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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pr 30. 2022

20. 남한산성 한 바퀴 돌았습니다

겨울 실패 이후 봄 재도전

 지난 일요일에 친구들과 남한산성 성곽길 종주를 했습니다. 집에서 남한산성입구역까지는 30분 정도 걸려요. 물론 역 이름에 '입구'가 붙어있다는 건 사실 그 역은 입구가 아니라는 거죠. 남한산성 입구역에서 남한산성 초입까지 30분가량 걸어야 하고, 그 뒤로 등산로를 통해 남한산성으로 가는 데에도 한 시간가량 걸립니다. 지난 남한산성 야간산행은 이렇게 다녀왔는데, 입구역에서 등산로 초입까지가 너무 재미없고 힘들었어요. 버스를 타는 걸 추천드립니다.


 버스나 혹은 차를 타면 남한산성 등산로 남한산성에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남한산성까지 차를 타고 가서 주차장에 대고 성곽을 따라 돌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과는 원래 북한산을 또 가려고 했어요. 진달래능선을 타고 올라갔다가 불광역으로 내려오는 긴 코스를 가고 싶었는데, 한 친구가 차를 가져와서 순환코스를 짜야했습니다. 제가 같은 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빙 둘러서 올 수 있는 산을 찾던 중에 남한산성 성곽코스가 생각이 나서 목표를 바꿨어요. 원래는 셋이서 가려했는데, 남한산성으로 장소를 옮기며 근처에 있는 다른 친구를 하나 더 섭외해 넷이서 다녀왔습니다.


 남한산성은 야경을 보러 자주 갔지만, 성곽길 종주를 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겨울에 다른 친구들과 시도했었는데, 눈이 쌓여 얼음이 된 가파른 코스가 있어서 중간에 멈췄었어요. 후기를 보니 세 시간쯤 걸린다고 해서 완주하고 점심을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9시 반쯤 남한산성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전 9시 반이라 주차는 좀 여유로웠어요. 하지만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주말엔 주차하기 힘듭니다.) 동문으로 출발해서 북문 서문 남문을 거쳐 다시 동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돌았습니다. 날이 살짝 흐린 봄이라 햇볕이 엄청 뜨겁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초여름 느낌이 나고 땀도 좀 나서 등산은 오월 중 시즌 아웃을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오전이라면 유월 초까지가 한계일 것 같아요.


 코스는 수월했습니다. 지난겨울 포기했던 가파른 코스를 지나고 나니 다른 부분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엄청 급하진 않았는데도 두 시간 반이 채 안 걸렸습니다. 등산을 즐기기에는 살짝 짧은 시간이라 산 아래 차를 대고 초입부터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성을 다녀와도 세 시간쯤이면 될 것 같습니다. 끝나고 시원한 막국수가 당겨서 남한산성입구역 쪽에 있는 막국수 전문점에 갔는데, 눈앞에서 기계가 고장 나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잡지 못한 꿈이라 더 아쉬웠는데 바로 옆에 정육식당이 있더라고요. 삼겹살에 냉면을 먹었는데 역시 삼겹살은 언제나 옳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등산 후에 뭐 먹지로 한참을 고민하는데 앞으로 등산 후에는 삼겹살로 하자라는 잠정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항상 맛있어요.


 끝나고 친구들과 헤어진 뒤 집에 오니 네시쯤이었어요.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좀 할까 하다가 땀 때문에 찝찝하기도 하고 또다시 볼 친구들이라 적당한 아쉬움을 남기고 쿨하게 해어졌습니다. 청주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도 있어서 그나마 덜 막힐 때 보내주는 게 낫다 싶었어요. 고등학교 기숙사를 근간으로 하는 오랜 친구들은 뜨겁기도 쿨하기도 합니다.




 문정역에 사는 애아빠와 커피타임을 가질 까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은 이제 하늘이 도와야 만날 수 있습니다. 혹은 그 친구가 스스로 도와서 약속이 잡히거나 해야 하죠. 문정은 집에서 자전거로도 금방인데 청주에 있는 친구를 더 자주 보는 것도 같아 아쉽습니다.


 남한산성 등산 후 남한산성 내부에 있는 식당들도 괜찮아요. 가격이 엄청 비싸거나 맛이 형편없지 않습니다. 두부집들도 맛있고 다른 한식을 파는 집도 많아요. 저는 종종 두부집에 갑니다. 산성길이 엄청 힘들지 않지만 경등산화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경사가 미끄러운 곳이 두세 번쯤 있습니다. 여느 산처럼 봄과 가을이 아주 예쁩니다. 겹벚꽃과 아카시아가 아직 피어있더라고요. 서울의 남동부와도 가까우니 꼭 한번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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