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낙태죄가 드디어 폐지되었다.
소심한 글로벌 오지라퍼로서 요 근래 국내 이슈만큼이나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였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일랜드의 낙태죄 폐지 투표였다.
평소에도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은 소소하게 있었다. 이역만리의 땅이지만 식민지 수탈 등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묘한 동질감도 있었고 한 때 워킹 홀리데이를 알아보면서 아일랜드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당시 충격적이었던 점은 서방 국가는 아무렴 어느 방면에서나 우리 쪽(?)보다는 열려있겠거니 생각했던 나의 사고가 몹시 편협적이었다는 걸 반증하는 것처럼 아일랜드도 그 못지않은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국가였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로 여전히 인종 차별, 성 차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은 오래전부터 손꼽혔던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성폭행으로 임신이 되어도, 출산이 임산부 생명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이 내려져도 낙태를 허용치 않다가 2013년부터 생명의 위협이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했으나 이조차도 까다로워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근교 국가로 넘어가 낙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고 한다.
임신 중 패혈증에 걸려 유산이 불가피했던 사비타 할라파나바르의 죽음으로 이 논쟁에 불이 붙여져 더 이상 구시대적인 법안을 묵과할 수 없었던 아일랜드의 의회에서 지난 3월 8일(이 날은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했다!) 해당 헌법의 개헌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개헌에 대한 본격적인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소셜미디어에서 #HERBODYHERCHOICE #HOME2VOTE 등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미디어에서는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국민투표에 대한 장려가 이뤄졌다. 외국에서 거주하던 여성들도 투표를 위해 귀국을 하는 등 아일랜드 내외부적으로 적극적인 행동으로 마침내 5월 25일 압도적인 개헌 찬성의 결과가 나왔다!
여전히 종교계에서는 반발 여론이 크다지만 결과를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 나라에서 일어난 것 마냥 기쁘고 뿌듯하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나도 그들처럼 내 몸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태는 성교는 하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법무부의 의견을 보며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 못지않은 상황 속에서 결국 이뤄낸 아일랜드를 보면서 용기를 가지고 부디 어서 한국의 여성들도 내 몸에 대한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나 또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겠다고 느낀다!
P.S.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남자들이 남 일로 생각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지해야한다는 킬리언 머피!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