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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y 31. 2022

21. 야외 결혼식 다녀왔습니다

그게 10일 전이긴 한데요

 5.21(토)에 고등학교 친구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지금은 B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는 코로나 때문에 꽤나 오래 결혼식을 미뤄왔습니다. 결혼식은 여러 이유로 육군사관학교 화랑정원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날이 좋았습니다.


 결혼식 2주 전쯤 결혼한(그때는 할) 친구와 다른 친구들 몇몇이 함께 구로에 있는 숙성 횟집으로 유명한 도림항에 다녀왔습니다. 룸은 매장에 한 개인데, 한 달 전쯤에 예약했다고 하더라고요. 술을 즐기지 않는 모임인데 어인 일인가 싶었지만 퇴근 후에 신나게 달려가 맛있게 먹던 도중, 이 모임은 사실 결혼식에 부탁할 게 있는 사람들을 모아뒀다는 말에 아차 싶었습니다. 치밀하고도 예의 바른 부탁은 거절할 수 없는 법이잖아요.


 사회자 한 명, 접수대 두 명을 지나 저에게 한 부탁은 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내분께서 2부 때 머리에 꽃을 생화 헤어피스를 만들어 줄 수 있냐는 거였어요. 경험은 없지만 이미지와 블로그를 좀 찾아보니 엄청 어렵진 않을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이러려고 꽃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몇몇 디자인과 사진들을 보내고 색을 정한 뒤에 꽃과 헤어핀을 준비해두고 결혼식 당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생화 헤어피스는 빗핀에 꽃을 장식하는 거라 물을 공급할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보통 결혼식 날 아침에 작업해서 배송으로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다행히 본식 때가 아닌 2부 인사 때 쓸 헤어피스를 부탁받은 거라 일어나 헤어피스를 먼저 만들고 결혼식 갈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데다, 만들면서 욕심이 쌓여가서 한 시간쯤 걸린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머리를 만지거나 옷을 입는 데 드는 시간을 줄였지만, 헤어피스가 예쁘게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어요.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신부에게 헤어피스를 건네주고, 2부가 되어 꽂고 나온 걸 보니 저는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신부님도 예쁘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꽂고 계신 뒷모습을 찍으려다가 너무 유난스러워서 찍지 않았는데 뒤에 살짝 후회가 남습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혹시 사진이 있으면 달라고 해야겠어요. 이 글에 붙일 사진은 포장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예전에 제빵을 배울 때, 한 번 배워두면 나중에 누군가의 어떤 일이든 빵을 구워 줄 수 있겠지, 그것만으로 아주 충분할 거야 하고 생각했었어요. 제빵은 생각보다 시간과 도구들이 많이 필요해서 그 뒤로 따로 빵은 만든 적은 없지만 꽃은 배워두니 아주 쓸모가 있습니다. 아직 제 공간이 없어서 미리 이야기를 듣고 꽃을 사러 가서 시간 맞춰 전달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나중에 가게를 꾸리게 된다면 이곳저곳에 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어제는 작년에 제가 사회를 본 친구의 결혼 1주년을 기념해서 작은 플라워 모자상자를 만들어 줬습니다. 예약 주문은 받지 않지만, 무료 제작/배송은 깜짝 이벤트로 종종 일어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가게를 차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에요. 같이 일하고 계신 선배 분도 잠깐 가게를 차렸다가 개인 사정으로 정리하셨다는데 그동안 너무 즐겁고, 배운 것도 많다고 하셨거든요. 창업은 저에게 너무 비싸고 무서운 일이라 아직은 흐릿하지도 않은 상태지만 장기적으로는 꽃을 보관하고, 작업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졌습니다. 지금 있는 집에 작업대를 따로 준비해둔 게 얼마나 도움이 많이 되는지 몰라요. 작은 공간이지만 많은 안배를 해둔 게 힘이 됩니다.




 제가 꽃을 시작한 뒤로 친구들이 자주 하는 말은 꽃이 필요할 때가 늘어났다는 거예요. 축하하고 기념할 일들이 늘어나기도 했겠지만, 생각의 범주에 없던 꽃이 저와 함께 침입해간 탓도 많겠지요. 지인들과 지인들의 지인들에게만 열심히 영업하면 작은 가게는 꾸려갈 수 있지 않을까 긍정 회로를 열심히 돌려봅니다. 그때까지 축하할 일과 기념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길 바랍니다 고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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