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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Sep 04. 2022

글쓰기 천재는 될 수 없지만

책쓰기를 위한 글감 & 자료 조사 과정


원고를 쓰기 위한 준비 태세


몇 년 전 어떤 출판사 미팅에 갔을 때, 그곳에서 출간된 한 기자분의 책을 받았다. 평소에도 그분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 터였다. (경제 관련 글을 쓰시는 분이다)  ‘글을 정말 잘 쓰는 분 같다’고 이야기하니 “이 기자님, 초고 마감 때 교정이 필요 없을 정도의 상태로 글을 완성해서 주세요.”라는 편집자 분의 대답이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에 내내 생각했다.  퇴고나 교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초고를 쓴다는 건 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일까? 글쓰기 귀신이라 불러도 될 만한 실력이겠지? 문득 나도 글쓰기 귀신이 된 것처럼 놀라운 실력을 갖고 싶었다. 아니, 귀신이 되지 못한다면 글쓰기 귀신이랑 접신(接神)이라도 하고 싶었다. (글쓰기 욕구가 흘러넘쳤던 몇 년 전 얘기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나는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책상에 앉았다고 해서 접신한 듯 글이 술술 나오지 않는다. 아직 휴먼인 상태니, 그냥 인간의 차원에서 글감 찾기, 자료 조사 등 글쓰기의 준비 자세를 갖추는 데 힘쓰는 편이다.


 특히 책쓰기의 경우, 최소 원고지 500매~600매 이상을 채우는 작업이다. 제대로 고민하고 관련 자료를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는 책을 위한 원고를 쓸 때 글감과 소재를 얻는 팁 지식 글을 쓸 때 자료를 얻는 팁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원고를 쓰기 위해 글감을 얻는 팁        

 


1) 일상생활, 책을 읽을 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인다.  


  에세이의 경우, 일상을 보내면서 스쳐가는 풍경이나 단상을 잘 메모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 일상에서 소재를 끄집어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한 장면, 신문 기사 속 내용, 인상적으로 느낀 단어 등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지식이 들어가는 글의 경우에는 책이나 논문 등을 읽으면서 팁을 얻을 수도 있고, 일상이나 뉴스 기사 속 상황을 보았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와 연결 짓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로 글의 도입부나 지식의 구체적 사례를 채워 넣을 때 이렇게 모은 글감을 활용할 수 있다)

   

 한 가지 글감을 얻었을 때, 어떤 주제의 글에 이걸 활용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좋다. 가령 음식점에서 종업원의 영혼은 없지만 친절한 ‘자본주의 미소’를 봤다고 생각해보자.


자본주의 미소란 이런 것  @SBS 캡처


이를 자신의 직장 경험과 연결 지어 글을 쓸 수도 있고, 자본주의 미소가 요즘 세상에서 가지는 의미를 가볍게 생각해보는 글을 써볼 수도 있다. 아예 자본주의와 관련된 지식 글을 쓰면서 이 소재를 써먹을 수도 있다. 갑자기 특정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면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차라리 글감을 얻었을 때 '이런 방향이나 주제로 글을 쓸 때 써먹어야겠다'라고 미리 메모를 해두거나 생각해 두면 도움이 된다.      

 



2) 다양한 학문이나 책의 내용 등을 잘 참고해 본다.

    

 에세이 베스트셀러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이수현 저, 마음의 숲)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시선이 꽤 낯익다는 생각도 했다. 예상대로 저자의 인터뷰를 보니 사회학적 시선을 대중적인 에세이로 옮겨낸 책이었다. 사회학 내용을 단순히 기술한 글이 아니라, 글쓴이의 번역과 해석을 거쳐, 일상 속 상황과 느낌까지 자연스럽게 엮어낸 글이라 저자의 남다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보통 에세이라고 하면 일상에 대한 풍경이나 생각을 그냥 활자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은이의 시선을 그대로 내비쳐 보여주기에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오히려 쓰기 어려운 분야다. 나만의 시선을 갖추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의 형태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것이 쉽지 않다면 그동안 독서를 통해 쌓아 온  지식이나 생각, 개별 학문의 시각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학교에서 경제나 사회를 가르쳤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소재를 얻는 경우가 많다. 가령 경제학 개념인 매몰비용에 관련해 영화 <라라랜드> 감상 글을 쓴다거나,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투기 광풍(튤립 버블)을 소재로 활용해 인간의 화양연화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다른 곳에 글을 쓰거나 책을 쓸 때 한번씩 공부하고 자료 조사를 거쳐 본 내용이기도 하고, 내 전공 관련 내용이라 용도를 다르게 하여(?) 글을 쓸 때 더욱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3) 기존에 존재하는 설명이나 규칙, 일상에 나만의 의문과 해석을 던져본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학문이나 전공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의 용기를 다루는 글을 쓰기 위해 ‘용기'를 다룬 그림책을 참고한다던지, ‘용기’라는 말을 단어 사전에서 검색해보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옮겨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을 참고하더라도 나만의 시선이나 해석, 번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선 예에서 용기의 사전적 의미인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네이버 사전)를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하게 여겨지는 설명이나 정의에, 의문을 던져보는 것도 때로는 글감이 된다

