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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Dec 13. 2022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전업작가가 되기 위한 마음 가짐과 조건

어제 오늘 제가  몸이 좋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 코로나는 아니긴 한데, 근 몇 년 동안 아픈 것 중 가장 심하게 아픈 상태네요)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글’을 싣게 되었어요. 오랜만의 글 발행인데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싣지 못하네요.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요.           



브런치에서 만난 젊은 작가님을 실제로 뵌 적이 있다. 그 때 작가님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책을 열권쯤 쓰면 글쓰기로만 먹고 살 수 있냐고. 내가 책을 아홉 권 쯤 썼으니까 이 질문을 던지셨던 거겠지. 그 때는 갑작스럽게 마주한 물음이라 머뭇머뭇했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전업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모두 품을 만한 의문이니까. 나도 비슷한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냉정하게 판단하건데 나는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나 유명 작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4년 간 꽤 성실하게 글을 써왔다. 브런치 글 쓰기도 꾸준히 수행했다. 2019년부터 책을 9권 출간했고, 현재도 집필 중인 책이 있으니 또 다른 책이 내년에 세상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원고 청탁도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편이다. 집필하는 주요 분야에선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저자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이런 입장이니까, 오히려  현실적으로 도움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듯 싶다. 책 한 권으로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가님들 이야기는 오히려 먼 고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초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실력과 노력이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운의 영역도 대단히 중요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일 수 있다. 유명 작가나 저자인 분들 중에는 ‘이 사람은 타고난 글쟁이다’내지는 ‘이 사람은 해당 영역의 전문가다’ 싶은 경우도 많다. 원래 기자나 카피라이터 등 오랫동안 글 다루는 일에 종사하던 분들도 많고. 그래서 이런 이력을 알면 오히려 좌절감이 오기도 쉽다.  


 나는 이런 점에서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다 휴직 중에 글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이다. 글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글쓰기를 시작한지 매우 오래 되지도 않았다. 내 재능을 믿기 보다는 노력에 방점을 두고 글쓰기를 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간은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도 해보았다. 먼저 내 고민의 결과를 나누고자 한다.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안정된 수입의 확보        


 현실적인 부분이다. 일단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수입이 필요하다.



나는 이미 인세 수입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고, 그 글에서 내 수입에 대해 대략 밝혔다. 사실  글을 쓸 때에 비해 올해는 수입이 꽤 늘었다. 분기당 인세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한 출판사에서 한 분기에 1000만원 정도의 인세가 들어온 적도 있다(물론 늘 그렇지는 않다) 지금 내가 글쓰기로 버는 돈을 가늠해보면 이 정도 결론은 내릴 수 있다. 책을 열권 쯤 낼 경우, 부자를 꿈꾸지만 않는다면  글쓰기로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의 정기적인 수입은 들어 온다는 것.   


다만 고려할 점이 있다. 나는 글이나 책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빠른 속도로 책을 계속 쓰고 바로 다음 책을 계약하고 원고 집필에 들어가기 때문에 계약금(선인세)도 계속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세 권을 계약하면 어쨌든 선인세로 300만원은 들어오는 식이다)


 그리고 내가 쓴 책 중 어느 정도 꾸준하게 반응 있는 책이 한 권 정도 있는 게 좋다. 잘 팔리는 책이 있으면 그걸 토대로 출간 의뢰도 더 많이 들어오고, 인세로 먹고 사는 게 더 쉬워진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스스로 기획하고 목차를 짤 수 있으면 투고를 하기도 좋고 책을 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있다. 글 쓰는 일 역시  다른 프리랜서의 영역처럼 의뢰가 많이 들어올 때가 있고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수입도 들쭉날쭉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글 쓰는 일 외의 본업이 있거나 다른 수입의 영역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수입면에서도 그렇지만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그렇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전업 작가가 되면 책 출간보다는 강연료기고료가 주요 수입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강연이 잘 들어올만한 분야의 경력을 쌓거나 관련 책을 쓰는게 좋다.  글쓰기 수업 등을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이런 일들과 원고 쓰기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주의집중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강연이 조금 더 몰리는 달에는 원고 쓰는 데 집중이 어렵긴 했다. 그렇지만 수입 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고 경력이 쌓이면 균형 감각도 생기는 것 같다.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이해

     

