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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Jul 13. 2017

우리들의 일그러진 옥자

영화 '옥자'를 보고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영화는 전혀 아닙니다만, 우리가 먹는 고기는 어디서 왔을까?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었음 좋겠구요. "
- 봉준호 감독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간의 평가가 '보고 나면 당분간 고기를 못 먹게 되는' 영화로 잡혀서일까. 무대인사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다시 한 번 옥자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되짚었다. 보고나니 실로 고기는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었는가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할 점이 많은 영화들은 감상글을 적어내는 것이 퍽 난감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들쑥날쑥한 머릿 속 서랍장을 도저히 몽땅 정리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냅두기도 아쉬우니, 한 칸이라도 열어 글로 풀어보고자 한다. 바로 옥자가 주는 씁쓸함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옥자가 미자를 구해내는 순간 평소보다 감정적으로 격해졌다. 엄청난 동물애호가가 아닌데도 옥자가 일반적인 동물의 차원을 뛰어넘는 존재처럼 느껴지면서 그녀가 겪는 모든 사건에 감정이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영화관에서만큼은 나도 미자가 되고 말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 속 미자는 옥자가 자신의 곁에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상품화를 예견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내가 예측할 수 없었던 건 옥자 존재뿐이었다. 낸시 자매가 미자와 옥자의 관계를 염두치 않을 거란 것도, 결국엔 금돼지로 옥자를 교환할 거란 것도 어느정도 예상했었다. 미란도 그룹과 옥자 사이의 스캔들에도 소비자들은 맛있고 값싸면 찾을 거란 낸시의 말에 거부감도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니까. 이 영화에서 옥자라는 판타지마저 없었다면 세태를 잘 반영한 하나의 다큐멘터리 필름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짧은 평을 마친다.





P.s.봉준호 감독이 4K 상영관에서 옥자를 감상할 것을 지인들에게 추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촬영감독과 4K를 염두하고 찍었다며. 쉽지는 않으나 감독의 의도대로 작은 화면으로 즐기기는 다소 아까운 영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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