급히 꽃병을 시켜뒀었어요.

그런데 마침 저 글을 보고 '감사할 수 있을 때는 꼭 감사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더 강해짐과 동시에! 9일에는 꽃을 들고 가기 망설여졌습니다.

저는 아직 다음 단계를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고, 기능사 시험을 '앞두고' 있지 남들 앞에 내세울 무언가를 가지고 금의환향하는 건 아니니까요.

멋진 사람이 해야 멋진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괜히 설레발치다가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요.

꿈을 찾기 위해서 퇴사한 저는 여전히 불안하고 모호합니다.


라고 끝맺으면 무슨 멋이 또 있겠습니까!

저는 전역 후에도 삼 년간 제가 복무하던 사무실로 명절이나 틈날 때 작게 과일을 보냈었어요.

감사와 축하가 꼭 거창 하란 법 있습니까. 작은 사람의 큰 생각이 위대한 법이지요.

옳은 길은 없고, 가는 길을 다 꽃길이라고 사람들에게 떠벌리던 제가 한탄만 늘어놓으면 또 얼마나 비겁하겠어요.

불안하고 모호하다는 시간도 그저 3개월이 지났을 뿐이고, 그 시간도 학원 다니고 이사하고 삶의 중심을 옮겨 겨 간 위대하고 빡빡한 과정이었다고 말하겠습니다.


이사 첫날과 비교하면 지금 제 집이 얼마나 정돈되고, 자리 잡혀있는지 모릅니다.

이 자신감으로 9일에는 사무실에 들러 꽃병에 꽃을 꽂아 두고, 오늘은 꽃꽂이를 복습하다 잘래요.

꽃꽂이-부채형이 시험에는 안 나오길 빕니다.


*사진은 지난 5.26(수)에 다녀온 호시노소라에서 사케페어링을 했을때 마신 사케입니다. 완벽한 저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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