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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6. 2021
내가 저자(著者)가 될 상인가
그런 관상은 없지만, 기획과 투고는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책 쓰기를 위한 기획 방법과 원고 투고 요령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시나 소설 등의 문학 분야에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 많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깊이 있는 내용보다 '책 쓰기'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 출간 기획서를 쓸 때마다 영화 <대부>의 첫 장면을 떠올립니다.
대부의 첫 장면에서 '대부' 돈 꼴레오네는 당당하게 거절 못할 제안을 건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돈 꼴레오네가 아닙니다. @출처 : 다음 블로그 출판계의 ’ 거물‘이 되어서 출판사의 우위에 서고 싶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는 금물입니다. 거절 못 할 만큼 매력적인 원고를 기획해 출판사에 제안해보고 싶다는, 일종의 희망사항이지요. 그렇지만 당연히 우리는 돈 꼴레오네가 아닙니다. 출판사는 우리의 제안을 다 들어줄 의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즉 우리가 투고한 원고는 언제든 까일 수 있습니다. -그냥 수없이 거절당하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2년 전 한국에 휴가 갔을 때 청소년 지식책 원고 투고를 했습니다. 첫 번째 원고 투고 때와 달리, 거절 메일을 꽤 많이 받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거절 메일이 날아오기도 하더군요.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그 타이밍에 출판사의 거절 메일을 받다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정중한 메일을 보내주시기 때문에 그저 조용히 수긍했지요. 한편으로는 괴로웠으나 까이는 경험을 통해 책 쓰기에 대해 깨닫게 되는 점도 많습니다.
원고 투고 성공의 핵심은 무엇일까 생각해본 일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 원고가 책으로 세상에 나올 가치가 있을까 살펴보고, 또 그것이 출판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지 고려해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기획 출판의 계약에 이르는 핵심은 그 원고가 책으로 나왔을 때 구독자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그 책을 구매’ 할 만큼 매력적인가에 있습니다. 책을 사서 간직하고 싶을 만큼 무언가가 독자들에게 어필이 가능해야겠지요.
아무래도 책의 콘셉트이나 저자의 유명세나 이력, SNS에서의 입소문 등을 보고 책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여러분이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 어떻게 원고의 콘셉트를 잡아 기획하느냐, 원고의 질이 얼마나 괜찮은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즉 책의 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책의 콘셉트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해보고, 투고할 원고를 수없이 다듬고 퇴고한 다음(저의 경우 투고할 샘플 원고는 대략 10번~20번 정도는 다듬는 것 같습니다), 투고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책의 콘셉트는 어떻게 짜야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방안을 말씀드립니다.
1.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콘셉트를 먼저 잘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 직업이나 가정생활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마음이 아팠던 경험, 힘들었던 일에서 글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나의 직업을 10년 이상 지속해보니 이런 배울 점이 있었다든가, 매일 한 권씩 독서를 해보니 이런 변화가 나에게 찾아왔다던가, 코로나로 집에서 장기간 혼자 놀기를 해보니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됐다든가,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생각이나 행동을 이런 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던가,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많겠지요. 꼭 특별한 경험이 아니어도 됩니다. 우리가 평소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인간관계, 일상생활에서의 발견 등 소소해 보이는 것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모두 책 쓰기의 콘셉트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콘셉트 중 독자층에게 재미나 공감, 효용, 감동, 위로, 지식, 정보, 만족감 어떤 것이든 줄 수 있다면 이를 책의 소재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2. 여러분의 이력과 관련이 되어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이 출간 계약에는 유리합니다.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되어 있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학위나 직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내 이력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책을 매일 한 권씩 읽거나, 코로나 기간 동안 아이에게 독서 지도나 집콕 놀이를 해보았다면, 그런 과정과 성과물을 블로그나 브런치,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내 이력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좋겠지요. 투고할 때 이를 어필하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3. 내가 글을 쓰고 싶은 대략적인 주제가 있다면 온라인 서점에서 유사 도서를 검색해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도서들과 내 책의 콘셉트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일종의 틈새시장 찾기입니다), 괜찮은 기획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교양서의 경우에도 일종의 출판 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 흐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됩니다 (흐름을 완벽히 따를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파악해 놓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가령 ’ 자존감‘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하시면 기존에 출판된 자존감 관련 에세이를 쭉 찾아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신 다음, 자존감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소재나 영역에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민의 과정에서 의외로 좋은 주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4, 구체적인 타깃 독자를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 책을 원할만한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글의 주제, 서술 방식, 수준 등을 감안해볼 수 있습니다. 