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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Sep 30. 2017

내게 꽤 죽이 맞는
여행 메이트들이 생겼다

나이는 조금~ 있는 그들이긴 하지만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본 적이 별로 없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초등학교 4, 5학년 정동진 당일치기 여행이 가장 마지막 여행이었던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은 여름, 겨울 한 번씩은 가는 듯한데 우리 가족에겐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은 밤낮 할 거 없이 돈 버시느라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고 고등학교 땐 내가 기숙사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대학교 들어가선 몇 번 말만 나오다가 흐지부지 되곤 했다. 올해 늦은 여름에서야 가족 여행이라고 할 만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시간 내기가 힘들어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긴 했지만.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벽 일찍 부산으로 출발해서 자정 넘어 서울에 도착하는, 빡빡하고도 고된 일정이라 부모님이나 나나 어느새 예민해지고 감정이 상할까 봐 좀 걱정스러웠다. 설령 좀 힘들더라도 나는 인내심을 가져야지, 징징거리지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 몇 번씩 다짐했다. 다행히도 돌아오는 기차에서 괜한 걱정을 했단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님과의 여행 코드는 잘 맞았다. 사실 이 여행을 가지고 부모님 환갑 기념 여행을 패키지로 보낼지 동행해드릴지를 가늠하겠다고 협박성 멘트를 날린 게 좀 영향이 있겠지만 말이다. 하하


다 떠나서 힘들고 고된 여행일수록 더 기억에 남는 법이라던 아빠의 말이 평소 생각했던 여행 철학과 비슷하여 뭐 어디를 가건 무엇을 하건 괜찮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혼자 하는 여행도 여전히 너무 좋지만 해운대 바닷가에서 소풍 나온 소녀처럼 털썩 앉아 아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던 엄마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아빠와 손 잡고 시장 골목골목을 누빌 수 있어 부모님과의 여행도 꽤 좋구나 생각했다.

아빠를 사로잡은 오복미역

너무 숨 쉴 틈 없이 앞만 내달리며 살아온 본인 인생이 요즘 들어 더 서러우시다며 앞으로는 1년에 꼭 두 번은 여행을 갈 거고, 심지어는 내가 여행 갈 때마다 다 쫓아가겠다는데 살짝 섬뜩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부모님과 그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은 본인이 다 책임지시겠다며 해놓곤 원래 맛있는 음식인데 딸이 사주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며 내쪽으로 Bill 지를 쓱 밀어보내는 것도 괜찮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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