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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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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Jun 25. 2018

THIS IS MONGOLIA #1

다이나믹 몽골 여행기 - 첫 번째 날

작년 겨울쯤이었다. 민정이와 몽골 여행을 계획한 게. 사실 나는 자연보단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뉴질랜드를 한 번 갔다 오고 나니 슬슬 대자연의 매력을 느끼던 참이었고 민정이는 원래부터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때 당시 SNS에서 몽골 사진을 우연히 보고 언젠가 가야지! 싶었는데 마침 민정에게도 오랜 로망이었다길래 올해 초여름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사람을 많이 구할수록 1인당 부담하는 경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혜린이에게도 제안했다. 워낙 지방 출장에 치이는 그녀다 보니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반색을 하며 그때만큼은 꼭 가겠노라고 선언. 그렇게 연수원 동기 세 아줌마(?)의 몽골 여행이 시작됐다! 얘기를 꺼낸 게 작년 겨울, 항공권을 구입한 게 3월쯤이었는데 어느새 몽골 여행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여운과 감동이 잊히기 전에 다사다난하고 감동적이었던 몽골 여행기를 적어보기로 했다.

 


#1. 시작부터 불안에 떨다

민정과 혜린이 먼저 점심쯤에 울란바토르행 비행기를 타고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저녁에 따로 출발했다. 다행히도 여행사에서 나도 따로 픽업해준다기에 안심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10시가 살짝 못 미치는 시간이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아무리 둘러봐도 나를 찾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당황한 채로 공항을 헤매다가 같은 여행사의 다른 가이드를 발견했다. 어디론가 몇 번 통화하더니 의자에 앉아있으면 내 가이드가 찾아올 거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남자분이 날 찾아냈다. 겁 없는 나라지만 솔직히 어두운 타지에서 혼자 있으려니 좀 무서웠다. 잔뜩 긴장한 채로 차를 타고 시내로 향하는데 그분이 자기는 내 가이드가 아니라고 한다. 어? 머릿속에 온갖 시나리오가 펼쳐지는데 알고 보니 우리 가이드는 다른 팀 배웅하느라 친구인 자기에게 내 픽업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차를 바꿔 타란다. 저 차가 진짜 내 가이드의 차라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진짜 내 가이드의 차에 탔는데 세상에나...! 우리 가이드의 인상이 너무나도 험악하다. 팔에는 문신이 가득하고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을 보니까 살아서 민정과 혜린의 곁으로 갈 수 있을까 싶었다. 다행히(?) 우리 숙소로 날 내려주고 내일 아침에 픽업하러 올 테니 푹 쉬라며 떠났다. 드디어 상봉한 우리 셋은 울란바토르 얘기를 좀 나누다가 내일부터 시작될 사막 여행의 떨림을 안고 새벽 1시쯤 잠에 들었다.



#2. 더더, 어디가?

아침 9시쯤 데리러 온다더니 딱 맞춰서 검은색 스타렉스가 숙소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튀어나올듯한 캐리어와 터지기 직전의 배낭, 목베개까지 짐 가득한 상태로 스타렉스에 탑승했다. 사막으로 향하기 전에 시내에서 환전이나 유심 구매, 장보기를 마쳐야 하는데 이 모든 게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에서 가능하다. 컵라면 몇 개, 고비 캔맥주와 가이드가 추천해준 보드카와 주스 정도만 소박하게 구매하고 나서야 고비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근데 장 볼 때부터 가이드의 표정이 참 뚱하고 말이 없다. 후기에서 보는 거처럼 가이드들이 다 살가운 건 아닌가 보다 싶었다. 한참을 지나서 점심쯤에서야 만달고비의 어느 식당에 도착했다. 새파란 하늘에 주황색 벽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메뉴판을 보는데 전형적인 몽골 음식도 있었고 불고기나 닭볶음탕 같은 한국 음식도 몇 가지 있었다. 몽골식 음식 하나랑 만두를 시키고 보험용으로 닭볶음탕까지 주문했다. 꽤 배고픈 상태였는데 먼저 불고기 파스타 느낌의 몽골 음식이 나왔다. 다행히 입맛에는 맞았는데 그다음 음식들이 영 소식이 없었다. 가이드는 자기 몫의 식사를 마쳤는지 식당을 나갔다. 한참 지나서야 음식이 나왔는데 닭볶음탕 대신 불고기가 나와버렸다. 음식을 다시 달라기엔 시간이 지채 될 거 같았고 가이드가 없어서 말도 못 하겠고 싶어서 그냥 열심히 먹었다. 배부른 상태로 식당을 나왔는데 이럴 수가. 우리 차가 없다! 황당한 얼굴로 식당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무리 봐도 차가 없다. 뭘까? 우리를 버린 걸까? 주유소를 갔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30분쯤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았다. 급격히 불안해지기 시작한 우리는 여행사에 연락을 걸었다. 오고 있는 중이란다. '아니, 도대체 어디를 갔길래?' 곧이어 회색의 스타렉스가 주차장에 들어서더니 가이드가 보였다. 검은색의 스타렉스는 어디다 두고? 알고 보니 검은색 스타렉스 에어컨이 고장 난 거 같아서 다른 차랑 바꿨단다. 짐을 옮기고 바꾸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일부러 음식이 늦게 나오는 식당을 간 건데도 늦었단다. 말이라도 해주면 좋았으련만. 가이드가 이렇게나 못 미더워서 앞으로 어떡하나 싶었다. 이러나저러나 5일간 믿을 구석이라곤 이 자밖에 없다. 어떻게 불러야 하냐 물었더니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더더"



