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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Feb 07. 2023

내가 쓰고 싶은 글  
VS 독자가 원하는 글

+ 원고 투고를 위한 기획의 TIP

쓰고 싶은 글 VS 읽히는 글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글을 쓸까,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쓸까. 글쓰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쓰고 싶은 얘기를 적자니 아무도 읽을 것 같지 않아서 고민되고, 독자에게 인기 있는 주제의 글(소위 팔리는 글)을 쓰자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달라 괴로움이 커진다.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출판사에 투고를  할 때, 끊임없이 하게 되는 고민이다.


 예전의 나는 이 질문에 답을 이렇게 내렸다. 남들이 읽기 원하는 주제를 먼저 쓰고, 내 이야기에 사람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그때 쓰고 싶은 주제로 글을 쓰자.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도 아니고 글쓰기의 경우 VS나 양자택일에 매달리면 오히려 문제의 해법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쓰고 싶은 내용과 독자에 초점을 맞춘 주제를 결합하는 방법 또는 둘 사이의 갭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주제와 결합시키거나, 구성을 바꾸어 흥미롭게 만들거나, 제목이라도 흥미롭게 적어보는 것이다.   


 

 (1) 주제의 결합이나 독특한 구성으로 흥미를 끄는 경우


 3년 전 처음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의 나는 미술에 관한 글을 쓰려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브런치에선 에세이가 대세였다. 순수하게 미술 분야의 글만 올리면 이 공간에서 구독자를 끌어 모으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와 명화 이야기를 결합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이다. 이렇게 내가 쓰고 싶은 얘기와 독자들이 원하는 주제를 결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합만 가능한 게 아니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할 때는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컨셉을 달리 해서 흥미를 돋우거나 내용에 특색을 줄 수 있다.


 빵에 대한 에세이를 쓴다고 생각해 보자. 요즘 유행인 동네 빵집 투어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던지, 식빵, 바게트 등 빵의 종류에 따라 글을 하나씩 쓰는 구성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미 이런 책은 나와 있을 것 같긴 하다) 중요한 건 이 경우, 에세이를 쓸 때에는 단순히 빵집의 특징이나 빵의 종류 나열에 그치는 것보다, 이로부터 조금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좋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다양한 저자들이 '지방에서의 삶'에 대한 글을 모아 공저를 낸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에도 현재 수도권 인구 과잉,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므로, 이 주제를 중심축으로 삼아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 지방의 사랑스러운 특색을 말해주는 에세이를 써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다.





(2) 흥미로운 제목 짓기


글의 제목 하나를 짓더라도 호기심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평범함의 힘’ 식의  제목보다는 ‘평범함은 어떻게 특별한 재능이 될까' 같은 제목이 읽는 이의 시선을 조금 더 끈다.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의 변화’라는 포괄적인 제목보다는 ‘알프스의 스키장에 인공눈을 뿌리는 이유 (기후위기로 눈이 녹아서, 알프스에서도 최근에는 스키장이 문을 닫거나 인공눈을 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도의 구체적인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흥미로운 제목으로 이루어진 목차를 작성해 원고 투고를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문기사나 유튜브 동영상 제목 등을 보면서 흥미나 호기심을 이끌어낼 제목이 뭘까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나다운 걸 잃고 트렌드를 무조건 따라가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써서 독자를 끌어 모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내가 쓰고 싶은 주제나 메시지가 어떻게 해야 독자에게 흥미롭게 다가갈지 생각해 보는 게 좋다. 사람들이 원하는 주제의 글만 올리면 나다운 걸 잃기 쉽고, 너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자기 독백과 같은 글만 쓸 수 있으니까. 온라인에 글을 올리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들이 원하는 주제의 글을 다양하게 발행해, 그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원고 투고를 위한 기획 팁(독자의 관심사나 시의성을 고려하며 원고를 기획하는 방법)  



1.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의 책들을 둘러보기


원고 투고를 하기 전에 온라인 서점 등을 둘러보면서 어떤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어떤 주제나 이슈가 사람들의 관심사인지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어린이 책이나 청소년 책 등 타깃 독자나 연령대가 다른 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이를 참고하면 새로운 원고의 기획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 살 마음 사전>(박성우 글. 김효은 그림 |  창비)이라는 어린이 책이 있다. ‘놀라’ ‘기뻐’ 등등의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려주고, 어떤 때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아홉 살 마음사전


