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글 쓰는 법을 까먹어버렸었다.
글을 참 시도 때도 없이 열심히 쓰던 적이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 들렀던 식당과 카페, 매장들, 잠깐이라도 사용해 본 제품들, 읽은 책들과 스쳐 지난 기사들, SNS 포스팅들. 뭔들 가릴 것 없이 죄다 글쓰기의 소재였다. 자기 전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긴 글을 술술 쓰고 편하게 올렸다. 브런치로 옮겨다가 살을 붙이고 한 번 더 공유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글 쓰는 게 참 쉬웠더랬다. 라이크도 많이 받았고, 이런저런 채널에 재공유되기도 했고, 조회수도 높으니 신도 났었다.
그렇게도 술술 써지던 글쓰기에 갑자기 정체기가 찾아와 버렸다. 퍼블리 PUBLY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공동 저자로 참여해 열심히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느라 바쁘던, 계절로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즈음이었다. 짧은 일정 내 매주 한 편의 글을 써내야 하는 압박감 속, 글쓰기에 지쳐서였을까. 더군다나 부족하고 모자란 내 초고 마저 여러 번의 애정 어린 피드백과 교정/교열을 통해 멋지게 탈바꿈시켜주시는 - 그러나 결코 앞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분들의 노고들 앞에서, 쉽게 쓰고 쉽게 내뱉었던 과거의 내 글들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말하자면 여러 이유들이 있다. 구성원의 수가 적은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내 한 문장 한 마디 한 단어가 회사의 첫인상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침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할테다. 와중에 작게나마 무언가를 만들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듣게 되는 입장이 되니, 그동안 쉽게 쉽게 쓴 나의 어떤 글들이 누군가에는 상처가 되었겠거니 깨닫기도 했다. 그에 앞서 그냥 일과 이런저런 프로젝트들에 많이도 바빠져서, 관찰도 생각도 예전만치 못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이래저래, 피곤함과 자기검열의 시너지 속에서 글을 영 못 쓰게 되어버린 2018년 상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련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글쓰기 근육을 만들고 길러야 한다지 않나. 고작 요 몇 달 새, 그간 어설프게 길러온 근육마저 다 빠진 기분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글쓰기에 게을러졌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또한 다짐하기 시작했다. 자기검열은 뒤로 한 채, 하지만 예전보다 더 열심히 더 재미나게 그리고 조금은 덜 밉게 글을 써야지, 라고.
그리하여 요새 다시, 쓰고 싶은 글들이 참 많아졌다.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는 안알랴쥼 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