#3. 하얀 탑, 차강 소브라가

그렇게 3시간쯤 지났을까. 바람이 잔뜩 불고 구름이 낀 차강 소브라가에 도착했다. 가파르게 깎인 절벽 너머로 펼쳐지는 황토색 평야가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우리 셋은 좀 겁이 많아서 절벽 끝자락에는 갈 엄두도 없었던지라 아주 안전한 곳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주변엔 서양인, 한국인 몇 팀이 좀 있었는데 다들 과감하게 절벽에 올라섰다. 다른 팀 가이드들은 아주 열정적으로 안내하는 반면, 내내 말없던 더더는 다른 운전기사들을 보자마자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참고로 투어 인원이 많으면 운전기사 1명, 가이드 1명과 함께 다니는데 우리는 셋 밖에 없어서 기사 겸 가이드 1명으로도 충분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대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쭈뼛쭈뼛 거리는 걸음으로 차강소브라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어느새 더더가 다가왔다. 밑으로 내려가 보라고. 절벽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같이 있던 서양인, 한국인 팀들이 밑에서 사진 찍는 걸 보며 우리도 우선 내려가 봤다. 모래 때문에 미끄럽고 발이 푹푹 빠지는데 내려가 보니 밑에서 보는 절벽 풍경은 위에서 보는 것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용감한 몇 분은 높은 바위까지 올라가 사진 찍고 있는걸 우린 그저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더더와 민정이 바위 절벽(?)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 더더가 민정이를 끌고 간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겠다. 다 올라가기도 전에 민정이는 그만 올라간다며 단호하고 가냘프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생각보다 높아 보이지 않길래 나도 올라가 본다고 생떼를 썼는데 결국 나도 무서워서 중간에 내려왔다. 내려왔던 길을 돌아가 올라가는데 경사가 꽤 높고 모래바닥이라 숨을 헉헉대며 올라갔다. 셋째 날 사막 등반이 이런 느낌이겠지? 어느 정도의 생고생일지 가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4. 별이 가득한 사막의 첫 밤

드디어! 첫 게르에 도착했는데 아주 작고 아늑했다. 우리가 받은 여행 일정표에서는 숙박하는 게르마다 샤워가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더더가 그건 손님 데려오려고 일부러 하는 말이고 이번 게르엔 샤워실이 없을 거라 했는데 허술하지만 있었다. (부들부들) 이런 식으로 더더는 우리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틈날 때마다 자꾸 진지한 얼굴로 뻥을 치곤 했다. 어쨌건 짐도 풀고 샤워도 하고 한껏 개운한 기분으로 얼른 하늘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차강 소브라가에서 하늘이 흐려서 안달 났는데 다행히도 조금씩 구름이 걷어지기 시작했다. 별을 못 볼 거라던 더더도 1/3쯤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신난 나는 챙겨 온 돗자리를 펼치고 아침에 장 봤던 보드카와 주스, 컵라면을 준비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크고 밝은 별들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서울과 같은 하늘이 맞을까! 오늘은 많이 보이는 날도 아니라는데도 정말로 아름다웠다. 우리는 술과 컵라면을 살짝 맛보고 취기가 살짝 오를랑 말랑한 상태에서 다 같이 돗자리에 누웠다. 아이패드에 담아온 노래 중 지금 이 순간 잘 어울리는 듯한 곡을 몇 가지 틀었다. Kings of Convenience의 Cayman Island 같은. 나중에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이토록 선선한 날씨에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두 번째, 네 번째 날은 흐린 날씨 탓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가장 별이 잘 보였던 세 번째 날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날씨가 추워서 밖에 오래 있기 힘들었다. 그 당시에도 행복하다고 느꼈지만 생각할수록 사막에서의 4번의 밤동안 한 번의 밤이라도 이런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은하수와 함께 사막의 첫 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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