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친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 날
변변찮은 회사였지만 그래도 딴에 서포터즈랍시고 대학생들을 모집해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들을 상담하는 일이 미션으로 주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여학생이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2학년 정도였던 거 같고, 자기소개서라고 써 온 글이 a4용지로 5장 정도 됐던 거 같다.
진짜 멋있었던 친구였다.
그 당시에도 독도 관련한 이슈는 끊이지 않았었는데 그와 관련한 공익 캠페인부터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하며 자기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대단함과 부러움, 그리고 내면에서 조금의 부끄러움들이 막 복합적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도 인생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느꼈던 거 같고, 부족한 역량을 계발하려고 외부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했던 강렬한 동기가 되었던 거 같다.
조금 마음에 걸리는 건,
다양한 영역, 그중에서도 공익과 관련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파이팅 넘치는 여학생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은 어땠을까? 단언할 순 없지만 2010년 즈음에는 두 팔 벌려 환영하기보다 검증의 대상으로 관찰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조언이랍시고 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도전적인 인생을 사는 모습이 난 너무 멋있고 부럽기도 하고... 다만 이런 종류? 장르의 경험을 계속 쌓아나간다면 나중에 기업이 조금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당시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던 거 같은데, 당시에는 상황이 그러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합리화 하긴 하나, 스스로가 조금 아쉽고 조금 후회되고 또 21살의 친구에게 저런 조언을 한 게 부끄럽기도 하다.
다행히, 이 친구 계속해서 멋진 삶을 살았던 거 같고 어느 날 우연히 모 방송국의 기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TV에서 전문성이 마구마구 흘러넘치는 모습을 보고서야 당시의 어쭙잖은 조언과 그 이후 미안했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희석된 거 같다.
“그래도 여전히 멋있는 거 같아 다행이다.”
요즘 같아서는 학생들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나도 복잡한 환경 속에 무언가를 갈망하고 쟁취하기 위해 도전하기보다 제시된 보기 안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세상인 거 같다.
“A 자격증이 취업에 도움이 되나요?”와 같은 질문에 오늘도 한숨 한 번 쉬고~
취업, 인생은 Y or N와 같이 흑백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게 많은데 점점 이런 요구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 씁쓸하다.
또 언젠가 만날 나를 가슴뛰게 만들어 줄 멋있는 친구를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