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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Aug 12. 2017

입사 1년 차의
흔들림을 고하며

나는 일하기 좋은 사람일까

I'm pretty much fucked

입사 1년 차, 소설 마션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엄살이라고 해도 좋다. 내겐 부서에 사수가 몽땅 사라지는 것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유복한 환경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발령받을 당시 부서에는 3년 차의 선배 A, 선배 B, 동기 C 그리고 나를 포함한 총 4명의 주니어가 있었다. 3개월쯤 지나니 선배 A가 TF로 발령받았고 이어서 3개월쯤 지나니 동기 C가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맡은 일이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일이 생겼다. 다행히도 파트 내 실무 경험이 제일 많은 선배 B가 있어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달 전쯤 선배 B의 부서 이동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선배 B가 이 부서에만 오래 있었기 때문에 올해 내로 인사 발령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한 해 중 가장 바쁜 타이밍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두 달 뒤부터 TF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완전히 방심했던 것 같다. 어쨌든 지난 한 달간 내가 하던 업무는 일단 그대로 처리하면서 선배 B의 업무를 인수인계받고 새로 온 후임 분에게 내 업무를 인수인계까지 해야 했다. 입사 1년도 안 돼서 파트에서 실무를 도맡아 하는 포지션이라니.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암초에 부딪힌 난파선이 된 기분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은 업무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 때때로 할 수 있거나 하고 싶은 일도 스스로 놓아버리기도 했으니까. 나이 든 연차든 정신적으로든 나는 아직 막내라는 생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보니 이따금 나는 같이 일하기 별로인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자존감이 무너져가던 중 파일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입사 연수 동기들이 남긴 익명의 평가지를 발견했다. 최대한 나쁘게 안 적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는, 그럼에도 여전히 과분하게 느껴지는 그 평가지가 내게는 꽤 많은 위안이 되었다.

    1년 만에 다시 보니까 참 묘한 감정이 드는 동시에 고마운 평가들을 뒤집어버리지 않게, 스스로를 형편없게 만들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만큼 독립심을 키우기 좋은 환경도 없다고. 내가 운이 나쁘다거나 회사가 너무하다며 칭얼거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 이 글을 쓰는 토요일 오전에도 틈틈이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미련하게 들리겠지만 앞으로 더 힘들어지더라도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홀대하지는 말기를. 진짜로 이 곳이 혹은 일이 내게 맞지 않다고 느낄 때, 후회 없이 끝낼 수 있도록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부끄럽지만 내게 힘이 되어준 평가들. 

강점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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