가령 육아에 대해 다루는 책이더라도 구체적인 육아 방식을 궁금해하시는 독자층이 있고, 육아의 어려움을 다룬 책에 공감하며 위로받고 싶은 엄마들도 있을 겁니다. 타깃 독자가 다른 두 책의 성격은 확연히 달라지겠지요. 브런치 북을 발행할 때 기재하는 항목 중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부분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타깃 독자를 생각한 다음, 그들이 읽을 만한 이야기,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어떤 것이 있을지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5. 브런치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쓰는 글 중 마음에 드시거나 반응이 괜찮았던 글을 중심으로 콘셉트를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은 처음에는 소재를 많이 잡지 않고 그때 그때 생각나는 소재를 가지고 썼습니다. 책을 염두에 두지 않고 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매거진의 글을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로는, 비교적 반응이 좋았던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중심으로 브런치 북을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브런치 북을 낼 때까지 주로 인간관계를 소재로 한 글을 발행했습니다. 여러분이 쓴 글 중에서 마음에 들거나 반응이 괜찮은 대주제를 생각해보고, 거기에서 시작해 원고 콘셉트를 잡아 나가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제 원고 투고의 요령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내가 투고하고자 하는 분야의 책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를 찾아봅니다. 에세이를 내고 싶은데 경제 관련 서적만 내는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면 답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외서만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에 초보 저자인 내 글을 투고하면 응답이 시원찮을 수 있습니다. 투고를 하기 전에 해당 출판사가 주력하는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2. 출판사에 따라 원고를 받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주로 출판사 메일로 투고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으로 원고를 받기도 합니다. 완전 원고만을 원하는 곳도 있고, 샘플 원고를 보내면 연락이 오는 곳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로 전체 원고의 20~30% 정도의 샘플 원고를 작성해 보내는 편입니다. 출판사와 상의를 하면서 목차를 많이 수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 따라 정해진 기획서 양식이 있는 곳도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고 투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3. 여러분이 50개~100개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더라도 단체 메일로 한꺼번에 보내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단체 메일로 보냈다는 티가 나면, 바쁜데 투고 원고를 확인하는 관계자도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요.
4. 저의 경우 투고 메일 본문에 책의 제목과 도서의 콘셉트, 저자 이력 정도를 매우 간략하게 집어넣었습니다. 물론 제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목이 시선을 끌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투고 메일, 기획서와 샘플원고를 더 읽어보고 싶어 할 것입니다. 저자 이력에는 자서전 수준의 긴 글을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책의 주제나 콘셉트와 관련된 전문성이나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내용을 넣으시면 좋습니다.
5. 기획서와 샘플원고는 파일로 첨부했습니다. 기획서는 너무 길지 않게, 책의 제목, 콘셉트, 대략의 목차, 타 원고와의 차별성 등도 부각해 명료하게 넣는 것이 좋습니다.
6. 목차를 보고 출판사 분들은 책의 대략적인 얼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목차를 많이 고민하고 구성해서 투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목차를 짜보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기존에 출판된 책들의 목차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책이 대략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각 주제는 어떠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가, 내가 쓸 수 있는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 목차를 짜 볼 수 있는가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목차 구성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여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충 내가 이런 주제를 몇 가지 다룰 텐데 이런 글감을 다루어보겠다고 미리 생각해보신 다음, 이 생각을 정리하며 구성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7.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샘플 원고의 경우 첫 부분, 도입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서로 출판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첫 장, 첫 번째 부분이 흥미를 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첫 부분에 임팩트가 있어야 뒷부분도 읽어볼 마음이 듭니다. 원고를 여러 번 다듬고 고치면서 도입부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많이 고민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첫 번째 투고 원고의 도입부입니다. (실제 책에는 해당 작품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투고할 때 저 인상적인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