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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Jul 06. 2021

글쓰기와 자아분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출간 후기 & 서평 이벤트 안내글입니다

작가님 1교 교정본 보냅니다.     


 지난 5월, 에디터분으로부터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1교 교정본이 메일로 왔다. 브런치북과 매거진에 넣었던 내용, 1· 2월에 썼던 추가 분량까지 함께 자리하고 있는 원고. 처음 통으로 된 원고를 읽는 셈이다. 흐뭇한 마음으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자마자 머리끝이 쭈뼛 서는 걸 느꼈다.   


    


 기획출판을 위해 책을 쓰는 단계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먼저 출판사와 미팅을 하며 책의 출간 방향, 중점을 둘 사항 등을 논의한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은 편집자분과 12월, 화상 미팅을 진행했다.

 순조롭게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문교양 에세이로 도서의 카테고리를 잡았고, 추가 분량을 6~8 꼭지 정도 더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추가 분량에 주로 담길 이야기는 크게 ‘내 감정이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그 해법’이라는 큰 줄기를 잡고 집필해보기로 했다.  

    

 1,2월에는 기존의 브런치북과 매거진에 있는 내용을 수정하고 그림 파일도 용량이 큰 것으로 새로 찾았다. (책에 들어갈 그림은 해상도가 높은 것이 좋다. 책에 맞추어 크기를 확대하면 그림이 깨져서 보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에디터분의 요청에 따라 추가 원고 수정 등을 간단히 거치고 5월, 드디어 1교 교정본이 왔다.


 원교 교정은 출판사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3교 정도로 진행이 된다. 세 번째 교정, 3교쯤 되면 글이 온전한 책의 형태를 갖추어 PDF 파일로 오는 경우가 많다(저자교라고도 부른다). 교정은 보통은 에디터 분이 의문 사항이나 수정 필요한 상황 등을 적어 주석(메모)을 남기고, 저자도 해당 주석 내용에 대한 부분과 전반적인 책 내용을 훑어보며 수정사항을 남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저자교  사진. 종이와 잉크가 너무 많이 들어서 a4에 4면 모아 찍기 함  

 

1교는 이제 본격적인 교정의 시작이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한꺼번에 원고 전체 분량을 볼 수 있으니, 어떤 느낌일지 몹시 궁금했다. 그런데 글을 읽자마자 두려움이 엄습한 것이었다.


 수정사항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런 건 고치면 되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려움이 찾아온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내 적나라한 이야기가 활자로 펼쳐져 있는 글이라 덜컥 겁이 났다. 현재 출간된 책의 구성은 바뀌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첫 번째 장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 밤, 그림을 읽다’라는 주제가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앞부분은 주로 과거의 상처 받은 기억에 관련한 글이었다.


 당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단 한 마디였다. ‘헐, 이게 책으로 나온다고?!’ 온라인에 본인이 직접 글을 다 써놓고 이게 무슨 얘기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종이로 활자화된 글은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나는 청소년 교양서를 낸 적이 있지만 에세이는 처음 출간한다. 이런 일에는 도통 면역이 없었다.      


그 순간 스스로를 꾸짖는 목소리도 들렸다. 다시 말해 내 자아 a를 꾸짖는 다른 자아 b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브런치에 글을 쓴 이후로 내 자아는 대략 3개 정도로 나뉘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자연인인 나다. 덕후 기질이 충만하고 적당히 게으르고 방어적이며, 생각이 과잉인 나. 중동에서 지낼 때 상당히 고생을 한 자아인데, 요즘에는 주로 아이 키울 때 꺼낸다. 피곤해하고 무진장 쉬고 싶어 한다. 두 번째는 ‘교사 자아’를 가진 나다. 이 교사 자아는 직장에 근무하는 10년 동안 굉장히 어렵게 마음속에 안착한 자아인데, 비교적 힘이 세다. 처음에는 교사 자아와 자연인 자아 사이에 간극이 커서 힘들었으나 10년 동안 교사 자아가 서서히 자리 잡은 뒤로는 이제 어느 정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청소년 교양서를 쓸 때에도 주로 교사 자아가 나와서 자료 조사를 하고, 글을 쓴다.  


