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부터 역주행 신화, 그리고 3번째 월드투어까지
이렇게까지 '나의' 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또 있을까
나의 데이식스라...
데이식스가 눈부시게 성장해서
더이상 나의 것도, 우리의 것도 아닌
모두의 데이식스가 되고 있으니까
아주 개인적인 데이식스 이야기
처음 데이식스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2017년 11월, 처음 데이식스 콘서트를 간 건 2017년 12월.
그뒤로 열린 데이식스의 모든 콘서트에 성실히 참석했고
지금이 2024년 6월이니 어연 8년째 덕질 중이다.
데이식스를 좋아하는 8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가장 큰 게 음악취향과 덕질에 대한 생각이다.
1) 음악취향
지금처럼 밴드음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데이식스의 지분이 100%다.
데이식스를 좋아하면서 밴드사운드, 밴드의 악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밴드라는 포맷 자체의 매력을 알게 된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식스가 듣는 노래들을 따라 들으면서 취향의 폭이 크게 확장됐다.
데이식스 멤버들이 음악을 굉장히 다양하게 많이 듣고 팬들에게도 추천을 많이 해줬는데, 그렇게 처음 접한 좋은 락 음악, 밴드 음악들이 무지무지 많다.
2) 덕질에 대한 생각
데이식스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가수/아이돌이 아니고, 그전에 이미
동방신기/슈주 > 빅뱅 > 비투비 > 데이식스
까지의 파란만장 역사가 있다.
무지 어렸을 때부터 덕질을 하면서 디폴트로 가진 생각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들을 남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인정받아야 한다,
하는 조급함 혹은 염려이다.
데이식스는 2017년까지만 해도 워낙 규모가 작았고 지금처럼 잘 알려진 밴드가 아니었다.
지금 역주행하고 있는 '예뻤어'는 2017년 2월, '한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2019년 7월에 발매된 곡이니까
참 오래 걸렸다.
내가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2017년이나 2024년이나, 데이식스는 늘 변함없이 좋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음악, 뛰어난 재능이 있는 밴드를 몰라보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들이 알아봐주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트, 조회수, 인지도 같은 가시적인 지표로 설명할 수 없는
더 중요하고 더 의미있는 걸 데이식스가 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음악이라는 게 참 이상해서 시간성을 거스르는 것 같다.
누군가가 그 음악을 듣고 부르던 기억이 쌓이고 겹쳐서
한 사람과 그것만의 새로운 시간성이 만들어진다.
그럼 아주 나중에 그 음악을 다시 들어도
그때의 시간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좋은 음악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도 데이식스의 많은 곡들이 개인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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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데이식스의 외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 찰나에...!
데이식스는 드디어 역주행 신화를 맞았다.
마침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대대적인 역주행을 시작했고,
분명 언젠가는 이럴 줄 알았지만!
서도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만의 노래였고, 우리만이 외우고 있는 추임새들로 가득 채우던 노래였는데
어느덧 모두에게 불리는 노래가 되었다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좋은 음악이 응당 받아야 할 훌륭한 대우를 받게 되었으니
오랜 팬으로서 뭉클하고, 뿌듯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나 가장 큰 한편으로는
홍대병인건가...
사람들의 뒤늦은 인정과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러다
데이식스가 '이효리의 레드카펫'에 나왔을 때
이효리 선생님께서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 노을 지던 차 안에서 우연히 라디오에서 '예뻤어'를 들었고, 그날의 잔상이 잊혀지지 않아서 이 노래를 만든 가수가 누구인지 궁금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 좋게 데이식스를 일찍 알아봤고
데이식스의 많은 곡들과 이미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만약 데이식스가 더 많이 알려진다면,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건너던 날의 이효리처럼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순간에 데이식스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지.
예뻤어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아닌 곡들이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겠지.
데이식스라는 밴드를 일찍이 알아보고 오랫동안 좋아한 건 내 자랑이고 자부심이다!
데이식스가 정말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생각하는 건
음악 자체로도, 그들이 음악하는 모습으로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데이식스가 너무 행복해하면서 음악하는 걸 자꾸자꾸 보는 바람에
데이식스가 자꾸자꾸 행복을 빌어주고 도전을 응원하는 바람에
나도 조금은 더 잘 살아보고 싶어진다.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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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많이 남은 데이식스와 마이데이의 여정
화이팅이다
나도 계속 같이 걷고 싶다.
데이식스 9월 2일 미니9집으로 컴백,
세번째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습니다.
DAY6(데이식스)
9th Mini Album <Band Aid>
2024.09.02 MON 6PM (KST)
https://x.com/day6official/status/1823358881739035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