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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Oct 03. 2022

<그림의 말들>,교보문고 이달의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신간 『그림의 말들』교보문고 2022년 10월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달의 책'은 교보문고의 MD와 북마스터들이 지금 필요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만듦새가 훌륭한 책을 매달 10종씩 선정해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감사하게도 『그림의 말들』10권 중 하나로 선정되어, 교보문고 전국 대다수 지점에서 한 달간 '이달의 책' 코너에서 전시됩니다. 이 달의 책에 선정된 덕분에 지난주에 2쇄를 찍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신간이 나온 지 한 달 안에 중쇄를 찍은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저도 어제 가족들과 함께 교보문고 영등포점에 가서 제 책을 둘러볼 수 있었어요. (작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전시회 보러 간 이후 대형서점에 들르기가 쉽지 않았네요. 작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갔을 때에도 아이가 집에 가자고 보채서 1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이젠 아이가 좀 더 커서, 어제는 다행히 책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제 책이 멋진 책들과 같은 코너에 놓여 있는 걸 보니, 갑자기 감사하고도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 달간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이달의 책은 북메이트라고 해서 함께 책을 읽으면 쿠폰 등으로 독서지원금을 주거나 사은품을 주는 행사를 해요.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막간 홍보로 책 링크도 올립니다ㅎㅎ;;)

https://event.kyobobook.co.kr/detail/202555

 그림의 말들 링크

YES24 

보문고

알라딘 




제 글을 읽어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림의 말들』은 브런치의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연재해온 글로 만들어진 두 번째 책입니다. (첫 번째 책은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인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었지요). 거의 1년 넘게 브런치에 매주 연재해온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년에 제가 해외살이를 끝낸 뒤 귀국하고 나서 이 책에 대해 편집자님과 논의를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원고 작업을 하자고 이야기 나눈 건 아니지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 글로 책을 하나 더 내보면 어떨까' 정도의 의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뜻깊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에 망설임은 있었어요. 이전 글에 썼다시피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제 본업에 관련된 청소년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원고 작업을 하면서 해외살이할 때 발행했던 매거진 글을 다시 봐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망설임이 있었어요. 봐야 할 원고 속에 제가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 써서 발행했던 글이 대다수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해외살이를 할 때 심적으로 흔들리고 귀국 문제에 관련해 고민이 많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특히 책 속에 담긴 조지 프레데릭 와츠의 '희망'에 대한 글이나 '오디세우스' 이야기, 고갱의 작품 관련 글 같은 경우에는 마음의 바닥을 헤집던 제가 무엇이라도 붙들기 위해 썼던 내용이에요. 


조지 프레데릭 와츠의 <희망>과 아르놀드 뵈클린의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그 시기 즈음 부엌에서 매일 몰래 울고 나와 거실에서 타자를 두드리며 글을 쓰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로 제가 살던 나라에서는 커피숍에도 섣불리 가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글을 쓴다고 나와 집 옆 공터에 차를 대고 앉아 한참 울고는 했습니다. 그 의식을 치르고 나서야 글을 쓸 수 있었지요. 당시의 저에게 있어 글쓰기는 꿈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속하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숨 쉬며 지내기 위한 인공호흡기 같은 존재였습니다.  


 사실 작년 여름, 한국에 돌아온 뒤로 그 시절의 저를 굳이 되짚어 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저에게 그 시기는 '그래도 내가 글 쓰면서 잘 버텼다'라고 이름 붙이고 되돌아보고 싶을 만큼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요. 한국에 와서 감정 상태를 전환해보려 노력하기도 했고, 마음 상태도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당시의 기억 중 일부분은 트라우마처럼 마음에 조금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원고 작업을 하면서 당시에 발행했던 글을 다시 보는 것이 내심 두려웠어요. 원고를 고치고 다시 보다가 그때의 가라앉은 마음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겁이 났습니다. 글을 쓰면서 감정을 소모하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실제로 원고를 다시 펼쳐보기까지 심리적 저항감이 커서 며칠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편집자님께서 '이번 책은 내면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기 보다는 읽는 사람에게 지혜와 위안을 건네주는 이야기로 엮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에세이 부분의 경우, 제 힘든 마음에 잠겨 쓴 글이 많았기 때문에 '글 쓰는 사람의 감정이 독자의 감정보다 너무 앞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조심스럽게 건네셨어요. 


 글 쓰는 사람이 본인 감정에 너무 빠진 채 글을 전개할 경우, 오히려 독자의 몰입감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저도 경험상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거든요. 글에 담긴 제 마음이 깊을수록, 저와 비슷한 결이나 감정선을 가진 분들께 공감을 받기에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의 기본 내용과 구성은 매거진 발행 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편집자님과 원고에 대해 세심하게 의논하면서 책 속의 사연도 가다듬고, 각 장의 배치도 되도록 의논한 방향에 맞추어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썼던 글은 주로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인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법'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꼼꼼하게 원고를 피드백하고 내용을 배치하는 문제로 편집자분도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저도 책의 내용을 인문교양 에세이라는 카테고리에 맞게 보완하고, 시선도 조금 더 바깥을 향한 채 글의 내용을 전개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제가 미리 걱정했던 것보다 원고 작업을 할 때 그렇게까지 감정 소모가 크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책을 내고 되돌아보니 역시 제가 힘들었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여러 분들과 소통을 했던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평소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어째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글을 쓰고 있는지 오랫동안 의문을 가졌었는데(마음속으로 백만 번 정도 이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그 시기의 제가 가장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타인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을 가장 잘 고르고 골라,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 마음이 힘든 시기에 놓여 있다는 것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적절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도 되니까요. 

 





제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조금은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간 홍보를 위한 일도 조금씩 있고, 어쩌다 보니 학교나 도서관 강연도 10월에 몰려 있어요. 기분이 들떠있고 분주한 시기라 좋기도 하지만, 정신머리(?)가 약간 없기도 합니다. 


불과 3일 전에는 가족여행으로 갯벌에 갔다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실수도 있었습니다.(핸드폰이 바다에 빠졌는지 결국 못 찾았습니다;;;; 6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핸드폰을 산지 몇 달 안 됐는데, 핸드폰을 또다시 사야겠더라고요). 강연 간 학교의 방문증을 반납도 하지 않고 들고 오거나, 집에서 물건을 자꾸 실종시키는 등 실수를 연발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 시기를 무사히 얼른 마치고, 다시 청소년 책 원고를 쓰고,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이웃분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바람도 있습니다. 출간 후에는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는 점 때문에 허탈감이나 공허한 마음이 오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거치고 나니 노력의 결과가 좋아 즐거운 시기도,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스럽고 힘든 시기도 결국에는 흘러가게 마련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결과를 마주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들뜨거나 허탈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다음 글을 쓰거나 쓸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공모전으로 많은 이웃 작가님들이 몸도 마음도 많이 바쁘실 거라 생각해요. 응원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그리고 책의 프롤로그에도 썼지만,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늘 생각하듯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나 <그림의 말들>은 저 혼자 쓴 책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독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쓴 책이라 더욱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오전에 인스타그램으로 이미 이 소식을 알려드리기도 해서 축하의 말씀을 일부러 남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브런치 공간에 계속 책 소식을 알리니까 어쩐지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도 있네요. 
P.S. 다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 글은 10월 11일(화)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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