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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샘 Dec 16. 2020

카센타에 들렀다 왔어요

남편이 삼십 년 가까이 왕래하던 카센터 사장님이 있다. 남편 따라 카센터에 갔다가 배달 음식도 몇 번 얻어먹고 얼굴 정도 아는 정도의 관계였지만, 남편과는 형님 동생 하며 지내는 분이다. 왜 그렇게 남편은 형님 동생들이 많을꼬?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비가 참 많이도 내렸다. 병실 창 밖을 무심히 내다보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남편이 차를 갖고 카센터에 다녀오라고 한다. 참, 이상도 하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내가 차를 끌고 어딜 가겠다고 하면 그냥 택시 타고 가라고 말릴 사람인데 이 빗길에 나를 자꾸 내몬다. 

“갔다 와, 김 사장한테 에어컨 필터도 살펴 봐주라고 하고, 지난번 못 주고 온 수리비도 주고 와. 천천히 네비 켜고 갔다 와.”

“비 오는데, 다음에 가면 안 돼?”

“갔다 와.”     


등 떠밀리듯 차를 몰고 가는 동안 눈물이 나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카센터에 차를 대는데 차번호를 보고는 사장님이 반갑게 나온다. 나를 발견하고는 놀라 묻는다.

“아니, 형수님이 직접 웬일이세요? 형님 뭐 바쁜 일 있으세요?”  

“네, 그냥 좀 일이 있어서요. 저더러 다녀오라고 하네요. 에어컨 필터 좀 봐주시래요.”      


그리고 며칠을 못 넘기고 남편이 떠났다. 그 빗속에 나를 몰아세워 카센터로 보낸 것이 떠난 후에도 그 인연을 계속 이어지게 하고 싶어서였을까!      


  <형수님, 갑자기 형님 떠나보내고 나도 영 손에 일이 잡히질 않는데, 형수님은 오죽하실까요? 형님 차 봐 드린 지가 삼십 년입니다. 차가 어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거나 원주 가시게 되면 아무 때나 들르세요. 차 점검해 드릴게요. 형님도 늘 장모님 뵈러 가기 전에 들러서 차 한 번씩 살펴보곤 했어요.>

얼마 전, 카센터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문자를 받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몇 번 긴급 서비스를 받았었다. 차가 뭐가 문제가 있나 염려하고 있던 때의 이 문자가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카센터에 들러봐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남편과의 인연 있는 사람들을 아직 만나기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맙다는 답신을 보내 놓고 카센터로 찾아갔다. 직접 혼자 차를 운전하고 찾아가 본 것은 그러니까 이번이 두 번째다.     

차가 시동이 안 걸리는 경우가 잦다고 하니까, 내가 집에서 학교까지 너무 가깝고 멀리 운전할 일이 많지 않아서 배터리 충전이 잘 안 되어서 그렇고, 성능 좋은 블랙박스로 인해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서 그럴 거라며 이것저것 고쳐준다. 한 동안 걱정 없으실 거라며,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기 전에 한번 더 들르라는 말을 들으며 카센터를 나섰다. 꼭 지금도 나를, 우리 아이들을 세심하게 살펴봐 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나는 소리 내어 말했다.


“여보, 카센터에 들렀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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