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을 성장통을 버텨낸 그대에게
성장을, 희생을 위로하는 영화 <Sing Street>
형제관계에 있어서 나는 참 유리했고 많은 혜택을 받았었다. 늦둥이 막내딸이었으니까. 아마도 오빠는 쉽게 하지 못했을 말과 행동을, 나는 쉽게도 내던졌을 것이다. 그리고 난 머리가 좀 커서야 ‘그랬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 보다가 우는 일은 참 드문 편인데 ‘싱 스트리트’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 미안함에 울고 말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서도, 영화를 본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주인공 코너보다 그의 형 브렌든이 자꾸 생각이 나서, 아니 솔직히 요즘따라 나의 오빠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아래의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rive It Like You Stole It
극심한 경제 침체기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싱 스트리트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주인공 코너는 우연히 라피나란 여자에게 한눈에 반했고, 모델이 꿈이라 말하는 그녀에게 잘 보이려다가 있지도 않은 밴드를 한다며 거짓말을 치고 만다. 게다가 자기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달라고 했으니, 진짜로 밴드를 결성해야만 했다. 친구들을 끌어모으고 형의 조언을 받아 급하게 밴드 '싱 스트리트'를 결성하고 뮤직비디오도 찍는다. 이런 가상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짝사랑은 순조롭지 못했다. 알고 보니 라피나에겐 돈도 많아 보이는 어른 남자 친구가 있었고 그와 함께 런던으로 떠날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코너에겐 짝사랑도 짝사랑이지만 예전부터 부모님의 잦은 싸움과 전학으로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 마음을 형은 음악으로 그리고 다정한 말들로 달래준다. 비록 형이 대학도 중퇴하고 집 밖으론 나가지 않는, 남들이 보기엔 집안의 구제불능처럼 보일지언정 코너에겐 우상이고 멘토였다. 그런 형도 부모님의 사이가 심각해질 때쯤 결국 폭발하고 만다. 나도 너처럼 음악에 꿈이 있고 열정이 있었다며, 넌 내가 힘들게 갈고닦아온 길을 그저 걸어온 것이라며.
든든한 조력자 형도 지쳐버렸고 부모님도 이혼을 앞둔 상황이지만 어쨌거나 그의 밴드 활동은 계속된다. 어느새 세 번째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 됐고 라피나에게도 출연해달라 부탁했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쯤 열악한 촬영 현장에서 노래와 함께 코너의 상상이 시작된다. 공연장의 많은 사람들, 사이좋은 부모님, 누가 봐도 멋지게 차려입은 형과 그리고 아름다운 라피나. 노래도 상상도 끝나 다시 시궁창 같은 현실로 돌아와야 했던 코너의 표정은 몹시도 씁쓸하다.
그나마 다행히도 학교 축제에서 코너의 밴드가 인기를 끌었고, 남자 친구와 떠났던 라피나도 코너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자 코너는 이곳을 떠나 런던에서 음악을 하기로 결심하고, 형에게 항구까지 데려가 달라 부탁한다. 형은 반색하며 코너와 라피나를 데려다주면서 자신이 쓴 가사를 선물한다.
거친 파도를 헤쳐 꿈을 향해가는 동생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기뻐하는 형 브렌든. 파도를 흠뻑 맞아도 뭔가 후련해 보이는 동생 코너. 그리고 '모든 형제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영화는 끝난다.
사실 가족, 꿈, 사랑으로 방황하는 소년이 끝내 성장한다는 내용은 평범한 편인데도 싱 스트리트가 유독 좋았던 점은 그저 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누군가가 성장하는데 보이지 않는 희생을 했던 형제들을 위로했기 때문이다. (감독 존 카니의 자전적인 내용이라는 것도 한몫해 더 울컥했던 부분도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형제관계에 있어서 희생과 거리가 먼 나는 위로받을 입장은 아니지만 미안하고 고마워서. 또 그런 감정을 일깨워줘서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P.S.사운드트랙이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가사의 Up이나 Drive It Like You Stole It, Go Now도 제쳐두고 가장 병맛인 The Riddle of Model을 좋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