 


여기에서 그저 사전의 내용을 옮겨 적고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상황에 겁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대범하고 굳세게 보이는 게 진정한 용기인 건가' 정도의 의문을 가져보고 이런 의문에 대한 나의 해석이나 일상에서의 경험을 덧붙이면 그 역시 흥미로운 글감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미소 같은 소재의 경우에도 ‘자본주의 미소가 정말 진정성 없는 행동인 걸까?’ ‘나는 언제 자본주의 미소를 지어봤지?’ 식의 의문을 던져보면 이 역시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내용을 단순히 기술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이나 해석 등이 덧대어질 때 지은이의 시선을 잘 담은 글과 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2. 책에 참고 자료 관련 내용을 넣을 때의 팁       


 주제와 글감이 정해지고 나면 글을 실제로 집필하는데, 이때 참고자료나 관련 지식을 넣어야 될 일이 생긴다. 나는 이런 부분에 있어 자잘한 실수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책을 쓸 때 애를 많이 먹었다. 수많은 실수를 통해서 얻은 몇 가지 작은 팁들이 있어 알려드린다.


 1) 통계 자료는 통계청 사이트를 확인하면 좋다.

 

 인문서 뿐만 아니라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의 경우에도 간략하게 통계자료를 언급해야 할 때가 있다. 인터넷 관련어 검색을 해보면 신문기사에 나온 통계 자료 등이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국내의 다양한 사회 통계 관련해서는 통계청 사이트에 가서 검색해 보는 게 좋다.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자료가 이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에 나온 통계 같은 경우에는 여러 기사들을 살펴보며 체크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2) 오픈형 백과사전보다는 그래도 도서 자료, 논문 등을 참고하는 게 좋다.  


  도서 자료나 논문 등을 참고할 때도 많다.  위키백과나 나무위키 같은 오픈형 백과사전을 볼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출간된 책을 볼 때가 많다. 사실 위키백과 같은 경우에는 구글 검색의 가장 상위에 뜨고, 그 내용이 꽤 정확하고 신뢰도 높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편집하는 이에 따라 지식이나 정보의 편향성이 존재할 수 있고, 은근히 오류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어서, 아직까지는 책을 쓸 때에는 주로 도서 자료나 기존의 백과사전 등을 참고한다. 도서나 논문은 일단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나 검증 과정을 거친 자료라, 참고하기에 좋다.           


3) 책에 넣을 그림 파일은 해상도가 높은 게 좋다.

 

성인 도서의 경우에는 그림 파일이 굳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아주 가끔 넣는 경우가 있다. 아주 사소한 팁인데 책에 들어갈 그림 파일은 가급적 해상도가 가장 높은 것을 쓴다. 실제 책을 위해 그림을 확대하면  해상도 낮은 그림 파일의 경우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용량이 너무 커서 원고 파일에 넣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나 같은 경우 그림 출처그림 파일을 따로 모아서 따로 편집자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원고를 쓸 때는 대체로 위키백과 등에서 저작권이 걸려 있지 않은 그림파일을 찾아 사용할 때가 많다. 보통 라이선스를 볼 때 public domain이라는 글귀가 있으면 저작권이 무료인 파일이다. 책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그림이나 사진인데 저작권이 걸려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편집자분들이 저작권을 사서 그림을 쓰는 경우도 있고 대체할 그림 파일을 찾아주는 경우도 있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을 때 Tool로 가서 Creative commons licenses를 체크하면 저작권 Free인 그림 파일을 찾기 쉬워진다. (퍼블릭 도메인인지 확인은 필요)


보통 오래된 명화의 경우에는 작가 사후 50년(그러나 2013년 이후에 만료되는 작가의 작품 경우에는 70년이다)이면 저작권 만료되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흐의 그림이나 고갱의 그림은 이미 저작권이 만료되었으므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저작권 관련한 내용이 개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한 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보통 위키백과나 위키아트에 가서 그림 파일을 보면 저작권이 만료된 명화를 찾기 쉽다. - 이 역시 퍼블릭 도메인인지 확인은 필요하다-  저작권이 만료되지 않은 명화는 출판사에서 돈을 주고 사는데, 관련 그림이 꼭 들어가야 한다면 편집자나 출판사와 이야기를 어느 정도 협의를 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에세이의 글감을 활용하는 경우든, 지식 글의 참고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든 그것이 쓸모 있게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비해, 책을 위한 원고를 쓰는 경우에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일관된 흐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소재나 글감을 많이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글이나 책의 전체 흐름에서 쓸모 있게 쓰였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유랑선생 인스타그램 

(출간 관련 소식이나 카드 뉴스, 책 쓰는 이야기 등을 가끔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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