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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Feb 12. 2018

버틴다는 건

성장통일까 느린 자살일까

얼마 전 반년을 괴롭힌 프로젝트가 끝났다. 끝나기만 하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되려 번아웃이 왔다. 이제 그마만큼 바쁘지도, 힘든 일도 없는데 손끝도 대기 싫어지면서, 일을 기피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자괴감에 시달렸다. 홀로 끙끙 앓아보기도 해봤고 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도 여러 번. 최근에는 심리센터도 가보았다. 나름(?) 몸부림쳐봤지만 대부분 위로와 함께 결론적으로는 ‘참아보라’는 반응이었다. 어느 회사든, 어떤 일이든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라며. 지금 참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든 못 버틸 거라며. 곱절로 사회생활을 겪은 인생 선배들인만큼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겠거니 수긍하는 동시에 버티기만 하는 삶은 느린 자살이나 다름없단 소설 구절도 떠올랐다. 

    이런 것들이 날 매우 혼란스럽고 괴롭게 한다. 기성세대들에겐 버티지 못하는 자는 나약하고 또래들에게는 버티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처럼 비치는 듯하다. 이러나저러나 도태되는 사람 같은 기분이다. 어디까지 참아야 나약하지 않은 사람이고 어느 순간에 참지 말아야 느린 자살이 아닌 건지. 

Jai guru deva om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회사 친구와는 이런 이야길 했다. 뭐가 날 행복하게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찾는 건지조차 모르겠다며. 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일을 제외한 나머지 삶의 영역들도 무채색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연애라거나 취미라거나, 사교활동 등을 통해서라도 삶을 가꾸어나가야 하는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랄까. 이마저도 비겁한 변명이라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끊임없이 우울한 소리를 늘어놓다가 최근에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보려 했는데 그마저 쉽지 않아 서글퍼하며 우리는 각자 집으로 향했다. 새벽 1시. 아마 그 친구도 답답한 마음에 잠들지 못할 것이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보려다가 실패하여 키보드를 뚜들기는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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