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el Aug 28. 2018

우리 한때 자석 같았다는 건

한쪽만 등을 돌리면 멀어진다는 거였네

별 볼 일 없던 내게 네가 준 이별 덕분에 나도 주인공이 돼보네
in a sad love story. In this sad love story.

잊을 때도 됐는데 기억에 살만 붙어서 미련만 커지네.
되돌아보면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데 하필 전부 명장면이네.

- 에픽하이의 '연애소설'

지루하디 지루한 낮이었다. 어쩌다 이 주제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만 아마도 각자 좋아하는 음악 영화를 골라보자고 했던 거 같다. 고민 끝에 누군가는 라라랜드를 골랐고 다른 누군가는 비긴 어게인을 골랐다. '영화 속 노래들이 참 좋았어'로 끝날 거 같던 대화가 영화 캐릭터들의 감정선까지 이어졌다. 비긴 어게인의 마지막 장면 속 데이브(아담 리바인)이 공연장에서 편곡한 Lost Stars를 부르고 관객들을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감정은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이 질문으로 우린 심심하고도 지루한 낮 시간을 조금은 감상적인 무드로 물들였다.

    Lost Stars는 데이브와 그레타가 연인이던 시절에 그레타가 데이브를 위해 만든 곡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브는 대중적인 음악 스타일을 다져가는 반면 그레타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순간 생겨버린 작은 균열들이 커져 결국 둘을 갈라놓는다. 그레타는 변해버린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데이브는 그녀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레타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오랜 시간 서로의 청춘을 공유한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잘해보자면서 자신의 공연을 초대한 데이브를 거절하지 못한 건 아닐까. 차라리 그녀가 거절했다면 관객인 나로서는 마음이 덜 아팠을 거고 이 영화를 덜 좋아하게 됐을 거다.

    돌아가서 공연장을 빠져나가던 그레타의 마음이 어땠을지 한참 이야기했고 결론적으로 두 가지의 해석이 나왔다. 먼저 데이브의 음악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며 그레타 자신이 추구하던 길만이 옳은 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공연장을 나선 거라는 해석이다. 다음으로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데이브를 보며 같은 꿈을 향해 가는 사이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자신과는 다른 음악을 하고 있단 걸 다시 한번 깨닫고 공연장을 빠져나온 거라는 해석이다. 어떤 해석이건 각자의 몫이자 취향으로 남겨놓았지만 우리 모두 이거 하나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둘은 다시는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을 나누는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는 말로도 모자를 정도로 외롭고 공허하다는 것.

    개인적으로 재회의 순간은 라라랜드가 더 좋았지만 이별의 수순은 비긴 어게인이 더욱 슬프단 느낌이 든다. 라라랜드의 미아와 셉은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던 반면 데이브와 그레타는 처음부터 같은 꿈을 꾸는 연인이었다. 그게 틀어지는 과정에서 그레타가 깊은 상처를 받는 걸 지켜봤고 그 틈은 무엇으로도 메꾸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가슴이 저렸다. 하- 이래서 우리가 이 영화들을 사랑하나 보다. 나뭇가지에 긁혀 생채기가 난 들짐승을 보면 안쓰러운 손길로 쓰다듬게 되듯이. 비가 쏟아지는 이 밤, 나는 어디엔가 있을 셉과 미아가, 데이브와 그레타가 많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오늘 밤만이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을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