 대다수 프리랜서의 일이 그렇듯, 글쓰기나 책쓰기도 내가 이미 낸 책이나 글의 반응, 판매에 따라 다음 일이 들어오는 구조다. 시장의 반응은 냉정한 편이라, 처음에는 이런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내 본업은 반대의 영역에 서 있다. 내가 과거에 해낸 일의 성과나 결과에 따라 다음 일의 의뢰가 들어오거나, 일이 끊기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글쓰기의 세계는 달랐다. 내가 책을 내고 나서 결과물의 반응이 어느 정도 좋은 경우 다음 일이 물밀 듯이 들어오기도 하고, 반대로 운이 나쁠 경우에는 일이 갑자기 끊기기도 한다. 원고 의뢰가 들어올 때는 희열이 크기도 하지만, 말 운이 좋지 않을 때는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기도 한다. 이 감정의 파도를 견딜 수 있어야 프리랜서 일을 지속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 같은 경우 마음이 휘둘릴 때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처음 책 쓰기를 할 때 목표로 세워둔 건 다음과 같았다.      


1. 꾸준히 책을 출간하는 것

2. 출판사에서 출간 의뢰를 지속적으로 받는 저자가 되는 것  

   

 이 두 가지를 실현하려면 관련 카테고리의 책을 내는 편집자들이 나를 알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편집자들은 대체로 도서를 기획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안할 때 해당 분야의 글을 잘 써줄 저자를 찾아본다. 이를테면 ‘청소년 경제’라든가 ‘청소년 사회’ 카테고리의 저자를 물색할 때, 내가 편집자의 검색망에 걸리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거나 유명한 저자까지 목표로 삼은 적은 없었다. (나는 청소년 교양서를 내면서 책 쓰기를 시작했으므로, 이런 생각이 더 강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성인 대상의 책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특히 에세이 같은 분야는 대중적 인지도가 더 중요한 편이긴 하다. 그러나 비슷한 카테고리로 책을 두 세권 정도 출간하면 편집자들도 자연스럽게 나를 알게 되고 원고 청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집필했던 책 중 잘 쓰여진 책이 있거나 판매량이 괜찮은 책이 있을수록 찾는 사람은 늘어나는 편이다.


그렇지만 내 책 중 특별히 잘 팔리는 책이 없더라도, 내 글의 매력을 알아봐주는 편집자가 하나 둘 씩 늘어나면 책 의뢰는 꾸준히 들어올 수 있다. 꿈을 크게 품으면 좋다지만 나는 오히려 글쓰기에는 꿈을 크게 품지 않아서 부담 없이 집필을 해나갈 수 있었다. ‘최고’가 되겠다거나 한 번에 잘 되겠다는 마음이 적으니, 막막함이 적었고 적절한 단계를 밟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책의 반응이나 다른 사람과의 비교 때문에 휘둘리긴 했지만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휘둘린 적은 없다.           



책임감 및 나만의 루틴


 처음 책쓰기를 시작할 때 그 무엇보다 책 쓰는 분야의 ‘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다. 그래서 다른 저자보다 무조건 1.2배 정도의 노력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배는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딱 그정도의 노력으로 결정한 것) 초반에 책을 구상하거나 마감기한을 맞추는 일이나 피드백을 받고 글을 수정하는 일 등에 대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보면 같이 일하는 편집자나 강연, 기고 담당자분들도  내가 기울이는 노력을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이 나를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되면 또 다른 기회나 일이 주어지기도 한다.

       

 마감은 당연히 중요하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면 주어진 글의 마감을 얼마나 맞출 수 있는 사람인지, 돈을 받을만한 퀄리티의 글을 정해진 시간 안에 써낼 수 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키워갈수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편집자도 직장인이다. 글을 어느 정도 쓰고,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마감 시한을 잘 맞추고, 책임감과 일머리가 있는 저자를 선호한다. 나는 공저를 쓸 때부터 웬만하면 마감 기한은 지키는 편이었다. 글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른 덕분이기도 하지만, 밤을 새서라도 마감은 맞춰서 글을 냈다. 책임감이 주요했다.    



이렇게 마감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나만의 루틴, 규칙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앞으로 집필할 원고의 목차를 수첩에 붙여둔다. 중간중간 이걸 확인해 봐야, 자료 수집도 할 수 있고 글의 구성도 생각한 다음 책상에 앉을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3시간 이상 확보해 놓는다. 이렇게 확보해놔야 원고의 퀄리티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게으르게 글을 쓸 경우, 독자는 게으른 글을 읽게 된다. 시간이나 비용을 들여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일단 최선은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흥미나 열정으로 시작해도 결국에는 책임감으로 마무리를 짓는 경우가 많다.      


