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교직을 시작한 첫 해, 6학년을 맡았다. 학급의 인원도 많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의 모든 일에서 쩔쩔맸다. 집에 가면 쓰러져 죽은 듯 잠을 자야 할 만큼.
특히 진민(가명)이는 참 힘들었다. 입만 열면 욕설이요, 움직였다 하면 친구를 밀쳐낸다.
한 번은 수업 시간에 뭘 받으러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걸어 나오는 아이에게 했던 민진이의 행동은 30년 전 일인데도 지금도 생생하다. 걸어 나오는 아이를 기다리며 보고 있어서 나는 그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나를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고, 민진이는 그 아이를 보며 씩 웃었고, 거짓말처럼 재빠르게 민진이 발이 쏙 나왔고, 아이는 걸려 넘어졌고, 꽈당 소리가 났고, 넘어진 그 아이는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 큰 소리가 나서 모든 아이들이 집중했고 달려가 일으켜 세워보니 반바지를 입어 드러나 무릎이 찢겨서 언뜻 뼈가 보였다. 너무 놀라 급하게 누르고 있는 내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피가 콸콸 넘쳐났다. 토가 나올 것 같아 입을 꼭 다물었고 눈물이 났다. 아이들을 잠깐 옆반 선생님에게 맡기고 다친 아이의 무릎을 손으로 감싸고 보건실까지 오리걸음을 하다시피 하며 내려갔다. 지나온 계단마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계속 울면서 1층까지 내려가는데 너무 긴 시간이었다. 보건 샘이 응급차를 부르고, 학부모가 급하게 달려오고 다친 아이는 병원으로 보내졌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 진민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른 아이들과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정말 그 아이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진심으로 그 아이가 정상적인 성인으로 자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나쁜 행동을 죄책 감 없이 반복할 수 있을까?
진민이가 졸업을 했고, 그 이후로 그 아이는 나를 계속 찾아왔다. 나는 그 아이를 보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내가 조금씩 나이 들어가고, 진민이는 점점 성장하면서 조금은 특별한 사제지간으로 연결되었다.
진민이를 담임했던 그 일 년, 그리고 졸업 후 계속해서 연결된 시간을 통해, 나는 그 아이가 죄책감 없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상처 받고 피 흘리고 있는 아픈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민이에게도 여러 번 말했다.
"진민아, 선생님은 너를 통해서 조금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단다. 진짜야."
진민이는 말했다.
"그때 그 일이 있었을 때, 선생님이 우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 아이는 그때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조금씩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고, 너그러워지고, 문제 있는 행동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방법을 알게 된다. 문제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일 때가 많고, 교사를 힘들게 하는 문제 행동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좀 보살펴 달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 행동보다는 그 아이의 감정을 만져주어야 문제가 해결될 때가 대부분이다.
김금희의 소설 <복자에게>의 일부 구절이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홍유가 잠깐만요, 하더니 도서관 밖으로 나가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까치를 집어냈다. 그리고 자기 차에서 수건을 꺼내 닦았다. 한 시간쯤 지나 새는 기력을 되찾았다. 홍유는 그때 내가 "뭘 그렇게까지 해요?"하고 물었다고 기억했다. "안 그러면 죽지 않겠어요?" 홍유가 말하자 내가 코트 주머니에 손을 꼭 넣은 채 "어차피 그런 것도 다 자연인데요"했다고. 홍유는 바로 그 말을 듣고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때 손절했어야 하는데, 하는 홍유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것도 안다.
아파 보여서 그럴 수가 없었네, 하는 말도. 31p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 알아지는 것이 있다. 특히 상처가 있는 사람은. 홍유가 "어차피 그런 것도 다 자연인데요"라고 한 생명의 생사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하는 영초롱이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듯이.
가끔 모난 행동으로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교실에 있다. 그럴 때, 상처가 많은 아이이구나, 지금 나에게 SOS를 보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좀 쉬워진다.
"얘들아, 학교에 오면 내가 엄마야.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