한편 성인 책 중에는 <감정어휘>(유선경 저 | 앤의 서재)라는 도서가 있다. 책의 대상 연령은 다르나, 두 책의 공통점이 있다. 상황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 두 책 모두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해 감정 소통이나 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도서다. 물론 각각의 책을 기획할 때 기획자들이 이런 공통점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연령에 관계없이 각 시기에 따라 중요한 트렌드가 있고, 사람들의 필요나 욕구가 향하는 방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최근 들어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의 문제로 떠오른 것이 '문해력'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21세기의 사람들은 글을 읽고, 제대로 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것이 의사소통 문제, 사회적인 갈등을 불러오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문해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문해력에 대한 어린이 책이나 청소년 책도 나왔고 어른을 위한 문해력 도서(이웃이신 글밥 작가님의 <어른의 문해력>(김선영 | 블랙피쉬)도 출간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관심 있는 주제는 전 세대를 아우른다.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면 시의성 있는 원고 기획이 나온다.  



2. 타깃 독자를 달리하면 새로운 원고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가끔 청소년 책 기획(내가 책을 많이 쓰는 분야다)을 해 출판사에 출간 제의를 할 때, 어린이 또는 성인 분야의 도서를 살펴보기도 한다. 대상 연령이나 타깃 독자를 달리 하거나, 이미 있는 책의 기획에 약간 수정을 가하면 새로운 원고가 탄생할 수 있다. 


가령 내 첫 번째 책인 <그림이 보이고 경제가 읽히는 순간>(자음과 모음) 청소년 도서로, 명화+ 경제를 결합한 책이다. 이 주제로 성인 책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 대상 책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획으로 출간 제안서와 샘플 원고를 써서 투고해 본 것이었고 실제 원고 투고에 성공해 책을 낼 수 있었다.   

 



 어린이책으로 나온 기획을 성인 책으로 호환시켜도 괜찮은 원고가 나올 수 있다. 출간된 지 꽤 된 도서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가치사전>(채인선 저/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이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가치’들, 감사라던가, 겸손, 용기, 관용, 공평 같은 것들, 진정한 의미를 잘 몰라 지나치기도 쉬운 ‘가치를 나타내는 단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사회 변화나 40~50대에 겪게 되는 인생 사춘기(?)로 가치관이 흔들려 고민하는 어른들이 꽤 많은 만큼, 이런 가치 사전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나 인문교양서로 바꾸어도 새로운 책이 될 수 있다. 고전의 내용 등과 관련지어도 새로운 기획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3. 시의성 있는 내용 중에서도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게 관건  


물론 시의성 있거나 독자들이 원하는 주제 중에서 기획 중에서도 ‘내가 쓸 수 있는 내용’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나에게 적합한 책의 기획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금정연 | 북트리거)라는 책이 있다. ‘존버’, 플렉스‘ 등 신조어와 관련지어 세상 이야기를 살펴보는 책이다. 이 기획을 조금 변형해 또 다른 청소년 책으로 집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신조어를 통해 사회상이나 사회 교과서 속 개념, 또는 논술이나 토론 주제를 조금 더 살펴보면, 새로운 청소년 책이 탄생 가능하다. 나는 이미 언어와 미디어, 차별에 관련된 청소년 책을 쓴 적이 있고, 사회 교사라 소화 가능한 주제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대상 연령을 달리하지 않는다 해도 이 주제를 살짝 비틀어 변형시키면 새로운 기획이 탄생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신조어를 통해 해외의 사회변화를 새롭게 보는 책도 재미있는 기획이 된다. 신조어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시어(詩語) 등으로 사람들의 삶, 세상을 바라보는 책도 하나의 기획이 될 수 있다.



 원고 투고를 할 때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건 글솜씨와 진정성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독자나 기획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도 있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진정성은 있지만, 사람들이 관심 없는 주제야'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내 글을 관심을 가지고 읽게 만들 방안이 뭘까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원고 투고의 방법, 원고 기획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https://brunch.co.kr/@aring/98


https://brunch.co.kr/@aring/165




 이번달부터 1,3주 화요일 저녁에 글을 발행하려고 해요. 그래서 다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 글은 2월 21일(화요일) 저녁에 발행합니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오전에 글쓰기 관련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2월 보내시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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