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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Jun 12. 2022

책쓰기 콘셉트, 어떻게 아이디어를 낼까?

투고를 위해 내 원고의 콘셉트를 잡는 법  

 3년 동안  8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책쓰기의 작업 중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원고의 콘셉트이다. 물론 원고 투고를 할 때 글쓰기나 문장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들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고칠 것 투성이인 원고를 굳이 붙잡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나 소설 등의 순수 문학 분야가 아니고, 내가 유명 작가가 아니라면, 그리고 내 글쓰기 실력이 어마어마하지 않다면, 그 무엇보다 책의 참신한 콘셉트를 잡는 게 출간에 있어서 최고의 전략이 된다.

       

그래서 책을 기획하기 위해 내가 많이 생각하는 두 가지 방법 정도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마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 글쓰기에도 조금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1. 두 가지 이상의 주제를 조합하면 흥미로운 콘셉트가 나온다      


어느 날 인터넷 포털 첫 화면을 보니 루이까또즈 호미 광고가  있었다. 명품 브랜드와 호미의 조화. 처음엔 고도의 눈속임 광고나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고, 이유도 있었다. 코로나로 집 밖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정원 용품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많은 가운데 우리나라의 K - 호미가 아마존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래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루이까또즈가 경북 영주의 농기구 장인과 콜라보를 해서 놀랍게도 한정판 명품 호미를 내놓은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분야의 신선한 조합은 눈길을 끈다.       


K-호미의 힘을 보여주는 콜라보  


 

평소에 나는 글이나 책을 쓸 때도 루이까또즈 호미 같은 콜라보를 좋아한다. (내 글이나 책을 그동안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다)


 첫 책 <그림이 보이고 경제가 읽히는 순간>미술 ×경제를 조합한 책이었고, 두 번째 책은 <토론하는 십 대를 위한 경제+문학 융합 콘서트>라는 책도 경제 × 문학을 조합한 청소년 책이었다. (3년 전 이 원고를 쓰면서 경제와 문학의 조합으로 글을 쓰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즐겁게 집필하던 기억이 난다).  


첫 책과 두 번째 책


따지고 보면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같은 책은 미디어 리터러시 × 혐오와 차별의 언어라는 두 분야의 내용을 조합한 것이었고,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과 같은 인문교양 에세이는 명화 × 감정(어쩌면 감정 치유?)을 조합한 주제다. 얼마 전에 나온 신간 <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 같은 책의 경우 원래  <예민한 당신을 위한 대화생활백서>라는 브런치북의 내용을 바탕으로 나온 책인데, 이 내용은 예민한 사람 × 인간관계와 대화처방전을 콜라보해서 생각해낸 기획이다.      



집필한 이런저런 책들

 

아무래도 내가 책 콘셉트를 생각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 이것이다. 원래 본업을 할 때도 교과 융합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다. 다른 선생님들과 공저를 쓰던 시기에 출간하던 책의 컨셉이 대부분 이런 종류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방식이기도 하다.


 이건 내가 주로 지식을 엮어서 책을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같은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두 가지 이상의 분야를 조합하면서 재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독서모임 × 마음 치유) (독서모임 × 글쓰기) 를 조합해 에세이를 쓴다거나 -보통 이 두 가지 분야에 모두 관심 있는 타겟층이 좀 있을 것 같다-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 ×여행의 풍경)를 조합해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즉흥적으로 마구 생각해내는 것이지만 (자녀교육 × 재테크) 같은 것을 조합한다거나 좀 뻔한 조합일 수 있지만 (그림책 × 문해력), (고전을 읽으며 느낀 점 X 자녀 교육) (직장 생활 속 통찰  X 독서) 같은 콜라보를 활용해 책을 쓰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이 중에 실제로 출간되어 나온 책들도 꽤 많지 않을까 싶다.


 정말 엉뚱한 생각이지만 (식물 키우기 ×재테크)(자녀교육 × mbti) 같은 것들도 책으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런 건 책 나오는 게 불가능할 것 같긴 한데 적어도 이런 주제로 뜬금없지만 재미있는 글을 써볼 수는 있다. 책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타깃 독자나 책의 카테고리가 세분화되고 콘셉트도 흥미로워질 수 있다.



2. 책의 독특한 구성이나 형식도 콘셉트가 될 수 있다.


 은유 작가님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의 깊이 있는 내용에도 감탄했지만, 포맷 역시 흥미로웠다. 글쓰기에 대한 각종 명언 등 한 구절을 적고, 거기에 대한 에피소드나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글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내용뿐 아니라 구성 방식도 흥미로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좋아하는 책, 은유 작가님의 <쓰기의 말들>



 책을 기획하고 싶다면, 나오는 책을 살펴볼 때 단순히 내용만 읽지 않고 목차나 형식을 잘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최근에 많은 책들이 한 챕터당 내용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365일 동안 명화 한 편씩 보고 공부를 한다거나, 교양을 넓혀주는 용어를 하나씩 읽고 습득(!)한다거나 이런 종류의 책이 참 많다.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에 집에 있는 상황이 길어지니 집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싶기도 하고, 하루에 조금씩 꾸준히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맞물려 이런 책이 유독 인기를 끄는 듯도 싶다.


 내가 쓴 책 중에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공부>라는 도서가 있다. 경제 용어 1 단어를 하루에 1개씩 100일 동안 보는 책인데 이 책 역시 비슷한 포맷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유의할 건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다. 한 챕터 당 내용이 2쪽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분량 안에서 친절하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아무튼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을 타깃으로 쓴 책이기는 하지만, 경제를 처음 접하는 성인 중에도 하루에 한 단어씩 공부하는 내용으로 찾는 독자들이 꽤 있어 반응이 나쁘지 않다.(그저께 출판사로부터 4쇄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 말에 나온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 공부>라는 책이다

 

반드시 한 챕터당 길이가 짧아야 한다거나 하루에 하나씩 뭘 익히는 내용을 써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책의 독특한 형식이나 구성을 생각해 보는 것도 충분히 원고의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걸 생각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나온 책들의 포맷을 잘 살펴보고 목차도 자세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고를 위해 책의 콘셉트를 생각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중에 나온 책을 다양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이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엮고 있는지, 구성은 어떠한지, 목차는 어떤 방식으로 붙여져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지금 좋은 아이디어가 잘 생각나는 건 아니다. - 솔직히 지금 내 코가 석자다;;;; - 그래도 흥미로운 콘셉트로 시작하면 원고 작업도 나름 재미있게 할 수 있음을 말씀드린다.    


 다만 투고를 하는 우리는 내 이름 박힌 책 한 권의 출간’이 목표인 경우가 많지만, 출판사는 ‘책의 판매’를 염두에 둔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두 가지 입장 차이 때문에 원고 투고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참신한 콘셉트를 찾더라도, 그중에서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찾는 게 중요함을 말씀드린다.  원고 투고뿐 아니라 출간을 목표로 해서 브런치 북 등을 만들 때에도 이런 시각이 조금을 갖추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유랑선생 인스타그램 

(가끔 글쓰기나 원고 집필, 출간 관련 뒷이야기나 명화 관련 이야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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