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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Dec 15. 2017

겨울의 재즈를 좋아하세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는 겨울에는 울적해지기 쉽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재즈를 마음껏 들을 생각에 들뜨곤 한다. 요즘은 퇴근하면 서늘한 기운이 맴도는 집에 온기를 불어넣을 겸 복숭아향 캔들을 태운 다음 AI스피커 카카오미니에게 말한다. '카카오야, 재즈 틀어줘' 스피커에서 재즈가 흘러나오면 옷걸이에 코트를 걸고 잠옷을 갈아입고 세면까지 마친 후 침대에 누워서 한시간 쯤 노래를 듣다가 잠에 든다. 가끔 더 기분 내고 싶을 땐 LP를 꺼내 다닥다닥 붙어있는 먼지를 후- 불어 떼어놓고 조심스레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바늘이 소리골에 닿으면 행복이 대수로운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나를 설레게 만드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하는 '겨울에 들으면 유달리 로맨틱한 재즈'를 몇 가지 추려볼 생각이다.


#01. Polka dots and moonbeams - Frank Sinatra & Tommy Dorsey 

노래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시작된다. 작은 전구들이 즐비한, 무도회가 열린 정원에서 수줍게 춤을 추는 남녀들. 그 속에서 한 남자는 누군가와 부딪히고, 그에게 사과를 건넨다. 그 순간 도트 무늬의 원피스와 달빛을 보았다고 한다. 노래가 시작되자 납작한 코가 귀여운 그녀에게 춤을 청하며 수줍게 말한다. '영원히 Polka dots and moonbeams'를 기억할 거라고 (꺅)


#02. Candy - Chet Baker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달달해지는 곡이다. 난 노래를 콧노래와 함께 흥얼거리면서 있지도 않는 Candy를 떠올려본다. 환한 미소와 싱그러운 표정. 내가 누군가에게 Candy이거나 혹은 Candy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그만큼 축복인 일도 없을 듯 하다. 누군가를 Candy로 부르는 것. 누군가에게 Candy라고 불리는 것.


#03. Dream a little dream of me- Doris Day

난 이성에게 애교가 지독히도 없는 편인데 (과장해서 말하면 애교를 부리면 어쩐지 지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 노래의 제목 정도는 애정을 담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라면 '내 꿈을 꾸라'는 말이 낯간지럽게 느껴졌을텐데, 이 노래에선 그 말이 단순히 애정을 갈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잊고 잠들길 바라는 배려와 따뜻함까지 담아있다. 캄캄한 밤, 꿈을 꾸는 상대방에게 햇살이 당신을 찾을 때까지 달콤한 꿈을 꾸고 그게 무엇이 됐든 자신을 조금이나마 꿈꿔주길 바라는 마음. 그게 이 노래의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04. Blue Moon - Billie Holiday

가슴 속에 꿈도, 나만의 연인도 없었던 내게 꿈도 사랑도 갑자기 찾아왔단 내용인데, 듣고 있자니 묘하게 씁쓸하면서(?) 설레는 기분이다. 김용택 시인의 '달이 뜬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라는 시 구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에 잠을 내어주고 창 밖의 푸른 달을 바라보며 그저 실실 웃는 누군가가 그려지기도 한다. 


#05. Cheek to Cheek -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Heaven-하고 시작되는 이 노래도 앞서 소개한 곡들과 비슷하게 사랑의 설렘으로 아주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 노래다. 가사 내용이 당신과 춤을 추는 순간 모든 근심 걱정 사라지고, 좋아하는 등산을 할 때보다 곱절로 신나고 비로소 내가 찾는 행복을 만났고 난 천국에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두근거림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은 다 가져다 쓴 것 같다. 또 남녀 듀엣 곡이라 핑크색으로 물든 뺨에 뺨을 대고 춤추는 연인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이걸 두고 결코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순 없겠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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