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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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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Jun 26. 2018

THIS IS MONGOLIA #2

다이나믹 몽골 여행기 - 두 번째 날

#5. 여행자보험 <비상약

나는 어떤 여행이건 잘 다니는 편이다. 추위도 더위도 잘 안 타고 음식도 잘 안 가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데 그렇다고 쉽게 피곤해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사막의 두 번째 날 일찍 깨버린 나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뭔가.. 속이 좋지 않다. 어쩐지 뱃속이 용암처럼 부글부글거리는 듯하다. 갑자기 극도로(?)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탈이 난 모양이다. 다행히도 챙겨 온 소화제를 털어 넣으니 조금 진정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몽골 여행 필수템에 대해서도 한 번 정리할 거지만, 몽골 여행에서 제일 잘 챙겨야 하는 건 침낭도, 핫팩도 아닌 비상약들이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갖가지의 비상약만이 안전한 몽골 여행을 보장해준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민정과 혜린은 여전히 침낭 속 꿈나라에서 쿨쿨 중이라 심심하기도 하고 소화도 할 겸 바깥에 산책도 다녀오고 세수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민정이와 혜린이가 잠에서 깼다. 혹시나 싶어 둘은 괜찮은지 물었더니 멀쩡하단다. 도저히 아침 먹을 속은 아니라서 둘만 식당으로 보내고 게르에 혼자 남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몽골 여행 짐싸기는 진력이 난다. 몽골엔 있는 게 없는 거뿐이라는 누군가의 충고에 평소 우산도 챙기지 않던 내가 카테고리별로 챙길 물품을 적어놓기까지 했다. 오늘은 얼음 계곡 '욜린암'을 들러서 말 타기를 한다고 하니 청바지를 입었다. 말안장이나 털에 피부가 쓸려서 아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민정이와 혜린이도 옷을 갈아입고 짐을 싸기 시작, 어느 정도 준비가 마치자 더더와 게르 직원 분들이 우리의 짐을 스타렉스에 실었다. 더더가 욜린암에 가기 전에 '달란자드가드'라는 사막도시에 들려서 점심 먹고 장도 볼 거란다. 마침 어제 깜빡하고 얼음을 못 샀는데 거기에 가면 구해야겠단 결심과 함께 달란자드가드를 향했다.



#6. 사막에서 얼음 찾기

닭고기 튀김대신 닭볶음(?), 메뉴판, 수테차와 건포도 주스

한참을 달려서 달란자드가드의 어느 식당에 도착했다. 테이블이 15석은 될까 싶었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현지 맛집임을 예감하며 메뉴판을 봤으나 세 명 모두 은은하게 양고기 거부 모드였기 때문에 닭고기 튀김 요리를 시켰다. 더더는 양고기를 먹지 못하면 사막을 데려갈 수 없다며 엄포를 늘어놓으면서도 또 순순히 닭고기를 시켜줬다. 음식을 기다리던 중 민정이가 더더에게 몽골 전통차인 수테차가 어떤지 물었다. 말리기도 전에 수테차를 주문하더니 곧이어 정체불명의 주스 3잔과 수테차 2잔이 나왔다. 주스 맛은 익숙하면서도 묘했는데 건포도를 우린 주스라고 한다. 수테차는 조금 짠 두유 맛이 났다. 차를 마시고 나니 닭튀김 대신 닭볶음탕 비주얼에 가까운 닭요리가 나왔다. 주문이 잘못 들어갔다는데 어째 저번부터 우리가 주문한 건 다 이상하게 나올까. 그래도 꽤 매콤한 맛 덕분에 속이 좋지 않던 나를 포함 모두가 잘 먹어치웠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얼음 구하기에 혈안이었다. 어제 장 봤던 맥주를 차갑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무리 마트를 몇 군데씩 돌아다녀도 얼음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마트에서 옆 카페에서 한 번 물어보라고 팁을 줬다. 드디어 달란자드가드에서 처음으로 얼음을 목도했는데 아쉽게도 팔지는 않는다고. 고민 끝에 더더 몫 포함 4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얼른 마시고 얼음만 걷어내기로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그 대가로 잇몸이 시리긴 했지만 아메리카노를 원샷, 몇 개 되지 않는 소중한 얼음을 아이스박스 안 맥주 옆에 두었다. 그날 밤에 바로 맥주를 꺼내 마셨는데 살짝 차가워져 있어서 뿌듯했었다. 키득키득.


