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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Aug 02. 2016

나는 기대하는 게 싫다

기대받는 것도, 기대하게 되는 것도

나는 기대하는 게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를 기대하는 것도 싫고, 내가 누군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도 싫다. 전자는 부담스러워서 그런데, 내가 말릴 수도 없는 일일뿐더러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가끔은 좋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고. 문제는 후자다. 기대에 충족되지 못했을 때 느낄 실망감이 너무 두려워서 싫다는 게 그 이유다.

별걸 다 두려워하는구나

예전에 나는 한 번 기대하기 시작하면, 저 커다란 그물망 같은 기대감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실망하기 일수. 다른 사람보다 유독 기대를 잘 하는 편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번씩 실망해버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자괴감도 느껴 요새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메이웨더 파퀴아오 메이웨더 파퀴아오. 그러다 보니 재밌는 게 잔뜩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여행이든 영화든 혹은 누군가와 만남이든 말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으레 자주 생각했던 '아, 결혼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주말이면 하루 종일 같이 시간 보내고 마트 가서 같이 장 보고' 이런 류의 상상에 이제는 한껏 까칠한 상태로 반문한다. '결혼해서 덜 외로우리라는 보장은? 사랑이 식어버리면? 네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걸 보며 부정적이며 염세적이냐고 물어올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기대든 판타지든 품는 것까진 좋지만 그 프레임에 스스로 감당하기 무거운 족쇄를 채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라서 그렇다. 감당하지 못할까 봐. 


물론 '기대하지 않기'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몹시 나이브해진다. 뭐라 정확히 표현하긴 어렵지만 사람이 좀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여전히 '기대'라는 게 싫긴 하지만 완전히 쓸모없다고 말할 순 없으니 요새는 그런 생각을 한다. 좀 더 지혜가 쌓이고 수련(?) 좀 하다 보면, 남들에게 받는 기대치든 내가 거는 기대치든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삶에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유용한 녀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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