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상사는 왜 그럴까

회의 테이블에 회초리를 비치합시다

by 둥둥

지난 11월 점장이 바뀌었다. 신임 점장은 본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다 임원 승진을 했고, 점장을 달고 온 첫 점포이니 만큼 열과 성을 다해서 근무하고 있다. 전임 점장은 우리점에 점장으로 4년이나 근무했었기에 나보다도 특이사항이나 히스토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고, 때문에 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경계가 명확한 편이었다. 하지만 초임, 더군다나 점 영업을 꽤나 오래 떠나 있었던 새로운 점장이야 그렇겠는가. 지금 점에 있는 모든 것은 마음에 안 들고, 다른 점에 있는 모든 것은 더 나아 보이는 때이니 만큼 이곳저곳을 돌며 많은 것을 바꿔가고 있다.

나의 첫 근무지는 지방이기도 하고, 주변에 경쟁 점포가 없어 항상 적정한 매출이 나오는 안정 점포였다. 때문에 임원 승진 후 첫 점장의 양성소였으며, 영업을 잘 모르는 임원들에게 훈련소 같은 곳이다. 인사나 총무 출신, 혹은 점이나 영업을 오래 떠나 있다가 점포로 나온 신임 점장들은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에도 자신이 없고, 행사장은 지저분하고, 직원들은 다 해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급도 하고 새로운 일터로도 왔으니 그 열심은 이해가 가지만 자주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어제 퇴근시간이 지나 내년 목표 배분에 관련해 보고를 들어갔다. 신임 점장은 외부 손님을 둘 만나고,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세 개 팀의 보고를 받은 뒤였다. 여전히 열정적이었으나 마음에는 걱정이, 몸에는 피곤이 남아있었고 사람은 보통 그럴 때 실수를 한다. 몇에게 던진 농담은 살짝씩 과격했고, 모두는 허허 웃거나 다른 농담으로 받아쳤다. 가령 나에게는 '그제 파마했을 때는 이뻤는데, 오늘은 너무 빠글빠글해서 아줌마 파마 같아!" 하는 식이었다. 회사에서만 평화주의자인 나는 '겨울바람에 머리가 덜 마른 채로 얼었나 봅니다'하고 말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직장 내 직급이 높을수록 공감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소위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해진다는 연구를 소개한 기사가 기억난다. 선후관계는 확실치 않으나, 내 회사 경험상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나 팀장쯤에는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 선을 넘었을 때 아무도 "야 너 선 넘었어, 돌아가"하고 소리쳐주지 않았다. 몇이 주의를 준다고 한들 대다수의 사람이 허허하고 넘어가 버리면 팀장은 자신의 발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게 된다. 선을 넘어 자유로워진 그 발이 헤매다 더 깊은 골짜기를 넘어가면 슬프게도 사건이 터지는 것이고 그전까지 그는 꼰대나 상스러운 욕이 된다.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XXX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모두에게 조금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강약약강도 아니고 약약강강도 아닌, 모두에게 강강강강 해야 하는 최소한의 잣대에 서서 누구든 그 선을 조금 넘었을 때 소리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선을 넘나드는 우리를 위해, 그리고 평화로운 회사생활을 위해서라도 회초리를 들고 처음부터 꾸준히 매질하자.

모든 사람이 실수를 하고, 나도 여러 번 선을 넘는다. 그때마다 회초리를, 필요하다면 어디서 구해왔는지 몽둥이나 갖은 도구와 방법으로 나를 선 안으로 들어가라 가르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짖음방지 목걸이는 개가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민감도는 최대로, 강도는 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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