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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Dec 12. 2016

별처럼 빛나는,
그것은 사랑

영화 <La La Land>를 보고

'별들의 도시여, 그댄 오로지 나만을 위해 빛나고 있는가'

영원하면 좋겠지만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 있단 걸. 별은 영원히 빛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별에게도 빛이 소멸되는 순간이 온다는 걸. 라라 랜드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상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난 영화를 보기 전에 예술을 다루는 많은 영화가 그렇듯, 라라 랜드가 잔인할 거라 예상했고 부디 잔인하지 않기를 바랐다. 근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아이러니하지만 이 영화를 잔인하다고 해야 할지 잔인하지 않다고 해야 할지 단정할 수 없었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밀려오는 감정, 찰나의 시선, 스치는 손길, 함께 추는 춤 

영화는 이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A jazz pianist falls for an aspiring actress in Los Angeles와 Here's to fools who dream. 사랑 이야기이자 꿈꾸는 자들을 위한 영화.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누구든, 어디든, 어떻게든 재즈 연주를 즐길 수 있는 클럽을 열고 재즈를 지켜나가는 것이 꿈인 세바스챤과 다니던 대학을 때려치우면서까지 배우를 꿈꿔왔던 미아가 사랑에 빠지고 꿈을 이루어 나가는 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에서 꿈꾸는 바보들보다 그 바보들의 사랑을 좀 더 다루고자 한다.

시작은 이렇다. 미아는 영화 세트장 내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곧장 오디션을 보러 가지만 무시당하고 울적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다. 그녀와 같이 사는 친구들은 집에 있겠다는 그녀를 파티장으로 끌어내지만 그녀는 얼마 있지 않아 홀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 길에 어느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발걸음이 사로잡힌다. 피아니스트에게 좋은 연주라고 했지만 돌아온 건 냉담한 반응뿐. 한 계절이 지날 때쯤이었을까. 우연히 파티장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에 디스코 음악을 연주하는.

그때의 냉담한 반응이 떠올라 엿 좀 먹였더니 다시 쫒아와서는 으르렁댄다. 집에 돌아갈 때쯤 우연히 그의 도움을 받고 뭔가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 감정은 사랑이 됐고 봄에 만난 그들은 여름 내내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나 미아와 꿈을 사이에 두고 좀 더 현실적이기로 마음먹은 세바스찬이 돈 되는 일렉트로닉 재즈밴드(?)에 들어가면서 둘의 관계는 어그러진다. 그쯤 미아도 번번이 오디션을 탈락하고 직접 연출한 1인극마저 처참한 반응을 얻자 완전히 질려버렸고 고향으로 돌아가버린다. 뒤늦게 미아의 캐스팅 소식 전화가 세바스찬에게 전달됐고 그는 미아의 고향을 찾아간다. 그녀를 설득해 오디션을 보게 했고 그 계기로 미아는 배우의 꿈에 가까워진다. 시간은 금세 지나 5년 후쯤 유명한 배우가 된 미아는 남편과 데이트하다 우연히 재즈 클럽을 들어간다. 그리고 세바스찬의 꿈 역시 이뤄졌음을 알게 된다.


알록달록한 색채로 가득 찬 이 영화에서 재밌었던 점은 사실 초반부에 둘의 운명을 암시하는 단서들이 나왔단 것이다. 간단하게는 고가도로 위 사람들이 'Another Day of Sun'을 부를 때인데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남자를 떠올리며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떠나야만 했다'라고 노래한다. 어쩌면 미아의 운명을 요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으로 미아와 그녀의 친구들이 'Someone In The Crowd'를 부를 때다. 친구들은 오디션으로 울적해있는 미아에게 파티장에 어쩌면 네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Someone in the crowd could take you where you want to go)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미아는 홀로 노래한다. 그보다 어쩌면 내가 나로서 빛나는 어딘가가 있지 않을까 하고.(Somewhere there's a place where I find who I'm gonna be

    그리고 파티장을 빠져나오는데 그녀 주변엔 온통 한 쌍의 남녀들이다. 그들(Someone을 만난 이들)을 헤쳐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피아노 연주를 듣고 홀리듯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세바스찬을 만난다. 어떻게 보면 친구들 말대로 미아는 자신이 원하는 곳을 데려다 줄 그를 만났지만 슬프게도 그녀는 마지막에 Someone이 아닌 Somewhere를 노래했다는 점이다. (더해서 미아가 들어간 레스토랑 벽면에 유명인들이 잔뜩 그려져 있다. 미아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마치 그 이후의 미아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영화의 후반부 미아가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는 그녀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꿈꾸는 바보를 위로하기 위해 우리가 있다고, 멍청해 보일지언정 약간의 미침은 필요하다며 울부짖는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빛날 곳이 어딘지를 깨닫게 된다.

마무리하며

가장 황홀하고도 마법 같은 장면은 연주로부터 펼쳐지는 에필로그가 아닐까 싶다. 레스토랑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칭찬을 건네던 미아를 냉랭히 지나치는 것이 아닌, 열렬한 키스로 화답하는 세바스찬. 비록 뒤이어 후회가 뚝뚝 묻어 나오는 ‘이랬었다면’하는 상상들은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기 위해 저 멀리 주차한 것처럼 굴었던 마음. 고급 레스토랑을 벗어나 냄새나는 극장으로 뛰쳐나가던 그 순간. 스쳐가듯 얘기한 집 앞의 도서관을 떠올리며 그녀를 찾아 나선 길. 그들의 빛바랜 사랑이 가여웠으나 찬란히도 사랑했던 상대방에게 미소 짓는 그들의 마지막을, 끝내 별들의 도시에서 꿈을 이룬 그들을 보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고민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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