#7. 얼음 계곡에서 말을 타보다

미끄러웠던 얼음계곡

그렇게 달란자드가드에서 애타게 얼음을 찾아 헤매 놓고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일정이 바로 얼음 계곡 욜린암이었다. 사막에서도 녹지 않는 얼음 계곡이라니! 잘 가고 있다가 갑자기 더더가 일정에 없는 곳을 데려가겠단다. 보통 여행사에서는 돈을 아끼려고 잘 데려가지 않는 곳이란다. 어제부터 같은 게르에 묵었던 한국인 2팀의 가이드들과 운전기사들이랑 뭔가 말하더니 같이 들러보자고 얘기를 한 모양이다. 욜린암이랑 비슷한 분위기의 협곡이었는데 욜린암과 달리 전형적인 투어 코스는 아니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는데다가 방문객은 우리와 다른 한국인팀들뿐이었다. 2,30분쯤 걸었더니 얼음 계곡이 보였다. 더더는 아까 힘들게 얼음 찾지 말고 여기 얼음을 떼갔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빙판 위도 슬금슬금 걸어도 보고 풀 뜯어먹는 염소들도 구경하고 나서 다시 욜린암으로 향했다. 내리자마자 입구 한편에 기념품을 파는 매대가 있었다. 귀엽다고 꺅꺅거리며 부모님과 조카에게 줄 낙타 인형을 신중하게 골랐다.

우리를 이끌어줬던 힙스터 마부

짧은 쇼핑을 끝내자마자 갑자기 말타기 시간이란다.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 했는데?! 긴장한 우리를 비웃으면서 더더가 말 타는 법을 알려주더니 마부들에게 뭐라 뭐라 한다. 마부 한 명이 우리 셋을 이끌어준단다. 근데 다른 팀들과 달리 우리 셋을 이끌어줄 마부는 말을 타고 간단다. 그래야 말답게 달릴 수 있다고. 우리는 더더에게 다급하게 말답게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더더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잘 구경하라는 말과 떠났다. 다행스럽게도 마부의 말이 비협조적인 덕분에(?) 마부는 말에서 내렸고 다른 팀처럼 걸어서 우릴 이끌어줬다. 그제야 안심하며 욜린암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저 걷기만 하니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 중간에 잠깐 말에서 내려와 쉬는데 마부가 갑자기 우리를 부른다. 뭔가 좋은 걸 보여주나 싶어서 황급히 동영상 촬영을 눌렀는데 알고 보니 벼랑에 떨어져 죽은 아기 염소를 보여줘 황망했다. 힙한 모자를 쓰고 있던 그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왜 그런 걸 보여준 거니...?




#8. 비단 같았던 몽골의 석양

제일 좋았던 게르

말타기와 욜린암 구경까지 마치고 오늘 묵을 게르로 향했다. 같이 동행하던 팀들과 같은 게르에 묵기로 약속을 했는데 세 팀 모두 따로 가다가 살짝 헤매고 말았다. 우리는 그저 표지판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길을 찾는 더더가 신기했을 뿐이다. 겨우 겨우 약속한 게르에 도착했는데 정말 럭셔리했다. 작고 아늑했던 첫 게르와 달리 이번 게르는 아주 넓었고 식당도, 샤워실도 크고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 풍경이 끝내줬다. 우리는 신나서 삼각대까지 꺼내서 사진을 잔뜩 찍고 뒤늦게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맛난 닭고기 요리에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었다. 더더에게 진지하게 이 게르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게르의 하이라이트는 이때부터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뒤를 돌아본 민정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석양이 지면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의 하늘이 눈부시게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이 풍경을 놓칠 수 없다며 게르로 전력 질주해 삼각대와 카메라까지 챙겨 왔다. 우리는 일몰이 끝나기 전에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오직 별에만 기대를 걸었던 우리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해가 다 지고 나서도 끊임없이 감탄하며 샤워실로 들어섰다. 어제처럼 샤워를 마치고 게르 밖에서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다. 룰루. 아까 힘겹게 구한 얼음 덕분에 맥주는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 별은 어제만큼 보이지 않았지만 그저 즐거웠다. 그러던 중 같이 동행하던 한국인팀들 중 한 팀이 같이 놀자고 제안하셨다. 셋이서 조용히 즐기는 것도 좋았지만 여럿이 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싶어서 합류했다. 유쾌하신 분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옆에 무언가 나타났다. 맙소사. 아기 염소였다! 별을 많이 못 본다고 낙심하던 찰나에 찾아온 반가운 동물 친구였다. 너무너무 귀여웠다. 술자리가 끝나고 아늑한 게르 침대에 누우며 결심했다. 꼭 아기 염소를 안아봐야지!












풀 뜯는 염소 친구들과 함께
취향저격 게르
깜짝 방문한 아기염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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