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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샘 Dec 28. 2020

추가합격이라도 어디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 코로나 시대에도 수능은 치러졌고, 수능 점수에 대한 분석도 뉴스에 나오고, 반수 시킨다던 후배 딸의 수시 합격 소식도 들려온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고3들보다 재수생이 유리했을까 올해 수능생들의 염려도 잠깐, 아들 녀석 대학 진학시키던 시절 생각이 난다.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공부를 곧잘 했었다.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밖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직장맘이라 단도리하기에 실패했다. 점점 노는 재미에 빠져들더니 중학교부터는 정말 반 아이들 딱 접어 한가운데인 내신 50%를 쭉 유지한다. 그리고는 스스로는 그만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아주 만족해한다. 그러니 발전이 있을 리가 없다. 남의 애들 가르친다고 종종거리면 뭘 하나? 교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학원 다녀오겠다며 학원 가방을 들고 분명히 나갔다. 학원에서 오늘도 학원을 빼먹고 안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오늘도! 기다릴까 하다가 속에서 화가 끓어올라 이 녀석을 잡아오리라 맘먹고 찾아 나섰다. 몇 군데 되지도 않는 동네 pc방을 다 뒤지고 다녔다. 먼 곳부터 하나하나 찾아다녔는데도 없다. 혹시나 하고 우리 아파트 상가 2층 pc방 계단을 오르면서도 설마 했다. 멀리도 아니고 우리 아파트 상가 pc방에 있을까? 그러나 역시나 거기에 우리 아들이 앉아 있다. 입을 헤 벌리고 얼굴에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엄지, 검지, 중지의 움직임이 장난이 아니다. 가까이 가서 그 옆에 섰다. 10 여 분 가까이 팔짱을 끼고 씩씩거리며 서 있는데도 게임에 빠져서 알아채지도 못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순간 휙 얼굴을 돌려 내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이 똥그래졌는데도 그 손가락을 멈추지 못한다. 미친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앞장서 걸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머리통만 빼고 등짝이며 어깨며 되는대로 스매싱을 날렸다. 싹싹 빌면서 잘못했다며 비는 아들 녀석, 등짝을 때려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 나. 그날 나는 손목에 덕지덕지 파스를 붙여야 했다. 그러면 뭘 할까? 그다음에도 또 반복이다. 반항을 한다거나 나쁜 말을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그냥 노는데 빠져서 공부랑 담쌓았다.


아이코, 보지를 말아야지, 저 녀석과 싸우다가 화병 나겠다 싶어 대학원을 진학했다. 그리고 그 아이와 물리적으로 멀어졌다. 세월이 좀 지나면서 나의 잔소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느 날, 공부를 시작했다. 좀 일찍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싶지만 그나마 시작한 게 어딘가. IN SEOUL만 해도 서울대 보낸 거나 다름없다 입버릇처럼 말했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추가 합력 문 닫고 들어갔다.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쫄깃거렸는지.


그 당시 공부 안 하던 아들을 보며 내가 얼마나 좌절하고 울었는지 모른다. 지나고 보면 어른들 말처럼 다 때가 있는 것인데, 그 당시에는 그걸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런 게 인생인 게지. 가끔 등짝 맞았던 기억나냐고 물으면 아들 녀석은 제가요? 언제요?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찌어찌 취업을 하고, 게다가 결혼까지 했으니 추억은 각색되고 희석되어 미소 짓게 한다. 세월은 그런 힘이 있는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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