 이 두 자아의 틈을 비집고 가장 최근에 생긴 자아가 ‘유랑 선생’ 자아다. 브런치에 글을 초기 연재할 때만 해도 이런 자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 연재가 늘어날수록 유랑선생 자아가 튀어나와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 자아는 자연인인 ‘나’의 기질 중에서도 예민하고 우울한 부분을 끄집어내 극대화된 존재로 보인다. 글 쓰는 것에 한해서는 상당히 부지런하고, 일을 자꾸 벌인다. 항상 글감을 찾고 주변을 살피며 생각이 많다. (실제로 브런치에 내가 발행했던 글을 읽으면 깜짝 놀란다.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아서)

 

자아분열 거의 이 수준....


 유랑선생 자아는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까발리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 솔직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한국에서 한참 떨어진 해외에 살고 있었던 데다, 글을 아무리 써도 큰 화제는 되지는 않는다는 걸 3년간의 책쓰기를 통해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글 쓰는데 자유롭고, 겁이 없었다. 그러나 때때로 이 솔직함은 다른 두 자아의 반발도 일으켰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려 할 때마다 나머지 두 자아가 아우성치는 소리를 들었다. 제발 그만 좀 까발려. 굳이 그런 걸 써서 얻는 게 대체 뭐냐고. 그래도 유랑선생 자아는 고집이 있었다. 꿋꿋하게 글을 썼다.


 그러나 막상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원고가 오자, 활자화된 내밀한 이야기를 읽는 순간, 그 꿋꿋함도 사라졌다. 교사 자아가 튀어나와 소리쳤다. “미쳤다. 미쳤어. 글쓰기도 좋지만 복직을 염두에 두고 적당한 선에서 글을 써야지, 청소년 교양서만 쓰면 아무 문제없이 책쓰기도 이어갈 수 있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자연인 자아도 뭐라 뭐라 했다. “너 솔직한 게 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착각이야. 솔직한 게 아니라 솔직뽕(?)에 취해서 네 얘기, 주변인 얘기 다 늘어놓은 거,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두 자아가 한꺼번에 소리치니 유랑 선생 자아도 한껏 쫄아 들었다. 갑자기 이 원고가 책으로 나오기 전에 모든 걸 재빨리 취소하고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멘붕이 심하게 와서 이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 다른 생각이 머리를 스다. 잠깐, 어차피 책이 아무에게도 주목을 안 받고 조용히 묻히면 만사가 해결되는데?! 이런 상황은 실제로 벌어질 확률도 높고, 심지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다.(웃프지만 출간을 몇 번 경험해보니 쉬운 일인 건 사실) 그런데 책이 세상에 나왔는데 소리 소문 없이 너무 빨리 묻힌다면 슬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어느 쪽이든 슬픈 결말이다. 필명으로 책을 내야 하나. 내용을 많이 생략하고 고쳐야 하나.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에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던 사항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지만 다음 행동은 구글 검색이었다.  ‘에세이’, ‘솔직’ ‘에세이 어디까지 솔직해야 되나’ 등등의 검색어를 쳐서 닥치는 대로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검색을 하다가 임경선 작가님이 에세이에 대해 쓴 글을 읽게 되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다. 


에세이는 애초에 저자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비 없는 글 장르이다. 솔직함을 가장한 자기 포장인지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는지는 글의 행간에서 모두 전달된다.
솔직한 글이 지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솔직하지 못한 글에 감정 이입할 독자들은 별로 없다.
 

 하... 맞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랑 선생 자아가 다시 힘을 얻었다. 담담하게 다른 자아 둘을 달래기 시작했다. 첫째 책은 나와도 펼쳐서 읽는 사람이나 내용을 알지, 읽지 않는 사람은 내용을 모른다. 세상 사람이 다 네 얘기를 알 수 있다며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도 어차피 큰일은 없었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둘째, 여기에 쓰인 내용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내용은 아니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내용이니까 그냥 솔직한 대로 놔두자. 차근차근 두 자아를 달랬다.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다시 원고를 읽을 용기가 생겼다.      




