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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Dec 02. 2017

일요일의 파수꾼

토요일은 무너지더라도


파수꾼[把守-]
1.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2.어떤 일을 한눈 팔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부서에서 내 포지션은 참 요상하다. (사수가 부서 이동을 하면서) 파트 최장기간 실무자인 동시에 막내 포지션에 속해 있다. 글로 적고나니 싱싱한 호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실제로 몇 달간 정신없이 던져지는 업무가 부당하다 느끼면서도 논리도 배짱도 없어서 (라는걸 사람들도 알고 있어서) 묵묵히 일했던 거 같다. 그러나 입사 1년 갓 넘긴 이가 무슨 요령이 있고 얼마나 숙련됐을까? 평일 야근 릴레이에도 쳐내지 못하는 일들이 점점 쌓이자 결국 토요일을 몇 번 내줬다. 글을 쓰는 오늘도 그랬다. 심지어 점점 새끼치듯 늘어나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들어온 지 3달 넘긴 동료마저도 휴일 근무의 압박을 느끼게 했다.

직장인 호사분면

결국 동료는 물었다. '토요일이 좋아요? 일요일이 좋아요?'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금요일 9시쯤 휴일에 나올 거면 같이 나오자는 뜻이었다. 둘 다 (쉬기엔) 좋다고 대답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대답했다.

늦잠을 실컷 자고 토요일에 나오죠!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별 차이는 없지만 하루라도 쉬고 나오면 출근하기가 정말 싫어지는 마음에, 원래 주6일 근무인데 회사에서는 관대하게도 토요일은 플렉서블 근무가 가능하다며 스스로를 세뇌하는게 나름 효과가 있어서 지금껏 일요일만큼은 경계하며 지키고 있다. 그런데 오늘 그 경계가 자칫하면 무너질 뻔 했다. 영 찝찝한 마음에 일요일에도 나와 마무리를 해볼까-하고 잠깐 고민했단 말이지. 그냥 다음주 평일에 야근을 좀 더 하는 걸로 타협하면서 사무실을 나왔다. 따흐흑. 글을 쓰고 있는 퇴근길 버스에서 간절히 빌어본다. 이토록 성실히 쉬고자 하는 일요일만큼은 꼭 산타 할아버지가 방문하신 건 아닌지 착각이 들 만큼 아주아주 행복한 시간들로만 가득하기를,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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