큰 기대감은 갖지 않기      


 원고 투고를 하거나 책을 내다 보면 새로운 일의 제안이 들어온다. 출간, 기고나 강연 등 제안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렇게 제안이 들어왔을 때 큰 기대감을 품지는 않는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중간에 당사자의 사정으로 엎어지거나, 없던 일이 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일이 넘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이 엎어질 때마다 슬픔을 느끼면 소모되는 감정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제 좋은 제안이 들어와도 큰 기대감은 갖지 않는다.  계약서나 관련 서류가 오갈 때까지는 확정된 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중간에 엎어진 일도 누구 탓을 하거나 야속하다는 마음을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는다. 그래봤자 나만 괴롭다는 걸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좌절감도 찾아오고 일이 엎어지면 감정 기복도 커지지만,  이걸 상회할 만큼 글 쓰는 일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책이나 글을 쓰기 전에 기획할 때 큰 재미를 느낀다. 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서 글로 어떻게 엮어낼지 상상하면 흥분이 되고 좋다. 글 쓰면서 오는 외로움, 감정의 파도, 세상이 내 글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오는 야속함, 내가 재능이 없다고 느낄 때 오는 좌절감 등은 나에게도 끊임없이 찾아온다. 그렇지만 결국엔 그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서는 즐거움을 글 쓰는 데서 느끼니, 결국 계속 쓰는 것이다.




이렇게 몇 가지의 조건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 입장에서 전업작가가 되기에 쉽지 않은 장애물도 생각해보았다.



전업작가가 되기에는 미흡하다고 느끼는 점       


 먼저 나는 일 조절 능력이 제로에 수렴한다. 원고 집필 제안이 들어오면 일단 설레고 본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휩싸인다. 이런 기분에 휩싸여 출간 계약을 한다. 덕분에 집필할 원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3년 9월에 복직을 앞두고 있는데 일단 그 전에 끝내야 하는 원고가 3편이다. 그리고 출판사들과 3편 정도 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아직 서류가 오가지 않았으니 확정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2023년 11월까지 원고 일정이 꽉 차게 된다. 물론 청소년 원고는 분량 자체가 짧으므로 그나마 낫긴 하지만,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물론 지금 내가 맡은 원고는 모두 다 각자의 매력과 재미가 있는 일이기에 계약을 한 것이고, 나는 그 일을 다 해낼 거라는 걸 잘 안다.


 다만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일 조절 능력을 좀 더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프리랜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하고, 냉정하게 맡은 일들의 우선순위를 따지고, 내가 맡기 어려운 일은 거절할 줄 아는 그런 능력을 갖춰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전업작가가 되려면 나를 알리는 일에도 적극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나 스스로를 홍보하고 내 글을 여기저기에 알릴 수 있어야 일도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본업이 있다면 조금 더 소극적이어도 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글쓰기로 먹고 살거라면 내 능력을 믿고  저자로서의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아직까지 이런 면에서 스스로가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향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나는 원래부터 머릿속에 생각이 꽉 차있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더 많아졌다. 이게 지나쳐서 가끔은 괴로울 정도다. 내향성이 한층 더 강화되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그래도 사회성이 어느 정도 수준에는 이르렀는데, 글을 쓸수록 안으로 움츠러드는 성격이 강화됨과 동시에 사회성이 후퇴했다는 느낌이 든다. 가족 외의 다른 이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마음 속 고립감이나 불안감 같은 게 커지기도 한다. 물론 나는 내년 9월에 복직할 예정이니 이런 걱정은 그만해도 된다. 출근을 하다 보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길 테니까.


 아무튼 전업작가를 하려면 글쓰기 외에도 정신 건강과 몸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취미 등이 있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나 커뮤니티가 있어야 글 쓰기나 컨텐츠 만들기 외에도 세상에 다양한 일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글로 먹고 산다 해도 한 분야의 틀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오늘 글을 더 다듬고 마무리도 제대로 짓고 싶은데 몸이 견디기가 힘들어서 이 정도로 정리해 올립니다. 글이 거칠고 두서가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이웃분들의 글도 좀 나중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글은 12월 27일(화)에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의 말들>,교보문고 이달의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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