 

1교, 2교, 3교까지 교정을 거치자 마음은 평화를 찾았다. 물론 그 후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프롤로그와 저자 소개 부분이 문제였다. 기존에 내던 청소년 교양서는 프롤로그의 일정한 틀이 있었다. 내가 교사의 입장에서 이 책을 왜 써야 했는지 해당 도서의 필요성이나 당위성 같은 것들을 언급하면 충분했다. 그런데 에세이의 경우 프롤로그가 매우 중요하다고, 공감가게 잘 써야 한다고 에디터분께서 강조하셨다. (아무래도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독자들이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니까).


 최근 들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발행하는 글은 퇴고를 하면서 감정 과잉인 부분을 조금씩 빼고 담담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프롤로그는 감정을 어느 정도 담아 써야 할 것 같아 시도를 해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해서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라는 프롤로그를 써냈다.


쓰는데 난감함이 있었던 프롤로그와 저자 소개


 저자 소개 역시 기존 책에 쓰던 자기소개의 전형적인 틀이 있었다. ‘무슨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무슨무슨 책을 냈음’이라고 하면 간단히 쓰면 되었다. 그런데 에세이에는 그런 자기소개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었다. 역시나 나는 3~4줄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자기소개를 썼는데(나를 길게 설명하려니 약간 오글거렸다), 에디터분이 살을 많이 붙여주셨고,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완성되었다.         


사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쓴 글이다. 출판사에 보내기 위해 브런치에 있는 글을 복사해 한글파일로 옮길 때부터 마음이 심상치 않았다. 글을 쓸 당시의 우울함이나 슬픔이 그대로 다시 전해져 와 마음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책으로 옮기는 과정 중에 세 자아 간에 아웅다웅 다툼도 많았다.  


 그러나 글이 책으로 출간되고 나자 이제는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교사 자아도 이제는 다른 청소년 교양서를 쓰자며 말을 걸기 시작하고, 자연인 자아도 한국으로 귀국하며 마음의 불안과 우울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 유랑선생 자아는 오늘도 이렇게 아무 얘기나 까발리면서 열심히 글을 쓴다. 이렇게 세 자아가 잠깐의 평화를 이루는 날도 온다. 곧 다시 다투겠지만.      




 출간 후기는 이렇게 마칩니다. 이어서 서평 이벤트에 대한 안내를 드리려고 합니다 (출판사와는 별개로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랍니다). 사실 공모전에 당선되었을 때부터 이 이벤트를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브런치에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분들이기도 해서 이 곳 구독자분들을 대상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1. 선착순으로 네 분께 제 싸인이 적힌 책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싸인에 약간의 글귀도 덧붙입니다. 솔직히 제가 낸 책에 싸인이라는 걸 처음 해보네요) 책을 읽으신 후 ① 활동하고 계시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셋 중에 한 군데라도 괜찮습니다)에 서평을 올려주시고,  온라인 서점에 평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온라인 서점에는 한 줄 평으로 남겨주셔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2. 이미 책을 구매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책을 이미 구매하거나 읽으신 분들 중 서평을 어딘가에 올려주신 다음, 해당 링크 보내주시면 네 분을 선착순(신청 순서)으로 선정해서 손편지와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이미 책을 가지고 계실 테니 소소한 선물을 보내드리려고 하는데, 혹시나 싸인 된 책을 원하실 경우 말씀해주시면 선물 대신 책을 보내드릴게요.)      


신청은 제 인스타그램(@eurang_tae)을 팔로잉하시고 DM 보내주시거나,  taxte@naver.com으로 메일로(제가 다음 메일을 주로 쓰지만, 다음 메일은 간혹 막히기 때문에 네이버가 낫겠더라고요) 성함, 주소, 전화번호, 서평 올리실 SNS 링크나 아이디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1번은 방금 마감되었고 2번은 당연히 ㅎㅎ 마감되지 않았습니다. 마감될 때까지 서평 올려주시고 저에게 링크 보내주시면 싸인된 책 또는 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원래대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발행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책 링크입니다.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485017?OzSrank=1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7362785&orderClick=LAG&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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